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대왕(正宗大王 정조대왕) 진향문(進香文) 대신하여 지은 것이다.|
정종대왕(正宗大王) 진향문(進香文) 대신하여 지은 것이다.
천 년 지나 성인 한 분 / 千載一聖
동방에서 왕위를 받으시니 / 誕膺東方
기자(箕子) 홍범(洪範)으로 다시 질서 세우고 / 箕範再敍
문운(文運) 거듭 창성했네 / 奎運重昌
공자(孔子) 생각 주공(周公) 마음 / 孔思周情
계승하고 본받아서 / 祖述憲章
크고 넓은 정책 펴니 / 宏規鴻猷
한ㆍ당조차 옹색하다 여기셨네 / 狹陋漢唐
재위하신 스물네 해 동안 / 二紀光御
한결같이 건강의 덕을 지켜 / 一德乾剛
궁원 호칭 바로잡고 / 號正宮園
선왕(先王)을 깊이 사모하셨네 / 慕深羹牆
총악 같은 간신 잘라 버리고 / 璁萼折萌
헌기 같은 외척 없애 버리니 / 憲冀鋤强
밝게 내건 큰 의리가 / 大義昭揭
모든 왕에 우뚝하네 / 卓冠百王
교화하고 상벌 주기 / 秩敍命討
우로(雨露) 같고 상설(霜雪) 같아 / 雨露雪霜
누가 감히 현혹하며 / 孰敢疑眩
누가 감히 속이리 / 孰敢譸張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즈음에 / 向背之際
군자와 소인이 판명되나니 / 斯判陰陽
저 일만 삼천 선비들 / 彼萬三千
어찌하여 광풍처럼 날뛰는가 / 云胡颷狂
군중으로써 위협하여 / 要脅以衆
우리나라의 법도(法度) 거스르니 / 悖我典常
말세 풍속 길을 헤매며 / 末俗昏衢
자빠지고 쓰러지네 / 醉顚汗僵
어찌 악취가 다르랴만 / 豈不異臭
같은 속셈 이게 웬일 / 柰此同腸
화복과 이해 따라 / 利害禍福
허둥대는 꼬락서니 / 所以披猖
그 원인을 따져 보면 / 究厥所原
망녕된 생각이 주가 된 것 / 妄度爲將
거센 물결 넘실넘실 / 滔滔狂瀾
뉘라 능히 막을쏜가 / 誰能力鄣
의리는 대소를 막론하고 / 理無巨細
털끝만 한 차이로 나뉜다네 / 析在毫芒
이 의리를 준수하는 자 / 嚴此義者
상서롭고 길하거니와 / 迺吉迺祥
이 이치를 등진 자는 / 北是理者
올빼미 아니면 승냥이라 / 爲梟爲狼
옛 성왕(聖王)의 훌륭하신 예절 / 皇王盛節
이 대방을 뉘 지키리 / 孰此大防
황극(皇極)에 모이고 귀의하게 하여 / 會極歸極
도를 따라 모두 선량하게 하니 / 與道偕臧
어허, 이 지극한 덕 / 嗚呼至德
뉘라서 잊게 하리 / 俾也可忘
용도각(龍圖閣)을 세우고 / 龍圖建閣
천책부(天策府)를 만드니 / 天策設廂
진실로 문무 갖추어 / 允文允武
그 공 그 꾀 아름답네 / 謨烈思皇
백사(百事)가 절도에 맞아 올바르시니 / 百度惟貞
이에 비로소 대양하였네 / 昉此對揚
형벌을 신중히 하고 농업을 중시하여 / 欽刑重農
일념으로 백성을 보살피시니 / 一念如傷
형벌을 감해 주신 은혜 뼈에 사무치고 / 恩蠲浹髓
내린 윤음(綸音) 빛나고 빛나 / 寶綸煌煌
모진 추위 심한 더위에도 / 祈寒盛暑
종묘 제사라면 몸소 나서고 / 必躬烝嘗
상신 더욱 중히 하니 / 尤重上辛
밝은 덕이 향기롭네 / 明德馨香
