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할아버지 연암박지원 및 환재공
해인사(海印寺)
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25. 10:34
해인사(海印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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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이라 해인사 절이 있으니 / 陜川海印寺
웅장 화려 팔도에 이름이 났네 / 壯麗稱八路
가마 타고 골짝에 막 들어서니 / 肩輿初入洞
그윽한 경치 차츰차츰 모여드누나 / 幽事漸相聚
못은 깊어 수은을 담아 놓은 듯 / 湫深若貯汞
온갖 형상 아리땁게 갖추었어라 / 窈窕萬象具
팔다리에 얼크러진 나무 그림자 / 樹影錯脛肘
폐부를 뚫고 드는 산빛이로세 / 山光寫肺腑
제 깃 사랑하여 비춰 보려고 새는 자주 물을 기웃거리고 / 愛羽鳥頻窺
제 터럭 믿고 수달은 능히 물을 거슬러 오르네 / 恃毛獺能泝
으슥진 곳 헤치고 지날 땐 악몽을 꾸는 듯 / 剔幽類夢噩
괴성을 지를 적엔 건주정 피우는 듯 / 呌奇競淸酗
다람쥐는 뺨에다 물어 밤을 저장하고 / 鼯廩頰藏栗
고슴돛은 등의 가시로 찔러 토란을 싣네 / 蝟載背刺芋
눈 깜짝하는 사이에 기괴하게 변하니 / 俄頃轉譎詭
너무도 생소하여 의구심마저 나네 / 生疎甚疑懼
갑자기 으리으리 깁옷 입은 것은 / 照爛忽衣錦
십리 길을 양옆에 낀 단풍나무 숲이어라 / 十里擁丹樹
천둥 같은 폭포 소리 높은 골짝 짜개고 / 飛霆疈高峽
온 샘이 용솟아 한데로 쏟네 / 百泉湧傾注
후려치고 물어뜯다가 놀라서 서로 합치고 / 搏嚙驚相合
부딪치고 싸우다가 물러섰다 도로 내닫네 / 觸鬪卻還赴
물의 성질 본래는 유순하지만 / 水性本柔順
수많은 험한 돌과 서로 만나면 / 犖确石與遇
한 치도 선선히 양보하지 않아 / 不肯一頭讓
마침내 수천 년을 성낸 채 내려오네 / 遂成千古怒
남은 여울물은 모래밭에 엎디어 울며 / 餘湍伏沙鳴
사람 향해 하소연 흐느껴 우네 / 幽咽向人訴
모를레라 저 물이랑 저 돌을 보면 / 不知水於石
서로 무슨 질투가 있다는 건지 / 有何相嫉妒
물이 돌에 부딪치지 않는다면 / 使水不相激
돌도 응당 원망하며 거스르지 않을 텐데 / 石應無怨忤
원하노니 돌이 조금 양보한다면 / 願言石小遜
물도 편평하게 퍼지며 흘러갈 것을 / 水亦流平鋪
어쩌자고 힘자랑 밀치고 다투어 / 奈何力排爭
밤낮으로 야단법석 일삼는 건고 / 日夜事喧嘑
가마 떠멘 중 덕분에 험지(險地)를 지나는데 / 歷險賴轝僧
두어 걸음 못 벗어나 번갈아 메네 / 替擔纔數步
어깨 붉어지고 오목한 홈이 패여 가엾고 / 肩騂憐凹筧
시뻘개진 까까머리 박처럼 깨져 버릴까 걱정 / 巓赭恐破瓠
허리 쥐고 숨을 한창 헐떡거리고 / 捧腰喘方短
등에 밴 땀방울 흐르다 말라 버리네 / 透背汗因沍
묻노라 너희는 무슨 낙(樂) 있어 / 問爾何所聊
갖은 고생 다 겪으며 깊은 산속에 사느냐 / 辛苦萬山住
잡역으로 관가에 종이 만들어 바치고 / 雜役供官紙
힘 남으면 사사로 신도 삼지요 / 餘力織私屨
