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조와 기.승.전.결
시, 시조와 기.승.전.결(起.承.轉.結) 1. 시조형식과 기.승.전.결(起.承.轉.結) 시조의 형식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3장, 6구, 12음보로 되어 있습니다. 한 편의 글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어 독자에게 전해질 때에는 글의 한 부분이 아닌, 전체가 하나의 통일된 내용으로 전해져야 합니다. 시(시조 포함)에 있어서 그 구성은 기(起), 승(承), 전(轉), 결(結)로 이루어 집니다. 시조에서 초장은 기(起)에 해당합니다. 초장에서는 시심(詩心)을 일으켜 세웁니다. 따라서 초장의 분위기는 차분한 가운데 어조(語調)가 부드러우면서 낮은 어조의 언어를 사용해야 중장과 종장에서 절정의 표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유시에서도 이와 같이 시의 첫연은 기(起)에 해당합니다. 중장은 승(承)에 해당합니다. 중장은 초장의 표현을 이어받아 한 층 더 구체적으로 발전, 전개시킵니다. 따라서 중장은 초장과 종장을 연결하는 중추적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되며, 동시에 종장의 표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초장의 부족한 표현을 보강하는 역할도 합니다. 중장은 초장과의 연결이 확고해야 중장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종장은 전(轉)과 결(結)에 해당합니다. 전(轉)은 기(起)와 승(承)의 내용과 분위기에서 벗어나 전혀 다르게, 새롭게 내용과 표현을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시의 감동을 유도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며, 결(結)은 말 그대로 글을 마감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종장의 표현도 중장과의 든든한 연결고리가 있어야 합니다. 시나 시조에서 기(起)와 승(承)은 거의 모든 시에서 잘 처리되고 있으나 전(轉)과 결(結)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시창작에서 이 기법을 터득하지 못했다면 좋은 시를 결코 쓸 수 없습니다. 시조에서 초장,중장, 종장은 서로 든든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전체가 하나의 문장으로서 문맥의 흐름이 유연하고 통일된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아래의 예문에서 종장의 표현을 통하녀 전(轉)과 결(結)의 표현기법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 물끄러미 행인들을 바라보는 코스모스 서러운 남의 땅에 타향 물을 마셨지만 그 얼굴 그의 빛깔은 고향을 닮아갔다. (지성찬의 고향 전문) 비 바람에 잎새 하나도 떨구지 않아었네 나만 홀로 고독한 섬, 띄워 놓고 가신 후에 사모(思慕)의 깊은 상처가 꽃잎으로 터집니다. (지성찬의 동백.1 중 첫째수) ....................................... 2. 시조에서 초장의 위치 모든 글에서 글의 시작은 동기를 부여하거나 어느 사안에 대한 접근으로 비롯되는 것이 보통이며, 그 자체로서 초장은 그 역할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초장은 중장이나 종장의 임무를 감당할 수도 없지만, 감당해서도 안됩니다. 초장의 표현은 낮은 어조의 언어로서 담담하게 표현되어야 하고 격한 표현, 혈기 넘치는 강한 표현들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초장의 역할이 더도 덜도 없이 행해질 때, 시조는 비로소 그 방향이 제대로 창작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초장은 초장이상의 역할을 해서는 안됩니다. 초장은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초장)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중장)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별할 줄이 있으랴(종장) (정몽주) 위 작품을 문장 구성 내용에 따라 표기해 보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 (초장) 이 몸이 /죽고 죽어 (3-4) 일백 번 /고쳐 죽어 (3-4) .............................................. (중장) 백골이 /진토 되어 (3-4) 넋이라도 /있고 없고 (4-4) .............................................. (종장)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3-6) 가실 줄이 /있으랴 (4-3) .............................................