친히 지은 백 권 문집 / 御製百卷
성스러운 방략 원대하여라 / 聖謨洋洋
정주 학문 으뜸 삼고 / 學宗程朱
복희(伏羲) 황제(黃帝) 법통 이어 / 統接羲黃
대지 같고 바다 같은 학문으로 / 地負海涵
동방에 유교를 전파하셨네 / 吾道其東
세도(勢道) 물리치고 속악(俗樂) 바로잡기 / 黜霸正䵷
쇠를 긁어내고 쭉정이 솎아 내듯 / 剔鐵簸糠
열성조(列聖朝) 가법 따라 / 列聖家法
존화양이(尊華攘夷) 준수하고 / 式遵尊攘
춘추대의(春秋大義) 따라 / 一部陽秋
손수 조정의 기강 이끄시니 / 手提天綱
백성 중의 비범한 인물들 / 赤子龍蛇
임금께 대도(大道) 보였도다 / 示我周行
오늘날의 서학(西學)이란 / 今之西學
양주(楊朱) 묵적(墨翟)보다 심하기에 / 甚於墨楊
사서(邪書)를 불태우고 / 火其邪書
우리 백성 사람 되게 하셨네 / 人吾黔蒼
맹자(孟子)처럼 사설(邪說)을 물리치니 / 辭廓孟闢
우 임금처럼 크신 공로 / 功侔禹荒
선왕의 사업 잇고 앞길 개척해 / 繼往開來
세자 위해 좋은 계책 전했으니 / 燕詒元良
구여 칭송 드높고 / 九如頌騰
사중 노래 길었도다 / 四重歌長
요순의 도 한번 꽃피우리라 / 堯舜一花
은인을 용상(龍床) 앞에 두시더니 / 銀印在床
천만년 지나도록 / 謂千萬年
강녕(康寧) 길이 받으시리 믿었는데 / 永受色康
어쩌자고 하루저녁 / 胡寧一夕
하늘나라로 떠나셨소 / 遽遐雲鄕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 듯 / 地坼天崩
온 세상 사람들 부모를 여읜 듯이 여기네 / 率土如喪
남방에서 부음 듣고 / 奉諱南服
북을 향해 통곡하네 / 長號北望
팔도 백성 모두 엎디어 절하며 / 頓顙八埏
천지 일월 아득아득 / 宇宙茫茫
산과 바다도 슬피 울고 / 山哀海哭
피눈물이 눈에 가득 / 血淚盈眶
지난날 깊은 인덕(仁德) / 驗昔深仁
이 큰 슬픔 보니 알겠도다 / 觀此巨創
수렴하신 성모님이 / 聖母垂簾
희정당에 납시어서 / 熙政一堂
원우의 덕 짝하시고 / 媲懿元祐
주강 미덕 이으시사 / 嗣徽周姜
어린 임금 도우시니 / 保佑聖躬
황상원길(黃裳元吉)과 화합하도다 / 吉叶黃裳
하늘이 지으신 화성에는 / 天作華城
뽕나무 가래나무 우거졌네 / 有菀梓桑
가까이 선침 있어 / 仙寢密邇
대왕을 장차 모시리라 / 劍舃將藏
신이 오 년 동안 붓을 꽂고 / 臣五載簪筆
대왕을 곁에 모셔 / 黼扆之傍
각별히 입은 총애 / 偏荷寵私
하해(河海)엔들 비하리까 / 河海莫量
맡은 직책 얽매이어 / 符守所攖
흠위도 바라보지 못했도다 / 廞衛靡瞻
욕의조차 못한 몸이 / 身未褥蟻
활을 안고 방황하며 / 抱弓彷徨
삼가 토산 제물 마련하고 / 敬修壤奠
명수 따라 올립니다 / 明水在觴
[주C-001]대신하여 지은 것이다 : 정조 24년(1800) 6월 정조가 승하하자 충청 감사가 당시 면천 군수로 재임 중이던 연암을 진향문 제술관(進香文製述官)으로 차출했으므로, 충청 감사를 대신해서 이 글을 지었다. 《과정록》 권3에도 이 진향문이 인용되어 있다.