오히려 무서운 건 지나는 나그네들 / 猶將畏過客
관의 부름에 나아가듯 빨리 달려간다오 / 犇趨似赴募
이를 보니 마음이 측은하여라 / 見此心悱惻
호소할 데 없는 신세 차마 못 볼레 / 不忍無控籲
미투리 바꿔 신고 지팡일 챙겨 / 換屨覓短笻
엎어지고 자빠지며 가는 비탈길 / 仄逕任顚仆
화공(畵工)이 가을 산에 들어가면은 / 畵史入秋山
해질녘의 먼 경치 그리려 하나니 / 意匠在遠暮
서리 숲은 단청으로 풍요로운데 / 霜林饒丹靑
찬 햇볕이 하얀 깁을 대신하누나 / 冷陽替絹素
골짝 입구 갑자기 넓게 벌어져 / 洞門忽廣坼
수레 백 대도 나란히 몰 수 있겠군 / 百車可並驅
숲은 첩첩 아스라이 어리비치고 / 疊樹遠掩映
누(樓)는 층층 반만이 얼굴 내미네 / 層閣半呈露
여라 넝쿨 무성한 길에 마중 나온 노승을 보니 / 老僧候蘿逕
장삼 굴갓 차림새가 괴이하구려 / 巾衲詭制度
은근히 먼 길을 위로하면서 / 慇懃勞遠途
합장으로 대신하며 예의를 갖추네 / 合掌成禮數
나를 끌어 절 문으로 발을 들이자 / 引我入寺門
눈이 놀라 몇 번이고 돌아보는 걸 / 眩轉勞眄顧
사천왕상 우뚝허니 앞을 막으니 / 巨靈屹當前
팔다리 느닷없이 벌벌 떨려라 / 手脚實危怖
벌린 입은 찢겨져 눈까지 닿았고 / 張口裂至目
불거진 두 눈깔엔 황금 발랐군 / 突睛黃金鍍
귓속에서 뽑아낸 두 마리 뱀은 / 耳中拔雙蛇
꿈틀꿈틀 독 안개 뿜어내는 듯 / 蜿蜒若射霧
제멋대로 비파를 끼고도 있고 / 汗漫擁琵琶
알록달록한 칼 끈을 쥐고도 있네 / 落莫執劍韄
힘을 써서 요귀의 배를 밟으니 / 努力蹋鬼腹
그 요귀 혀와 눈이 모두 튀어나왔네 / 鬼目舌並吐
단풍나무 귀신은 팔이 잘려 떨어지고 / 楓魖腕鑿落
대나무 귀신은 손톱이 갈큇발 같아 / 竹魈爪回互
벽라의 옷깃 어깨를 덮고 / 覆肩薜蘿襟
호피의 바지로 배를 가렸네 / 掩肚虎皮袴
괴룡이랑 가뭄 귀신은 / 乖龍及旱魃
꽁무니와 뿔이 서로 엉겨 붙었고 / 尻角相依附
우레 치는 귀신이랑 바람 귀신은 / 雷公與飛廉
부리나 이마가 유독 타고난 자질이라 / 嘴額獨天賦
엎치락뒤치락 갖신 밑에 숨어 / 顚倒竄鞾底
팔다리 돌려대며 허공에 허우적이네 / 爬空匝臂股
불전은 깊은 골짝이라 몹시 차가워 / 佛殿寒洞天
용마루 서까래만 햇볕 겨우 드네 / 甍桷纔容煦
황금빛과 푸른빛 번쩍번쩍 눈부실 지경 / 金碧閃相奪
해를 보니 저절로 눈이 침침해지네 / 視陽自昏瞀
창문을 아로새겨 연꽃 이루고 / 雕窓成菡萏
파닥파닥 가마우지는 멱을 감누나 / 翩翩浴鶿鷺
연리화(連理花)는 붉은 꽃받침 함께하고 / 連理幷紫蔕
비익조(比翼鳥)는 푸른 목이 하나로 되었네 / 比翼結翠嗉
예쁜 아이 검은 용의 구슬을 손에 놀리고 / 妖童弄驪珠
고운 계집 새장에다 봉새 기르네 / 豔女調鳳笯
칠성(七星)의 관원님들 시위(侍衛)를 거느리고 / 星官從羽衛
구름 타고 경포에 모여드누나 / 步雲集瓊圃
영롱 세계 두루두루 구경코 나니 / 玲瓏罷周覽
서글퍼서 마음이 무너지는걸 / 悵然使心斁
도리어 꿈속에서 경치를 보면 / 還如夢中景
어두침침해서 늘 비 내리는 날과 같고 / 沈沈常雨雨
시름 속에 밥을 먹으면 / 又似愁裏饍
눈앞에 성찬이 있어도 배불리 못 먹는 것과도 같네 / 滿眼不飽饇
비로소 알괘라 괴이한 구경은 / 始知詭異觀
