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25. 11:35

중존(仲存)에게 보냄

 

 


매탕(梅宕)은 반드시 미친병이 발작하고 말 것이니, 그대는 아는지요? 그가 장연(長淵)에 있을 때 일찍이 금사산(金沙山)에 올라 큰 바다가 하늘에 닿을 듯이 파도치는 것을 보고서 스스로 자기 몸이 좁쌀만 한 것을 깨닫자, 갑자기 수심이 생겨서 마침내 탄식하며 말하기를,
“가령 저 탄환만 한 작은 섬이 여러 해 동안 기근이 든 데다 풍파가 하늘에 닿아서 구호식량마저 보낼 수 없다면 이를 어찌하나? 해적들이 몰래 일어나 바람에 돛을 올리고 침략해 와서 도망할 곳이 없게 된다면 이를 어찌하나? 용, 고래, 악어, 이무기가 육지를 타고 올라와 알을 까고 사람을 사탕수수 줄기처럼 마구 씹는다면 이를 어찌하나? 바다의 파도가 크게 넘쳐 마을을 갑자기 덮쳐 버린다면 이를 어찌하나? 바닷물이 멀리 옮겨 가 하루아침에 물길이 끊어지고 고립된 섬의 밑부분이 높이 솟구쳐 우뚝이 바닥을 보인다면 이를 어찌하나? 파도가 섬의 밑부분을 갉아먹어 부딪치고 넘치고 하길 오래 하여 흙도 돌도 지탱하기 어려워 물살에 무너지고 만다면 이를 어찌하나?”
하였다지요.
그의 의심과 염려가 이와 같으니 미치지 않고 어쩌겠소. 밤에 그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포복절도하여 손 가는 대로 써 보내는 거요.

 

 

梅宕必發狂疾。君知之乎。其在長淵。常登金沙山。大海拍天。自覺渺小。莽然生愁。乃發歎曰。假令彈丸小島。饑饉頻年。風濤黏天。不通賑貸。當奈何。海寇竊發。便風擧帆。逃遁無地。當奈何。龍鯨鼉蜃。緣陸而卵。噉人如麻。當柰何。海濤盪溢。渰覆邨閭。當柰何。海水遠移。一朝斷流。孤根高峙。嶷然見底。當柰何。波齧島根。潏汨旣久。土石難支。隨流而圮。當柰何。其疑慮如此。不狂而何。夜聽其言。不覺絶倒。信手錄去。


 



 

[주C-001]중존(仲存) : 연암의 처남인 이재성(李在誠)의 자이다.
[주D-001]매탕(梅宕) : 이덕무의 일호(一號)이다. 이덕무는 1768년 음력 10월 한양에서 황해도 장연(長淵)의 조니진(助泥鎭)까지 다녀온 여행일기인 서해여언(西海旅言)을 썼다. 서해여언 10월 12일 조에 조니진에 머물면서 장산곶(長山串)의 사봉(沙峯) 즉 금사산(金沙山)에 올라 대해를 바라보며, 연암이 편지에서 인용한 바와 같은 망상을 했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단 연암은 서해여언 중의 해당 내용을 조금 줄여 인용하였다. 《靑莊館全書 卷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