[주D-001]동방에서 왕위를 받으시니 : 《서경(書經)》 무성(武成)에서 무왕(武王)은 선왕인 문왕(文王)을 예찬하면서 “천명을 크게 받으셨다.〔誕膺天命〕”고 하였다. 탄응(誕膺)은 천명이나 왕위를 이어받는 것을 뜻한다.
[주D-002]기자(箕子) …… 세우고 : 주(周) 나라 무왕(武王)이 기자에게 ‘인륜(人倫)의 질서’에 관해 묻자, 기자는 하늘이 우(禹) 임금에게 주었다는 홍범구주(洪範九疇)가 곧 인륜의 질서라고 답하였다. 《書經 洪範》
[주D-003]건강(乾剛) : 《주역(周易)》 잡괘전(雜卦傳)에 “건괘는 강함을 상징하고 곤괘는 부드러움을 상징한다.〔乾剛坤柔〕”고 하였다. 건강의 덕〔乾剛之德〕은 왕의 권위를 뜻한다.
[주D-004]궁원(宮園) 호칭 바로잡고 : 정조의 어머니 혜빈(惠嬪)을 혜경궁(惠慶宮)으로 높이고, 아버지 사도세자(思悼世子)를 장헌세자(莊獻世子)로 추존하여 그 묘를 현륭원(顯隆園)으로 정한 일을 두고 말한 것이다.
[주D-005]선왕(先王)을 깊이 사모하셨네 : 정조 10년(1786) 왕명으로 열성조(列聖朝) 19대의 업적을 서술한 《갱장록(羹牆錄)》을 간행한 일을 말한다.
[주D-006]총악(璁萼) : 명(明) 나라 세종(世宗)의 신하인 장총(張璁 : 1475~1539)과 계악(桂萼 : ?~1531)을 가리킨다. 세종이 황제가 되어 자신의 생부 흥헌왕(興獻王)을 추숭하려고 하자 장총과 계악이 세종의 뜻에 영합하여 효종(孝宗)을 황백고(皇伯考)로, 흥헌제를 황고(皇考)로 부를 것을 청하고, 이에 반대하는 조정의 수많은 신하들을 죽이거나 유배를 보냈다. 여기에서는 정조 즉위년인 1776년에 사도세자(思悼世子)를 추숭하자고 주장을 하다가 죽음을 당한 이덕사(李德師)와 조재한(趙載翰) 등을 가리킨다.
[주D-007]헌기(憲冀) : 후한 화제(和帝)의 외숙인 두헌(竇憲 : ?~92)과 환제(桓帝)의 외숙인 양기(梁冀 : ?~159)를 가리키며, 모두 황제의 외척으로서 권력을 전횡한 사람이다. 여기에서는 정조 즉위년에 죽음을 당한 정조의 외종조부 홍인한(洪麟漢)과 화완옹주(和緩翁主)의 양자 정후겸(鄭厚謙) 등을 가리킨다.
[주D-008]밝게 …… 의리가 : 정조는 즉위 직후 홍인한 등을 역적으로 사사(賜死)한 사건의 전말을 밝힌 《명의록(明義錄)》을 간행하였다.
[주D-009]교화하고 상벌 주기 : 《서경》 고요모(皐陶謨)에, 하늘이 부여한 질서〔天敍〕에 오전(五典 : 오륜)이 있고, 하늘이 부여한 등급〔天秩〕에 오례(五禮)가 있으며, 하늘이 임명하심〔天命〕은 덕이 있기 때문이니 오복(五服)으로써 그런 사람을 표창하고, 하늘이 성토하심〔天討〕은 죄가 있기 때문이니 오형(五刑)을 그런 사람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서(敍)ㆍ질(秩)ㆍ명(命)ㆍ토(討)는 백성들을 전례(典禮)로써 교화하고 신하들에게 상벌을 공정하게 시행하는 것을 뜻한다.