즐거움 극에 달하면 되려 운치 없음을 / 樂極還無趣
내 진작 들었노라 석가여래는 / 我聞牟尼佛
코와 눈이 본래 추악했는데 / 鼻眼本醜惡
뒷세상 사람들이 더럽게 여겨 / 或恐後世人
애모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 嘔穢不愛慕
저 경박한 제(齊)ㆍ양(梁)의 아이놈들이 / 輕儇齊梁兒
제멋대로 화상과 소상(塑像) 만드니 / 私意傅繪塑
어떤 건 아주 작아 팥알 같건만 / 幺麽或如豆
전생을 깨달은 것처럼 해 놓고 / 前生若可悟
우람하기 짝이 없는 장륙불상(丈六佛像)은 / 塊然丈六身
다리 하나가 수레를 다 차지할 만하네 / 一肢可專輅
감괘(坎卦)처럼 손가락들을 맞대었는데 / 箇箇指連坎
크고 작은 손가락들 모두 곱고 예쁘네 / 巨細悉媺嫮
부처에게 더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 於佛更何有
알고 보면 이런 꾀는 모두 잘못이지 / 此計儘錯誤
그렇게 해서 부처를 높이려는 수작이 / 所以尊之者
도리어 극심한 비방을 초래하였지 / 還自極訿䜑
이러쿵저러쿵 곱네 밉네 해도 / 紛紛姸蚩間
혜심은 응당 예전 그대로겠지 / 慧心應如故
빙 두른 팔십 칸 행랑을 보소 / 回廊八十間
넓고 넓도다 장경판고(藏經板庫)여 / 蕩蕩藏經庫
거울처럼 윤이 나는 옻칠한 판자 / 漆板明如鏡
좀이 못 들게 소금물에 삶아 냈다지 / 烹鹽備蟫蠹
차곡차곡 쌓아서 얼음 창고 같은데 / 委積若凌陰
실명한 듯 깜짝 놀라 제대로 보질 못하겠네 / 失目驚瞿瞿
비하자면 늘어선 비단 가게와 같아 / 譬如列錦肆
- 원문 빠짐 - / □□□□□
방패들이 늘어선 듯 짜임새 있게 놓였고 / 織織比盾干
댓가지 꽂아 논 듯 촘촘히 쌓였네 / 簀簀揷箘簵
서성대며 시험 삼아 뽑아다 보니 / 徘徊試抽看
주석조차 없어서 도무지 모르겠지만 / 茫然失箋註
괴이한 빛이 때로 터져 나오니 / 光怪時迸發
오금이 용광로에 녹아 있는 양 / 五金入鎔鑄
뉘 능히 승법을 풀이할 건고 / 誰能說乘法
갈대배 타고 바다 건넌 사람 없으니 / 無人□蘆渡
뜰에서 거닐 땐 침도 못 뱉어 / 步庭不敢唾
밥알이 떨어져도 주워 먹겠군 / 粒墜堪拾哺
섬돌 틈엔 개밋둑도 없고 / 除級無封螘
기와 이음매엔 새들도 깃들지 않네 / 瓦縫絶棲羽
쓸지 않아도 절로 먼지가 없어 / 不掃自無塵
조촐해라 봄비로 씻긴 듯하네 / 淨若沐新澍
찬바람이 으스스하니 / 寒風□瑟然
온갖 신이 남몰래 꾸짖으며 지켜주나 봐 / 百神陰呵護
묻노라 그 누가 이 절 지었노 / 問誰剏此寺
나라를 기울일 재물 축냈네 / 傾國致財賂
옛날 옛적에 천흉의 중이 / 宿昔穿胸僧
바다를 건너와 살았다는데 / 浮海常來寓
그 조각상은 새까매 까마귀 같고 / 厥像黑如烏
비쩍 말라서 할망구 같았네 / 崎嶇若老嫗
경(經) 새기던 처음 일을 남김없이 말하는데 / 緬言刻經初
황당하고 괴이하여 후려잡기 어려워라 / 荒怪難討□
이씨 성에 이름은 거인이란 자 / 李氏名居仁
부처에 아첨하여 복을 비는데 / 媚佛求嘏祚
그 집에는 눈 셋 박힌 개가 생겨나 / 家産三眼狗
어린애 기르듯이 곱게 길렀네 / 愛養如養孺
그 개가 달아나 뵈지 않으니 / 狗去不知處
갑자기 보살펴 준 은공을 잊어버린 듯했네 / 忽若忘濡呴
