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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초 같은 인생에 대하여

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0. 8. 31. 08:25

 

부평초 같은 인생에 대하여

 

인간에게는 닫힌 마음과 열린 마음이 있다 들었다.

닫힌 마음을 가진 사람은 옛 추억이나 되씹으면서 살고 있지만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앞날을 바라보며 희망 속에 산다하지 않던가.

마찬가지로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사람은 생각하는바가 좁아서 일을 이루기가 어려웠고 설혹 성사되더라도 그건 아주 작을 것이다.

순수 했던 시절이 그리워 시간을 내어 한동안 찾지 못했던 추억이 담긴 살던 동네의

옛집을 찾았다. 그러나 이것을 첫 본 한마디...

비포장도로의 일 차선 지금은 사 차선도로가 왠일인가....

어릴 적 나 살던 기와집 흔적이라도 남겨져 있다면..

세천동 집은 도로확장관계로 헐렸고 흔적도 없었다.

넓게 트여진 도로만 있을 뿐 옛날의 정경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집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망연자실하였던 것이다.

그 어디에도 옛날의 추억은 다 사라져 버린 채

내 설음이도 그리운 이웃의 설음도 없었다.

슬플 것도 없으면서 온갖 것을 다 서러워해 자주 울곤 하던 그때의 어린 시절

그곳이 그날의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없어 나는 울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포용할 줄 아는 인간이라면 현재의 삶을 미래를 향해

열어두기 때문에 항상 희망과 열정으로 묻혀 있을 것이 아니던가.

무엇을 잃어버린 듯 항시 공허한 눈빛이었고 점점 갈 수 있었던 길이 차단되어

영영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집에 와서 얼마나 울었던 가.

 

스스로를 단절된 고립 속에 가두던 시절.

때는 군 시절을 보내고 전역 후의 일이다.

조치원 32사단에서 전역 신고를 마치고 집안에 들어서니 부모님께서 환영을 해 주셨다.

기쁨도 잠시 그동안 어머니께서는 동네에서 사채놀이에 놀아나 얼마나 갖다 썼는지 집이

벌컥 뒤집혔다.

돈을 빌려줬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아버지께 돈을 갚으란다.

사채를 빌려야 했던 이유는 동생이 문학(소설을 쓴다고)을 한다고 시골구석에 집을 얻어

작업을 한다고 며칠마다 부식에 용돈을 모두 사채를 얻어서 뒤를 대 주었다고 한다.

그때 부친께서는 정년퇴직을 하시고 계셨지만 모친의 씀씀이가 너무 심해서인지 아예

돈을 안 주셨나 봅니다.

저는 전역을 하자마자 일을 찾아야 해서 막노동판에 뛰어들어 하루 번 돈을 일 할 때마다

모아서 빚 갚으라고 다 전해주곤 했다.

아무리 벌어다 준 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라 어떻게 헤어나질 못하겠습디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다가 결국은 사기죄로 고소당해 모친께서 감방 신세를 져야 했다.

그 후에는 집까지 경매되어 남의 손으로 넘어 갔다.

나의 고생을 할 데로 한 것을 무시 한 채로...

인간이 어떤 존재이기에...... 냉정 한 건지 뭔가 모르겠다.

인간이란 세상의 모든 생물 중에서도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존재가 아닌가,

그 몸 덩어리에 불과하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의 불행과 결핍, 그리고 곤궁의 해결

이외에는 별로 추구하지를 않는다.

그래서 인간이 생활하는 것에는 급하게 이뤄지는 요구에 시달리며 새로이 전개되는 삶의

고통으로 시달린다.

그래서 다른 면에서 인간을 괴롭히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종족의 보존하고 번식을 위한

성취감이 아니던가.

고달픈 삶을 살기위해 불안한 발길을 옮기면서 조심스러운 눈으로 주위를 살피며

바람직하지 못한 무수한 현실과 부딪치고 그와 싸우며 비참하게 살아가는 인간인 것을.......

또한 인생은 무엇인가.

암초와 거센 물결이 굽이치는 바다나 다름없다.

폭풍우와 파도 등 거친 바람을 맞으면서 그걸 피하기 위해 좌우를 두루 살피면서 간신히

몸을 피해나가는 부평초 같은 것이 아니던가.

자기의 재능과 노력으로 그 모든 것을 그럭저럭 피해나간다 하더라도 앞으로 나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풍파에 피할 수도 밀어낼 수도 없는 지경에 다다르며 결국 죽음이라는 난파 속으로 함몰되고 만다.

죽음만이 모든 고통과 비참함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죽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을.....

너무 살기 힘들어 약병을 들고 깊은 어느 곳으로 들어가 소주 한 컵에 한 주먹 되는 약을

풀어 마시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런데.... 불빛에 눈을 떠 보니 천상인가 했는데

지지리도 인연의 끈을 놓아 줄 복이 없었는지 병원 침대였다. 울고 싶다.

병원이 떠나가도록 펑펑 울었다.

그런 이 세상 인간이 고달프고 인생이 비참해지더라도 풍파에 몸을 던지는 것이 우매한

사람이 아니던가,

이건 용기도 아닌 본능이며 내 삶의 자유다.

내가 가진 꿈이 하나의 물거품이 되더라도 진실을 감추고 산다면 너무나 서글플 것인가.

자유로워지자. 그리하여 힘든 이 세상 나름대로 보람을 안고가자.

죽음이 오는 그날까지 나 자신에게 당당하고 떳떳해지자.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온갖 잡념이 뇌리 속을 돌아다니며 생각을 부추기고 있건만...

휴유증으로 고통에 시달리며 살기위해 몸무림을 쳐가며 막일을 하러 여기저기 헤매고

다녀도 나에겐 무리수 인가 보다. 독에 물을 채워도 새어나가 물이 차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