[주D-010]일만 삼천 선비들 : 정조 16년(1792) 4월 27일 사도세자 30주기에 즈음하여 영남 유생 이우(李㙖) 등 1만 57명이 연명하여 사도세자의 죄를 신원하고 그를 모해한 무리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렸다. 정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5월 7일에 다시 1만 368명이 연명하여 2차 상소를 올렸다. 이에 대해 노론(老論)의 이병모(李秉模), 서유린(徐有隣), 정민시(鄭民始) 등이 동조하고 소론(少論) 유생 700여 명도 동조하는 상소를 올렸다. 일만 삼천의 선비라고 한 것은 이들을 포함한 숫자로 보인다. 《正祖實錄》
[주D-011]거센 …… 막을쏜가 : 한유(韓愈)의 진학해(進學解)에 “백천(百川)을 막아 동으로 흐르게 하고, 거꾸로 흐르는 거센 물결을 돌이켰다.〔障百川而東之 廻狂瀾於旣倒〕”고 하였다. 불교나 도교와 같은 이단사설(異端邪說)의 유행에 맞서 유교의 정통을 수호한 공로를 예찬한 말이다.
[주D-012]올빼미 : 올빼미는 어미를 잡아먹는다고 하여 불효조(不孝鳥)로 간주되었다. 부모를 잡아먹는 극악무도한 인간을 효경(梟獍)이라 한다.
[주D-013]대방(大防) : 백성들이 악에 빠지는 것을 막아 주는 큰 둑이란 뜻이다. 옛 성왕(聖王)들은 이를 위해 예절을 제정하였다.
[주D-014]황극(皇極)에 …… 하여 : 황극은 제왕(帝王)이 천하를 통치할 때 지켜야 할 원칙을 말한다. 이 구절은 《서경》 홍범의 “편벽됨이 없고 편당함이 없으면 왕의 도가 탕탕(蕩蕩)하며, 편당함이 없고 편벽됨이 없으면 왕의 도가 평평(平平)하며, 상도(常道)에 위배됨이 없고 기울어짐이 없으면 왕의 도가 정직(正直)할 것이니, 그 극(極)에 모여 그 극(極)에 돌아올 것이다.〔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 無反無側 王道正直 會其有極 歸其有極〕”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D-015]용도각(龍圖閣) : 송(宋) 나라의 왕실 도서관으로서 황제의 문집, 도화(圖畵), 세보(世譜) 등을 보관한 곳이다. 여기에서는 정조가 왕실 도서관으로 설치한 규장각(奎章閣)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주D-016]천책부(天策府) : 당 나라 태종(太宗) 이세민(李世民)이 진왕(秦王)으로 있을 때 설치한 군부(軍府)의 이름으로 이세민은 이를 통해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다. 여기에서는 정조가 왕권 강화를 위해 설치한 친위 군영(親衛軍營)인 장용영(壯勇營)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주D-017]진실로 문무 갖추어 : 《시경》 노송(魯頌) 반수(泮水)에 “진실로 문무 갖추어 조상을 빛내시니〔允文允武 昭假烈祖〕”라 하였다. 노(魯) 나라 임금을 칭송한 말이다.
[주D-018]백사(百事)가 …… 올바르시니 : 《서경》 여오(旅獒)에 “귀와 눈에 부림을 당하지 않으면 백사가 절도에 맞아 올바를 것이다.〔不役耳目 百度惟貞〕”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임금이 성색(聲色)을 멀리하였다는 뜻이다.
[주D-019]대양(對揚) : 신하가 왕명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주D-020]일념으로 백성을 보살피시니 :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 “문왕(文王)은 백성을 마치 다친 사람처럼 보살피셨다.〔視民如傷〕”고 하였다.
[주D-021]형벌을 …… 사무치고 : 정조는 재판과 형벌에도 신중을 기하여 억울한 죄인이 나오지 않도록 했으며, 형구(刑具)를 정비하기 위해 《흠휼전칙(欽恤典則)》을 편찬하게 했다. 정조의 판결을 모은 《심리록(審理錄)》 26권이 있다.
[주D-022]내린 …… 빛나 : 정조는 농정(農政)을 권장하는 윤음을 여러 차례 내렸는데, 그중 특히 정조 22년(1798)에는 권농정(勸農政) 구농서(求農書)의 윤음을 내려 널리 농사 진흥책을 구하였다.
[주D-023]상신(上辛) …… 하니 : 상신은 매월 상순(上旬)의 신일(辛日)에 해당하는 날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정월(正月) 신일에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특히 중하게 다룬 것을 말한다.