나중에 몸이 죽어 황천에 가서 / 及死到黃泉
어떤 한 신인(神人)을 만났었는데 / 乃與神人遌
그 신인 개마냥 눈이 셋이라 / 三目亦如狗
깜짝 놀라 반기며 몰래 부탁했더니 / 驚喜潛囑喩
주인님 은혜에 실로 감동해 / 實感主人恩
신령의 도움으로 깨어나게 할 터이니 / 冥祐行□寤
원컨대 팔만의 게(偈)를 새기어 / 願刻八萬偈
불사를 널리널리 전파해 달라 했네 / 佛事廣傳布
땀을 쭉 쏟으며 꿈 깨듯 일어나니 / 汗發若夢寐
시원스레 묵은 병이 달아났어라 / 洒然去沈痼
친척들이 입관(入棺) 소렴(小斂) 서두는 동안 / 親戚謀棺斂
고을과 이웃에선 부조 보냈네 / 鄕隣致賵賻
신인이 한 말에 감격이 되어 / 感激神所言
온갖 불경 판목에 새기었다니 / 全經剞劂付
이 일은 진실로 황당하여라 / 此事誠荒唐
아득한 옛날 일을 거슬러 오를 수 없으니 / 邃古非可遡
설령 진짜 이런 일이 있다 하여도 / 且令眞有是
유자(儒者)로선 마음에 둘 일이 아닐세 / 儒者所不措
십삼경을 생각하면 탄식이 절로 / 所歎十三經
머나먼 연경(燕京)의 시장까지 달려가 사 오질 않나 / 遠購燕市騖
저네들은 한 사람의 힘만으로도 / 彼能一人力
천년토록 굳건하게 경판을 전하였구나 / 刻板千載固
아침나절 학사대에 올라 보니 / 朝上學士臺
문창후(文昌侯)를 만날 것도 같구만 그래 / 文昌如可晤
이분이 신선을 하 좋아하여 / 此子喜神仙
종신토록 장가 두 번 안 들었다네 / 終身不再娶
도를 얻어 갑자기 하늘 오르니 / 得道忽飛昇
신발 두 짝 숲 언덕에 버려두었네 / 雙履遺林步
황제(黃帝)가 비록 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하지만 / 軒轅雖騎龍
교산에는 상기도 무덤이 있네 / 喬山尙有墓
선탑(禪榻)에 기대어 밤을 묵으니 / 暝宿倚禪榻
초승달엔 이지러진 두꺼비와 옥토끼 / 初月缺蟾兎
금탑에선 풍경이 땡그랑 울고 / 金塔鳴風鐸
옥등잔엔 심지가 무지개 이루었네 / 玉燈貫虹炷
청아한 범패 소리 어고(魚鼓) 흔들고 / 淸梵搖魚□
바람 소리 일어나 고루 퍼지네 / 虛籟發鈞濩
[주C-001]해인사(海印寺) : 연암이 지리산 아래 경상도 안의현(安義縣)에서 사또로 지내던 1790년대 전반기의 창작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이 있는 글로 1795년(정조 19) 음력 9월에 지은 해인사창수시서(海印寺唱酬詩序)가 《연암집》 권1에 실려 있다.
[주D-001]찬 …… 대신하누나 : 찬 햇볕이 비치는 가운데 울긋불긋 단풍이 든 광경을 하얀 비단 위에 채색 그림을 그린 것에 비유한 표현이다.
[주D-002]제멋대로 …… 있고 : 사천왕(四天王) 중 북방(北方)을 수호하는 다문천(多聞天)은 비파를 들고 있다.
[주D-003]알록달록한 …… 있네 : 사천왕 중 동방(東方)을 수호하는 지국천(持國天)은 칼을 들고 있다.
[주D-004]벽라(薜蘿) : 넝쿨식물인 벽려(薜荔 : 줄사철나무)와 여라(女蘿 : 소나무겨우살이)를 가리킨다. 《초사(楚辭)》 구가(九歌) 중 산귀(山鬼)에, 산신(山神)을 뜻하는 산귀는 벽려로 옷을 삼아 입고 여라로 띠를 삼아 두른다고 하였다. 은자(隱者)의 의복을 ‘벽라’라고 하기도 한다.
