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에서 유의할 사항 몇 가지
시창작에서 유의할 사항 몇 가지(I) 1. 문장력의 기초가 튼튼해야 시창작이 가능합니다. 문장력의 기초는 모든 글 쓰기에서 필요합니다. 고도의 표현기법을 요구하는 시창작에서 글 쓰기의 기초가 약하면 어느 한계에 직면하게 마련입니다. 문장력의 기초가 없이는 시조창작은 어렵습니다. 따라서 각자가 자기의 약점을 알아서 이 문제를 보완해야 합니다. 문장력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는, 잘 쓰여진 수필, 단편소설등을 많이 읽고, 일기를 쓰는 것이 문장력의 기초를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주위에서 보면, 노력하지 아니하고 좋은 글을 쓰기를 바라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거름을 주지 않고 농작물이 잘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노력한 사람이 거둔다고 봅니다. 2. 문장은 전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가 되어 역동적인 힘을 발휘해야 합니다. 모든 글은 전체가 하나의 주제를 표현해야 하며, 그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막힘이 없어야 합니다. 시, 시조에서 어느 한 문장이 좋다고 하여 전체를 좋다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기에 어느 한 부분만으로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전체 문장을 볼 줄 알고, 잘 못된 부분을 발견해 내는 능력이 바로 작가의 능력인 것입니다. 3. 시조는 형식이 초장, 중장, 종장으로 되어 있는데, 초장과 중장, 중장과 종장은 문장의 연결고리가 서로 확고하게 맺어 있어야 합니다. 즉 장에서 다음의 장으로 넘어갈 때 문장의 흐름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하여 시조가 하나의 작품으로서 그 내용이 통일되어 주제로부터 이탈되지는 않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4. 우리의 언어 중에서 어느 언어를 시어로 선택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각자마다 생각이 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작가에 따라서는 국어사전의 한 골방 구석에서 끄집어 낸 언어를 시어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학작품이 지면을 통하여 독자에게 읽혀저 공감을 얻을 목적이라면 의미 전달이 잘 되어야 합니다. 이 경우 잘 쓰지 않는 언어의 등장은 의미 전달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미 전달이 잘 되는 언어로 시를 쓰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의미 전달이 잘 되는 언어는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언어"가 시어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봅니다. 일상의 아주 평범한 언어에서 우리는 친근감과 새로움을 발견 합니다. 5. 문장의 흐름에도 속도가 있습니다. 시심을 일으켜서 이를 전개하고, 절정으로 올렸다가 끝을 맺을 때에 전개하는 문장의 속도는 너무 빨라도 좋지 않고 너무 느려도 좋지 않습니다. 적당한 속도로 시를 전개하여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찌 보면 여유로움이 있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6. 시조는 정형시로서 그 시적 표현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또한 가락의 아름다움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시조 창작에서 가락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7. 시조의 각 장에서 맨 끝의 단어를 동사로 하면 시조가 역동적이며 힘이 있는 표현이 됩니다. 이와 반대로 각 장의 맨 끝 단어가 명사가 되면 시조가 정적(靜的)이 되며 답답해 집니다. 현대시에서 각 행의 끝 단어가 동사이면 시가 역동적으로 힘 있는 표현이 됩니다. 현대시에서도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가) 끝의 단어를 동사로 한 경우의 작품 한 십년 살다 보면 가난도 길이 들어 열 두나 다랭이가 줄이 죽죽 금이 가도 당신이 웃는 동안엔 청산 위에 달이 뜬다. (이우종의 산처일기 중의 첫째수) 겨울새 집을 짓는 겨울 강은 깊어갔다 갈대는 잠 못들어 겨울 피리 외로 우는 사향도 아픈 노래여, 겨울새가 떨고 있네 (지성찬의 겨울피리 중의 첫째수) 언제부터 이런 늪에 들풀들이 살아왔을까 바람엔 같이 흔들리며 서로 등을 받쳐주며 머리 둘 뚝이 없어도 하늘 바라 꼿꼿하다. (지성찬의 풀잎은 풀잎끼리 주의 첫째수) 나) 끝의 단어를 명사로 한 경우 물빛 고운 푸나무숲 돌아드는 그 곳에 갈 곳 몰라 서성이는 한 젊은 이 거기에 때로는 네 삶의 무게 길 섶에다 뿌리는 밤 (x x x 의 비 오는 밤에 ) 푸르른 오월이면 사무치게 애절한 건 내 유년 곱게 키워주신 어머님 어진 사랑과 한 없이 큰 꿈 주시던 고희 넘는 아버님 (x x x 의 어버이 날에) 길고도 짧은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 꿈꾸듯 살다 보면 흐린 날도 개인 날도 마음껏 푸른 하늘에 한 점 바람인 것을 (x x x 의 살다 보면) 가) 그룹의 글과 나) 그룹의 글을 읽어 보면 글의 내용은 접어두고 문장의 흐름이 가) 그룹은 힘이 있고 역동적인 반면에 나) 그룹은 글이 정체되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현상은 현대시에서도 같이 적용됩니다. 특히 시에서 시를 이끌어가는 힘은 동사에 있으며, 동사를 뒷받침하여 그 의미를 더 밀도 있게 해주는 것이 부사 입니다. 명사를 위주로 하여 시를 끌고 가면 시가 정적(靜的)으로 되어 답답해 지고, 동사, 부사를 중심으로 시를 이끌어가면 시에 힘이 넘치게 됩니다. 따라서 시의 문장 구성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풀어가면 많은 발전적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