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25. 11:00

두 번째 편지

 

 


그대가 사준(士俊)에게 돈 백 금(金)을 주면서 장사를 하라 했다니, 어찌 그리 적게 주었습니까. 결국에는 사준이 빈손으로 돌아올 것이니, 그대는 그때 가서 날더러 말을 아니해 주었다고 허물일랑 마시오.
무릇 한 집의 살림살이를 잘 다스리는 것이 천하의 정사를 다스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탕왕(湯王)의 땅은 사방 칠십 리요 문왕(文王)은 백 리의 땅으로 일어났는데, 맹자는 이를 구실로 삼아 걸핏하면 은 나라와 주 나라의 예를 끌어와 당시의 임금들을 설득했습니다. 그런데 등(滕) 나라로 말하자면 ‘임금을 제대로 만나 도를 행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이를 만했습니다. 등 나라 문공(文公) 같은 천하의 어진 임금이 군주로 있고, 허행(許行)과 진상(陳相) 같은 당시의 호걸이 백성으로 있었지만, 그런데도 등 나라를 떠난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그 형세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제(齊) 나라와 위(魏) 나라의 임금은 지극히 불초하지만, 그래도 못내 돌아보고 서성대며 차마 떠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그 토지가 넓고 인민이 많고 무기가 날카롭고 모든 물자가 풍부하여 그 형세를 이용하면 공(功)을 이루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맹자의 말에 “제 나라를 가지고서 왕천하(王天下)하기란 손바닥 뒤집기나 마찬가지이다.” 하고, 등 나라에 대해서는 “이리 잘라 저리 맞추면 거의 사방 오십 리가 될 것이니 큰 나라를 만들 수가 있다.” 하였던 것입니다. 스승의 도는 제 나라를 훨씬 높게 보고 등 나라를 낮추어 보는 것이 아닌데도 때에 따라 맹자가 굴신(屈伸)의 차이를 보인 것은 대국과 소국의 형세가 다르기 때문이요, 등 나라 땅이 은 나라나 주 나라보다 훨씬 작은 것이 아닌데도 맹자의 말과 실제 행동이 서로 어긋난 것은 삼대(三代)와 전국(戰國)이라는 고금(古今)의 시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足下予士俊百金而爲販。何其少予也。將見士俊空手而歸。其時足下勿咎僕不言也。夫能治一家之產者。與爲政於天下何異哉。湯之地方七十里。文王百里興。孟子以爲口實。動引殷周以說時君。至於滕。可謂得君而道可行矣。文公天下之賢君也而作之主。許行,陳常當時之豪傑也而爲之民。猶去之者何。勢不可也。齊魏之君。至不肖。猶眷顧徊徨。不忍去者。何也。以其土地之廣也。人民之衆也。兵甲之利也。貨賂之厚也。因其勢則易爲功爾。故其言曰。以齊王猶反手也。於滕則曰。截長補252_096b短。將五十里。可以爲大國師。道非加尊於齊。而有貶於滕也。時有屈伸者。大小之勢異也。滕之地非加小於殷周之國也。言實相戾者。古今之時異也


 



 

[주D-001]백 금(金) : 금(金)은 화폐 단위로서 시대마다 값이 다르다. 여기서 백 금은 엽전 백 냥을 가리킨다. 《열하일기》 옥갑야화(玉匣夜話)에 허생(許生)이 도적 두목에게 “천 명이 천 금을 약탈하면 각자의 몫이 얼마냐?〔千人掠千金 所分幾何〕”라고 묻자, 도적 두목은 “한 사람당 한 냥일 뿐이오.〔人一兩耳〕”라고 답하였다.
[주D-002]탕왕(湯王)의 …… 설득했습니다 : 《맹자》 공순추 상(公孫丑上)에 “왕자(王者)는 대국(大國)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탕 임금은 칠십 리의 땅으로 왕자가 되었고 문왕은 백 리의 땅으로 왕자가 되었다.〔王不待大 湯以七十里 文王以百里〕”고 하였다.
[주D-003]허행(許行)과 진상(陳相) : 허행은 농가(農家)에 속하는 학자로 초 나라 사람인데, 등 문공이 인정(仁政)을 베푼다는 소문을 듣고 등 나라로 귀의하였다. 진상은 초 나라 사람 진량(陳良)의 제자였으나, 역시 등 문공을 흠모하여 등 나라로 귀의한 뒤 허행의 학설에 공감하여 그의 제자가 되었다. 맹자는 중원(中原)으로 와서 유교를 배운 진량에 대해서만 ‘호걸지사(豪傑之士)’라고 하였다. 《孟子 滕文公上》
[주D-004]제 나라를 …… 마찬가지이다 : 《맹자》 등문공 상에 나오는 말이다.
[주D-005]이리 …… 있다 : 《맹자》 등문공 상에 나오는 말이다. 단 《맹자》에는 ‘큰 나라〔大國〕’가 아니라 ‘좋은 나라〔善國〕’를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주D-006]스승의 도 : 맹자는 나라 다스리는 법을 묻는 등 문공에게 정전법(井田法)과 학교 제도를 시행하는 등 선정(善政)을 베풀면 “왕자가 나오면 반드시 와서 그 법을 본받을 터이니, 이는 왕자의 스승이 되는 것이다.〔有王者起 必來取法 是爲王者師也〕”라고 하였다. 《孟子 滕文公上》 그러므로 여기서 ‘스승의 도’란 장차 왕도(王道)로 다스려질 나라의 모범이 되는 통치 방법을 뜻한다. 제 나라와 같은 대국뿐 아니라 등 나라와 같은 소국도 이러한 ‘스승의 도’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맹자의 주장이다.
[주D-007]굴신(屈伸) : ‘진퇴(進退)’와 같은 말이다. 벼슬에 나아가 포부를 펴거나, 아니면 물러나 은둔하는 것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