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할아버지 연암박지원 및 환재공
두 번째 편지
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25. 10:58
두 번째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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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하고 정밀하게 글을 읽기로는 포희씨(庖犧氏)와 대등할 이 뉘 있겠습니까. 글의 정신과 의태(意態)가 우주에 널리 펼쳐 있고 만물에 흩어져 있으니, 우주 만물은 단지 문자나 글월로 표현되지 않은 문장입니다.
후세에 명색이 부지런히 글을 읽는다는 자들은 엉성한 마음과 옅은 식견으로 마른 먹과 낡은 종이 사이에 시력을 쏟아 그 속에 있는 좀오줌과 쥐똥이나 찾아 모으고 있으니, 이는 이른바 “술찌끼를 잔뜩 먹고 취해 죽겠다.” 하는 격이니 어찌 딱하지 않겠습니까.
저 허공 속에 날고 울고 하는 것이 얼마나 생기가 발랄합니까. 그런데 싱겁게도 새 ‘조(鳥)’라는 한 글자로 뭉뚱그려 표현한다면 채색도 묻혀 버리고 모양과 소리도 빠뜨려 버리는 것이니, 모임에 나가는 시골 늙은이의 지팡이 끝에 새겨진 것과 무엇이 다를 게 있겠습니까.
더러는 늘 하던 소리만 하는 것이 싫어서 좀 가볍고 맑은 글자로 바꿔 볼까 하여 새 ‘금(禽)’ 자로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글만 읽고서 문장을 짓는 자들에게 나타나는 병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푸른 나무로 그늘진 뜰에 철 따라 우는 새가 지저귀고 있기에, 부채를 들어 책상을 치며 마구 외치기를, “이게 바로 내가 말하는 ‘날아갔다 날아오는’ 글자요, ‘서로 울고 서로 화답하는’ 글월이다. 다섯 가지 채색을 문장(文章)이라 이를진대 문장으로 이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다. 오늘 나는 참으로 글을 읽었다.” 하였습니다.
讀書精勤。孰與庖犧。其神精意態。佈羅六合。散在萬物。是特不字不書之文耳。後世號勤讀書者。以麁心淺識。蒿目於枯墨爛楮之間。討掇其蟫溺鼠渤。是所謂哺糟醨而醉欲死。豈不哀哉。彼空裡飛鳴。何等生意。而寂寞以一鳥字。抹摋沒郤彩色。遺落容聲奚异乎。赴社邨翁。杖頭之物耶。或復嫌其道常。思變輕淸。換箇禽字。此讀書作文者之過也。朝起
綠樹蔭庭。時鳥鳴嚶。擧扇拍案。胡叫曰。是吾飛去飛來之字。相鳴相和之書。五釆之謂文章。則文章莫過於此。今日僕讀書矣。
[주D-001]시골 …… 것 : 나라에서 경로(敬老)의 뜻으로 노인들에게 하사하던 구장(鳩杖)을 가리킨다. 지팡이 끝에 비둘기 모양을 새겼다.
[주D-002]다섯 …… 이를진대 : 다섯 가지 채색은 청(靑)ㆍ황(黃)ㆍ적(赤)ㆍ백(白)ㆍ흑(黑)을 가리킨다. 문장(文章)이란 말에는 원래 무늬나 문채(文彩)라는 뜻이 있다. 순자(荀子)의 부(賦)에 “다섯 가지 채색을 갖추어야 문장이 이루어진다.〔五采備而成文〕” 하였다.
[주D-002]다섯 …… 이를진대 : 다섯 가지 채색은 청(靑)ㆍ황(黃)ㆍ적(赤)ㆍ백(白)ㆍ흑(黑)을 가리킨다. 문장(文章)이란 말에는 원래 무늬나 문채(文彩)라는 뜻이 있다. 순자(荀子)의 부(賦)에 “다섯 가지 채색을 갖추어야 문장이 이루어진다.〔五采備而成文〕”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