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25. 10:57

경지(京之)에게 답함

 

 


작별할 때의 말씀이 여전히 잊히지 않지만, 이른바 ‘그대를 천리까지 전송해도 한 번 이별은 종당 있기 마련’인 것을 어찌하오리까. 다만 한 가닥 희미한 아쉬움이 하늘하늘 마음에 얽혀 있어, 마치 공중의 환화(幻花)가 어디선가 날아왔다가 사라지고 나서도 다시 하늘거리며 아름다운 것과 같습니다.
예전에 백화암(白華菴)에 앉았노라니, 암주(菴主)인 처화(處華) 스님이 먼 마을에서 바람 타고 들려오는 다듬이질 소리를 듣고는, 그의 비구(比丘)인 영탁(靈托)에게 게(偈)를 전하기를,
“ ‘탁탁’ 치는 소리와 ‘땅땅’ 울리는 소리 중에 어느 것이 먼저 들렸겠느냐?”
하니, 영탁이 손을 맞잡고 공손히 대답하기를,
“먼저도 아니고 나중도 아닌, 바로 그 사이에 들었습니다.”
하였습니다.
어제 그대가 여전히 정자 위에서 난간을 따라 배회하고 있을 때, 이 몸도 또한 다리 가에서 말을 세우고 있었는데,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가 아마 1리쯤 되었지요.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던 곳도 역시 바로 ‘그때’였는지 모르겠습니다.

 

 

別語關關。所謂送君千里。終當一別。柰何柰何。只有一端弱緖。飄裊纏綿。如空裡幻花。來郤無從。去復婀娜耳。頃坐百華菴。菴主處華。聞遠邨風砧。傳偈其比。北霛托曰。㧻㧻礑礑。落得誰先。托拱手曰。不先不後。聽是那際。昨日足下。猶於亭上。循欄徘徊。僕亦立馬橋頭。其間相去。已爲里許。不知兩相望處。還是那際。



 

[주D-001]작별할 …… 않지만 : 원문은 ‘別語關關’인데, ‘關關’은 《시경》 관저(關雎)에 나오는 표현으로, 원래는 새들이 서로 짝을 그리워하면서 울음소리로 화답함을 뜻한다.
[주D-002]그대를 …… 마련 : 멀리까지 전송할 것이 없다고 상대방을 위로하는 말로, 전송하는 사람을 만류할 때 흔히 쓰는 속담이다. 《수호전(水滸傳)》에서 무송(武松)이 송강(宋江)을 만류하며 “형님은 멀리 전송할 것 없소이다. 속담에 ‘그대를 천리까지 전송해도 끝내 한 번은 이별해야 한다.’고 했소.〔尊兄不必遠送 常言道 送君千里 終須一別〕”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