[주D-005]괴룡(乖龍) : 전설에 나오는 나쁜 용으로, 비를 내려주기를 싫어해서 온갖 방법으로 숨지만 결국 뇌신(雷神)에게 붙잡히고 만다고 한다. 《茅亭客話 卷5》
[주D-006]연리화(連理花) : 한 꽃받침에 꽃이 두 개 달린 병체화(幷蔕花)를 말한다. 사랑하는 부부를 상징한다.
[주D-007]비익조(比翼鳥) : 날개 하나에 눈이 하나인 암수 새 둘이 한 몸이 되어 난다는 전설상의 새이다.
[주D-008]푸른 목〔翠嗉〕 : 《규장전운(奎章全韻)》에 ‘嗉’를 ‘새의 목〔鳥吭〕’이라 새겼다.
[주D-009]칠성(七星)의 관원님들 : 칠성각(七星閣)에 모신 북두칠성의 신을 가리킨다.
[주D-010]경포(瓊圃) : 신선이 산다는 동산을 말한다.
[주D-011]마음이 무너지는걸 : 원문의 ‘斁’은 거성(去聲) 우운(遇韻)으로 압운을 했으므로 ‘두’로 읽어야 한다. 《규장전운(奎章全韻)》에 ‘斁’를 ‘敗也’라 새겼다.
[주D-012]제(齊)ㆍ양(梁)의 아이놈들이 : 제 나라와 양 나라는 남조(南朝)에 세워진 나라들로서 당시에 중국의 불교가 가장 극성하였으므로 그 나라 사람들을 경멸하여 부른 말이다.
[주D-013]제멋대로 …… 만드니 : 원문의 ‘傅’가 이본에는 ‘傳’ 자로 되어 있으나, 채색한다는 뜻의 ‘傅’를 취하여 새겼다.
[주D-014]우람하기 짝이 없는 : 원문은 ‘塊然’인데, 이본에 따라 ‘瑰然’으로도 되어 있지만 ‘높고 크다’는 그 뜻은 마찬가지이다.
[주D-015]감괘(坎卦)처럼 손가락들을 맞대었는데 : 감중련(坎中連)이라고 하여 음효(陰爻) 가운데 양효(陽爻)가 끼여 있는 감괘 모양으로 소지(小指)를 대지(大指)와 맞닿게 한 인상(印相)을 말한다.
[주D-016]크고 …… 예쁘네 : 부처는 전생에 베푼 선행의 결과로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날 때 32가지 길상(吉相)을 갖추었는데, 그중의 하나로 손가락이 가늘고 길어 예뻤다고 한다. 《大智度論 卷4》
[주D-017]혜심(慧心) : 불교 용어로, 진리를 달관할 수 있는 밝은 마음을 말한다.
[주D-018]장경판고(藏經板庫) : 팔만대장경판을 모신 건물로, 남북으로 마주 보는 수다라장(修多羅藏)과 법보전(法寶殿)의 두 채로 되어 있다.
[주D-019]거울 : 원문은 ‘鏡’인데, 이본에는 ‘鑑’으로 되어 있다.
[주D-020]오금(五金) : 금ㆍ은ㆍ구리ㆍ철ㆍ주석 등 다섯 가지 금속을 말한다.
[주D-021]승법(乘法) : 행인을 실어 목적지에 이르게 하는 수레〔車乘〕에다 부처의 교법을 비유한 말이다.
[주D-022]갈대배 …… 없으니 : 보리달마(菩提達磨)가 남인도에서 갈대로 만든 배를 타고 포교하러 중국에 건너온 고사를 거론한 것이다. 보리달마와 같은 고승이 없다는 뜻이다. 시문에서 ‘折蘆渡江’ ‘折蘆渡水’ ‘折蘆渡海’ 등의 표현이 종종 보이므로, 빠진 글자는 ‘折’ 자가 아닌가 한다. 《河南通志 表》 《學言稿 卷2 送無悅上人歸高句麗》
[주D-023]천흉(穿胸) : 중국 남방의 이민족 중의 하나이다. 《이아(爾雅)》에서 ‘육만(六蠻)’에 대한 이순(李巡)의 주석에 “육만은 천축(天竺), 해수(咳首), 초요(僬僥), 기종(跂踵), 천흉(穿胸), 담이(儋耳), 구지(狗軹), 방척(旁脊)이다.”라고 하였다. 천흉족은 가슴에 구멍이 나 있어, 그중의 귀인들은 그 구멍에 긴 장대를 꿰어 가지고 두 사람이 떠메게 하여 다닌다고 한다.
