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25. 11:11

중관(仲觀)에게 보냄

 

 


내 듣건대 그대가 계우(季雨)와 절교했다고 하니 이 무슨 일이지요? 계우가 어질다면 절교해서는 안 되는 거고, 만약 불초하다면 그대가 바로잡아 주지 못하고 마침내 대대로 맺어 온 집안의 친분을 저버리는 것이니,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오? 어진 이와 절교하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이요 불초한 사람을 바로잡아 주지 않는 것은 어질지 못한 일이니, 그 시비곡직을 가리려 들진대 고을과 이웃의 부형들의 여론을 기다려야 할 것이 아니겠소. 상서로운 일을 저버리고 어진 일을 포기한 것은 그 책임이 그대에게 있다고 나는 생각하오.
예전 그대의 관례(冠禮)에 그대의 선고(先考)께서 자방(子方) 씨를 빈(賓)으로 뽑았고 백우(伯雨)가 실로 찬자(贊者)가 되어, 그들 두 사람이 그대를 붙들어 섬돌 위로 인도하고 축(祝)을 읽고 관을 씌워 주어 성인(成人)의 의식을 행하였으며, 술을 따라 제(祭)를 올려 그 복을 이루게 하고 절을 하고 자(字)를 지어 그 덕을 표방했으며, 띠와 신을 내려 주면서도 다 훈계하는 말을 하였소. 그런데 자방 씨와 백우가 죽은 뒤에 그들의 고아이자 어린 아우를 모른 척하여 그들의 혼령을 슬프게 한다면 그대가 마음이 편안하겠소? 돌아가신 분들이 생전과 같은 지각(知覺)이 없다 해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며, 만약에 지각이 있다고 한다면 어찌 두 아버님의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겠소.
무릇 관이란 머리에 얹는 것이요, 띠는 허리에 매는 것이요, 신은 발에 신고 다니는 것인데, 지금 그대는 관만 머리에 얹었지 그 덕은 얹지 않았고, 그 띠만 허리에 매었지 그 훈계의 말은 매지 않았고, 그 신만 발에 신었지 그 훈계는 실천하지 않고 있소. 이는 곧 얹은 관을 떨어뜨리고 맨 띠를 풀어 버리고 그 선대(先代)의 양가의 친목을 이어 가지 않는 것이니, 장차 어떻게 관 쓰고 띠 매고 옷 입고 신 신고 향리에 다닌단 말이오? 그대는 아무쪼록 생각해 보오.

 

 

僕聞足下絶季雨。此何事也。使季雨賢也。不可絶也。如其不肖也。子不能輔之。乃棄其世好。若之何夫絶賢。不祥不輔。不肖不仁也。如使平其曲直也。以俟鄕黨之父兄也。背祥棄仁。僕知責在足下也。昔子之冠也。子之先君子筮賓于子方氏。伯雨實爲之贊。揖子升階。祝而加之。以成其人。醮而祭之。以定其祥。拜而字之。以表其德。至于帶履。皆有訓命之辭。子方氏伯雨歿。不有其孤子弱弟。以戚其遊魂。子其安乎。使逝者無知也。不可忘也。如其有知也。獨無愧乎。二父之心乎。夫冠所以戴也。帶所以繫也。履所以踐也。今子冠而不戴其德。繫其帶而不繫其辭。踐其履而不踐其訓。是隳戴解繫。不武其先懿也。將何以冠帶衣履。以行于州閭哉。子其圖之。


 



 

[주D-001]도대체 어쩌자는 것이오 : 원문은 ‘若之何’인데, ‘若之何其’로 되어 있는 이본도 있다. 이는 《서경》이나 《시경》 등에서 종종 쓰이는 표현으로, ‘其’는 음절을 조정하는 조사(助詞)일 뿐 뜻이 없다.
[주D-002]자방(子方) 씨를 …… 되어 : 자방은 누구의 자(字)인지 알 수 없다. 관례를 행하기 3일 전에 주인은 중빈(衆賓) 가운데서 한 사람을 관례를 주관하는 빈(賓)으로 선택하고 길흉을 점치는데, 이를 서빈(筮賓)이라 한다. 빈은 자신을 돕는 찬자(贊者) 한 사람을 요청한다.
[주D-003]술을 …… 하고 : 삼가례(三加禮)를 마친 뒤에 빈(賓)이 관자(冠者)에게 술을 따르며 “절하고 술잔을 받아 제사를 올려 너의 복을 이루어라.〔拜受祭之 以定爾祥〕”라고 치사(致辭)한다. 《儀禮 士冠禮》
[주D-004]그들의 …… 아우 : 계우(季雨)를 가리킨다. 계우는 자방 씨의 아들이자 백우(伯雨)의 동생이었다.
[주D-005]두 아버님 : 중관(仲觀)의 부친과 백우(伯雨)ㆍ계우(季雨)의 부친 자방 씨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