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장은 각각 두 개의 구절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각장은 각각 독립된 의미를 갖고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입니다. 또한 각장은 네 마디로 구성되었고, 3, 4자를 기본으로 쓰여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4자를 기본으로 씌여진 것은 우리 모국어의 특성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즉 위의 시조에서 "죽다" 라는 동사에 토씨를 바꾸면 "죽어서" "죽으니" "죽고나서" 죽으니까"와 같이 한 단어가 3, 4자로 됩니다. 초장의 역할을 이 시조에서 보면 "죽는다"는 발상을 제시할 뿐 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그 것으로 족하다는 것입니다. 3. 시조에서 중장의 위치 위의 정몽주의 시조에서 보면, 중자의 표현은 초장의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발전시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중장은 초장이 제시한 상황을 이어 받아 더욱 구체적으로 확대, 심화, 전개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꽃에 비 유한다면, 초장은 꽃의 봉오리로, 중장은 활짝 핀 꽃에 비유할 수도 있겠습니다. 4. 시조에서 종장의 위치 종장은 초장과 중장의 모든 내용을 토대로 하여 결론적 마무리를 감당합니다. 마무리를 하되 초장과 중장의 내용을 받아서 그 내용을 반전(反轉)시켜 마감하는 것이 종장의 역할입니다. 아래의 시조를 참고하면 전결(轉結)의 의미와 방법을 유추하여 알 수 있을 것이다. .................................................. 주먹 같은 비를 맞아도 움직일 줄 모르는 산 (초장) 돌틈 사이 흐르는 누를 길 없는 물줄기여 (중장) 그래도 /하늘을 우러러 /푸른 가슴을 /여느니 (종장) 타인(他人)이 범할 수 없는 우거진 수풀 속을 (초장) 간신히 비집고서 밀어올린 여린 꽃대 (중장) 하늘은 /정녕 모르리니 /스러지는 /이 풀꽃을 (종장) 산이 깊다 보면 눈물도 감춘 것일까 (초장) 고뇌의 밤에 젖은 산의 가슴을 읽으리라 (중장) 뻐꾸기 /울음 소리엔 /산도 눈을 /감는다. (종장) (지성찬의 "산에서"의 전문 ) 이 시조작품에서 종장의 轉結 처리 방법을 살펴보면, 1) 푸른 가슴을 여는 산 2) 스러지는 풀꽃 3) 울음 소리에 눈을 감는 산등으로 표현한 종장의 내용은 초장과 중장의 내용을 뛰어넘어 새로운 분위기로 반전시켜 맺음하고 있습니다. 위의 시조에서 종장의 자수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수: 3-6-5-3 둘째수: 3-6-4-4 셋째수: 3-5-4-3 종장의 기본틀은 3-5-4-3 으로 초구(初句)가 3자가 되어야 하고 둘째구는 최저 5자 이상 8자 이내로 하되 그 다음에 오는 글자의 수는 둘째구의 숫자 보다 적어야 합니다. 달리 풀이하면 산의 정상을 향하여 올라가는 모습이 초구와 둘째구의 흐름 또는 가락으로, 산의 정상에서 가파르게 내려오는 모습은 그 다음 구절의 흐름 또는 가락에 비견하면 시조의 가락을 체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시하면 다음과 같은 경우가 될 것입니다. 종장의 예 3-6-4-3 3-6-5-3 3-6-5-4 3-7-6-4 3-7-4-3 3-8-5-4 3-8-4-4 기타 여러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5. 현대시와 起.承.轉.結 현대시는 규정된 형식이 없으므로 현식상으로 起.承.轉.結을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시의 전개되는 내용에 근거하여 알 수 있습니다. 시심을 일으켜 세우는 시의 첫 도입부분이 起에 해당하고, 이를 받아서 그 내용을 확대 전개시키는 부분이 承이 되며, 위의 모든 내용을 근거로 하여 시의 내용과 분위기를 반전시켜 새로운 국면을 끌어내어 결론을 맺는 부분이 轉.結이 됩니다. 다음의 예문을 통하여 이 시적 표현기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홍시(紅枾) 허형만 (起) 장모님 시골 다녀오신 날 홍시 한 광주리 보내오시다 (承) 돌 지난 아들 놈이 손뼉을 치며 제 얼굴 닮은 놈 하나 집어드니 시월의 햇살가루 부시시 떨어져 내리다 아내는 아내대로 환히 웃는데 (轉) 홍시가 아낸지 아내가 홍신지 청아한 바람소리 향그러움만 온 바에 가득가득 술렁일 뿐 (結) 차마 입에 대지도 못하고 만져만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