[주D-024]옛날 …… 같았네 : 해인사의 조사당(祖師堂)에 모셔져 있던 희랑조사상(希郞祖師像)을 묘사한 것이다. 신라 말의 고승이었던 희랑(希郞)은 고려 태조가 후백제의 견훤과 싸울 때 큰 도움을 주어 그 보답으로 해인사를 크게 중건할 수 있었다. 세간에서는 그 유래를 모르고 조사상이 천흉국(穿胸國) 사람의 모습이라는 설이 있었다고 한다. 《雅亭遺稿 卷3 伽倻山記》
[주D-025]후려잡기 어려워라 : 원문의 빠진 글자는 문맥과 운자(韻字)로 보아, 토포(討捕)의 ‘捕’ 자가 아닌가 한다.
[주D-026]이씨 …… 자 : 이거인(李居仁)은 신라 문성왕(文聖王) 때 합천의 이서(里胥)로서, 왕을 설득하여 해인사의 사간장경판(寺刊藏經板)을 만들게 했다는 인물이다. 이하 시의 내용은 그와 관련한 영험담(靈驗談)을 전한 것이다.
[주D-027]갑자기 …… 듯했네 :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샘물이 말라 버리니 물고기들이 함께 뭍에 처하여, 서로 촉촉한 입김을 불어 주고 입의 거품으로 적셔 주었으나, 강호에서 피차 잊고 지내느니만 못하였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고 하였다. 그러므로 원문의 ‘忘濡呴’는 어려울 때 도와준 사실을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주D-028]십삼경 : 한(漢) 나라 때 학관(學官)에 세운 《역경(易經)》, 《시경(詩經)》, 《서경(書經)》, 《예기(禮記)》, 《춘추(春秋)》의 5경에다, 당(唐) 나라 때 《주례(周禮)》, 《의례(儀禮)》, 《공양전(公羊傳)》, 《곡량전(穀梁傳)》을 합쳐 9경이 되었고, 여기에 다시 《효경(孝經)》, 《논어(論語)》, 《이아(爾雅)》를 보태 12경이라 했다. 송(宋) 나라 때 다시 《맹자(孟子)》를 보탰으며, 명(明) 나라 때 이들을 합쳐 13경이라 일컬었다.
[주D-029]문창후(文昌侯) : 최치원(崔致遠)은 고려 현종(顯宗) 때 문창후에 추시(追諡)되고 문묘(文廟)에 배향되었다.
[주D-030]교산(喬山)에는 …… 있네 : 교산은 황제(黃帝)를 장사 지냈다는 곳이다. 교산(橋山)이라고도 한다. 《열선전(列仙傳)》에, 황제를 교산에 장사 지냈더니 산언덕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묘에 시신이 사라지고 단지 칼과 신발만 남았다고 한다.
[주D-031]두꺼비와 옥토끼 : 달에 산다는 요정이다. 보름달이 아니면 그들의 모습이 온전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주D-032]어고(魚鼓) : 원문에는 ‘魚’ 자 다음에 한 글자가 빠졌으나, ‘鼓’ 자가 아닌가 한다. 어고는 곧 목어(木魚)로서, 나무를 깎아 잉어 모양을 만들고 속을 파낸 것으로 불사(佛事) 할 때 두들긴다.
[주D-033]바람 소리〔虛籟〕 :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천뢰(天籟), 지뢰(地籟), 인뢰(人籟)가 있다고 했다. 바람 소리는 천뢰로서, 허뢰(虛籟)라고도 한다.
[주D-001]찬 …… 대신하누나 : 찬 햇볕이 비치는 가운데 울긋불긋 단풍이 든 광경을 하얀 비단 위에 채색 그림을 그린 것에 비유한 표현이다.
[주D-002]제멋대로 …… 있고 : 사천왕(四天王) 중 북방(北方)을 수호하는 다문천(多聞天)은 비파를 들고 있다.
