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할아버지 연암박지원 및 환재공
북쪽 이웃의 과거 급제를 축하함
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25. 11:17
북쪽 이웃의 과거 급제를 축하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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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요행을 말할 때에는 ‘만의 하나〔萬一〕’란 말을 하지요. 어제 과거에 응시한 사람이 줄잡아 수만 명이나 되었지만 창명(唱名 급제자 발표)은 겨우 스무 명밖에 아니 되니 이야말로 만의 하나라 이를 만하지 않겠소.
시험장의 문에 들어갈 때 서로 밟고 밟히고 죽고 다치고 하는 자들이 수도 없으며, 형제끼리 서로 외치고 부르고 뒤지고 찾곤 하다가, 급기야 서로 만나게 되면 손을 잡고 마치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나 만난 듯이 여기니, 죽을 확률이 십분의 구라 이를 만하지요.
지금 그대는 능히 십중팔구 죽을 확률에서 벗어나서 만의 하나뿐인 이름을 얻었소. 나는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만의 하나뿐인 영광스러운 발탁을 미처 축하하기 전에, 속으로 사망률이 십분의 구에 달하는 그 위태로운 장소에 다시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것을 축하할 따름이오.
즉시 몸소 축하해야 마땅하겠으나, 나 역시 십분의 구의 죽음에서 벗어난 뒤라 지금 자리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으니 병이 조금 낫기를 기다려 주기 바라오.
凡言僥倖。謂之萬一。昨日擧人。不下數萬。而唱名纔二十。則可謂萬分之一。入門時相蹂躪。死傷無數。兄弟相呼喚搜索。及相得。握手如逢再生之人。其去死也。可謂十分之九。今足下能免十九之死。而乃得萬一之名。僕於衆中。未及賀萬分一之榮擢。而暗慶其不復入十分九之危場也。宜卽躬賀。而僕亦十分九之餘也。見方委臥呻楚。容候少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