[주D-003]알록달록한 …… 있네 : 사천왕 중 동방(東方)을 수호하는 지국천(持國天)은 칼을 들고 있다.
[주D-004]벽라(薜蘿) : 넝쿨식물인 벽려(薜荔 : 줄사철나무)와 여라(女蘿 : 소나무겨우살이)를 가리킨다. 《초사(楚辭)》 구가(九歌) 중 산귀(山鬼)에, 산신(山神)을 뜻하는 산귀는 벽려로 옷을 삼아 입고 여라로 띠를 삼아 두른다고 하였다. 은자(隱者)의 의복을 ‘벽라’라고 하기도 한다.
[주D-005]괴룡(乖龍) : 전설에 나오는 나쁜 용으로, 비를 내려주기를 싫어해서 온갖 방법으로 숨지만 결국 뇌신(雷神)에게 붙잡히고 만다고 한다. 《茅亭客話 卷5》
[주D-006]연리화(連理花) : 한 꽃받침에 꽃이 두 개 달린 병체화(幷蔕花)를 말한다. 사랑하는 부부를 상징한다.
[주D-007]비익조(比翼鳥) : 날개 하나에 눈이 하나인 암수 새 둘이 한 몸이 되어 난다는 전설상의 새이다.
[주D-008]푸른 목〔翠嗉〕 : 《규장전운(奎章全韻)》에 ‘嗉’를 ‘새의 목〔鳥吭〕’이라 새겼다.
[주D-009]칠성(七星)의 관원님들 : 칠성각(七星閣)에 모신 북두칠성의 신을 가리킨다.
[주D-010]경포(瓊圃) : 신선이 산다는 동산을 말한다.
[주D-011]마음이 무너지는걸 : 원문의 ‘斁’은 거성(去聲) 우운(遇韻)으로 압운을 했으므로 ‘두’로 읽어야 한다. 《규장전운(奎章全韻)》에 ‘斁’를 ‘敗也’라 새겼다.
[주D-012]제(齊)ㆍ양(梁)의 아이놈들이 : 제 나라와 양 나라는 남조(南朝)에 세워진 나라들로서 당시에 중국의 불교가 가장 극성하였으므로 그 나라 사람들을 경멸하여 부른 말이다.
[주D-013]제멋대로 …… 만드니 : 원문의 ‘傅’가 이본에는 ‘傳’ 자로 되어 있으나, 채색한다는 뜻의 ‘傅’를 취하여 새겼다.
[주D-014]우람하기 짝이 없는 : 원문은 ‘塊然’인데, 이본에 따라 ‘瑰然’으로도 되어 있지만 ‘높고 크다’는 그 뜻은 마찬가지이다.
[주D-015]감괘(坎卦)처럼 손가락들을 맞대었는데 : 감중련(坎中連)이라고 하여 음효(陰爻) 가운데 양효(陽爻)가 끼여 있는 감괘 모양으로 소지(小指)를 대지(大指)와 맞닿게 한 인상(印相)을 말한다.
[주D-016]크고 …… 예쁘네 : 부처는 전생에 베푼 선행의 결과로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날 때 32가지 길상(吉相)을 갖추었는데, 그중의 하나로 손가락이 가늘고 길어 예뻤다고 한다. 《大智度論 卷4》
[주D-017]혜심(慧心) : 불교 용어로, 진리를 달관할 수 있는 밝은 마음을 말한다.
[주D-018]장경판고(藏經板庫) : 팔만대장경판을 모신 건물로, 남북으로 마주 보는 수다라장(修多羅藏)과 법보전(法寶殿)의 두 채로 되어 있다.
[주D-019]거울 : 원문은 ‘鏡’인데, 이본에는 ‘鑑’으로 되어 있다.
[주D-020]오금(五金) : 금ㆍ은ㆍ구리ㆍ철ㆍ주석 등 다섯 가지 금속을 말한다.
[주D-021]승법(乘法) : 행인을 실어 목적지에 이르게 하는 수레〔車乘〕에다 부처의 교법을 비유한 말이다.
[주D-022]갈대배 …… 없으니 : 보리달마(菩提達磨)가 남인도에서 갈대로 만든 배를 타고 포교하러 중국에 건너온 고사를 거론한 것이다. 보리달마와 같은 고승이 없다는 뜻이다. 시문에서 ‘折蘆渡江’ ‘折蘆渡水’ ‘折蘆渡海’ 등의 표현이 종종 보이므로, 빠진 글자는 ‘折’ 자가 아닌가 한다. 《河南通志 表》 《學言稿 卷2 送無悅上人歸高句麗》
[주D-023]천흉(穿胸) : 중국 남방의 이민족 중의 하나이다. 《이아(爾雅)》에서 ‘육만(六蠻)’에 대한 이순(李巡)의 주석에 “육만은 천축(天竺), 해수(咳首), 초요(僬僥), 기종(跂踵), 천흉(穿胸), 담이(儋耳), 구지(狗軹), 방척(旁脊)이다.”라고 하였다. 천흉족은 가슴에 구멍이 나 있어, 그중의 귀인들은 그 구멍에 긴 장대를 꿰어 가지고 두 사람이 떠메게 하여 다닌다고 한다.
[주D-024]옛날 …… 같았네 : 해인사의 조사당(祖師堂)에 모셔져 있던 희랑조사상(希郞祖師像)을 묘사한 것이다. 신라 말의 고승이었던 희랑(希郞)은 고려 태조가 후백제의 견훤과 싸울 때 큰 도움을 주어 그 보답으로 해인사를 크게 중건할 수 있었다. 세간에서는 그 유래를 모르고 조사상이 천흉국(穿胸國) 사람의 모습이라는 설이 있었다고 한다. 《雅亭遺稿 卷3 伽倻山記》
[주D-025]후려잡기 어려워라 : 원문의 빠진 글자는 문맥과 운자(韻字)로 보아, 토포(討捕)의 ‘捕’ 자가 아닌가 한다.
[주D-026]이씨 …… 자 : 이거인(李居仁)은 신라 문성왕(文聖王) 때 합천의 이서(里胥)로서, 왕을 설득하여 해인사의 사간장경판(寺刊藏經板)을 만들게 했다는 인물이다. 이하 시의 내용은 그와 관련한 영험담(靈驗談)을 전한 것이다.
[주D-027]갑자기 …… 듯했네 :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샘물이 말라 버리니 물고기들이 함께 뭍에 처하여, 서로 촉촉한 입김을 불어 주고 입의 거품으로 적셔 주었으나, 강호에서 피차 잊고 지내느니만 못하였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고 하였다. 그러므로 원문의 ‘忘濡呴’는 어려울 때 도와준 사실을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주D-028]십삼경 : 한(漢) 나라 때 학관(學官)에 세운 《역경(易經)》, 《시경(詩經)》, 《서경(書經)》, 《예기(禮記)》, 《춘추(春秋)》의 5경에다, 당(唐) 나라 때 《주례(周禮)》, 《의례(儀禮)》, 《공양전(公羊傳)》, 《곡량전(穀梁傳)》을 합쳐 9경이 되었고, 여기에 다시 《효경(孝經)》, 《논어(論語)》, 《이아(爾雅)》를 보태 12경이라 했다. 송(宋) 나라 때 다시 《맹자(孟子)》를 보탰으며, 명(明) 나라 때 이들을 합쳐 13경이라 일컬었다.
[주D-029]문창후(文昌侯) : 최치원(崔致遠)은 고려 현종(顯宗) 때 문창후에 추시(追諡)되고 문묘(文廟)에 배향되었다.
[주D-030]교산(喬山)에는 …… 있네 : 교산은 황제(黃帝)를 장사 지냈다는 곳이다. 교산(橋山)이라고도 한다. 《열선전(列仙傳)》에, 황제를 교산에 장사 지냈더니 산언덕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묘에 시신이 사라지고 단지 칼과 신발만 남았다고 한다.
[주D-031]두꺼비와 옥토끼 : 달에 산다는 요정이다. 보름달이 아니면 그들의 모습이 온전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주D-032]어고(魚鼓) : 원문에는 ‘魚’ 자 다음에 한 글자가 빠졌으나, ‘鼓’ 자가 아닌가 한다. 어고는 곧 목어(木魚)로서, 나무를 깎아 잉어 모양을 만들고 속을 파낸 것으로 불사(佛事) 할 때 두들긴다.
[주D-033]바람 소리〔虛籟〕 :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천뢰(天籟), 지뢰(地籟), 인뢰(人籟)가 있다고 했다. 바람 소리는 천뢰로서, 허뢰(虛籟)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