[주D-024]밝은 덕이 향기롭네 : 《서경》 군진(君陳)에 “훌륭한 정치는 향기로워 신명을 감응케 한다. 기장이 향기로운 것이 아니라 밝은 덕이 오직 향기롭다.〔至治馨香 感于神明 黍稷非香 明德惟馨〕”고 하였다.
[주D-025]백 권 문집 : 《홍재전서(弘齋全書)》 100권을 가리킨다.
[주D-026]성스러운 방략 원대하여라 : 《서경》 이훈(伊訓)에서 이윤(伊尹)은 탕(湯) 임금의 손자 태갑(太甲)이 왕위에 오르자, 선왕(先王)의 “성스러운 방략은 원대하고, 훌륭한 교훈은 매우 분명하다.〔聖謨洋洋 嘉言孔彰〕”고 하면서 이러한 선왕의 모훈(謨訓)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훈계하였다.
[주D-027]동방에 유교를 전파하셨네 : 《논어》 이인(里仁)에서 공자가 “오도는 일관되어 있다.〔吾道一以貫之〕”고 하였듯이, ‘오도(吾道)’는 공자의 가르침 즉 유교를 말한다. 또한 후한(後漢) 때 정현(鄭玄)이 마융(馬融)의 문하를 떠나자 마융이 “오도가 동으로 갔구나.〔吾道東矣〕”라고 탄식하였다고 한 고사에서, 동쪽으로 유학이 전파되었다는 뜻의 ‘오도동(吾道東)’이란 성어가 생겼다.
[주D-028]임금께 대도(大道) 보였도다 : 《시경》 소아(小雅) 녹명(鹿鳴)에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여 나에게 대도(大道)를 제시했네.〔人之好我 示我周行〕”라고 하였다. 신하들에게 잔치를 후히 베풀어 화합을 도모하니, 신하들이 감복하여 임금인 자신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대도(大道)를 피력했다는 뜻이다.
[주D-029]맹자(孟子)처럼 …… 공로 : 정조가 천주교를 배척한 것은 맹자가 피사(詖辭)ㆍ음사(淫辭)ㆍ사사(邪辭)ㆍ둔사(遁辭)를 확청(廓淸)함으로써 양주와 묵적 같은 이단(異端) 사설(邪說)을 배척한 것과 같으며, 우 임금이 치수(治水) 사업으로 홍수를 막은 공로에 비할 만하다는 뜻이다.
[주D-030]구여(九如) : 임금의 덕을 칭송하여 산과 같고〔如山〕 언덕과 같고〔如阜〕 산마루와 같고〔如岡〕 구릉과 같고〔如陵〕 냇물이 한창 흘러오는 것과 같으며〔如川之方至〕 초승달과 같고〔如月之恒〕 떠오르는 해와 같고〔如日之升〕 장구한 남산과 같고〔如南山之壽〕 무성한 송백과 같음〔如松柏之茂〕을 말한 것이다. 《詩經 小雅 天保》
[주D-031]사중(四重) : 말을 중하게 하고〔重言〕 행동을 중하게 하고〔重行〕 용모를 중하게 하고〔重貌〕 좋아하는 것을 중하게 하는 것〔重好〕을 말한다. 《揚子 法言》
[주D-032]요순(堯舜)의 …… 두시더니 : 영조 말년 대리청정할 때 정조는 영조에게 상소를 올려 《승정원일기》에서 자신의 생부(生父)인 사도세자와 관련된 기사를 세초(洗草)해 줄 것을 간청했다. 정조의 효성에 감동한 영조는 이를 허락하고 정조에게 유서(諭書)와 함께 ‘효손(孝孫)’이라 새긴 은으로 주조한 도장을 하사했다. 그 후 정조는 조회할 때나 행차할 때나 항상 이 유서와 은인(銀印)을 앞에다 두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정조는 영조와 사도세자에 대해 효도를 다하고자 했으므로, 《정조실록》에 실린 행장에서도 《맹자(孟子)》에서 “요순의 도는 효제일 따름이다.〔堯舜之道 孝悌而已矣〕”란 말을 인용하여 정조의 효를 예찬했다.
[주D-033]하늘나라로 떠나셨소 : 운향(雲鄕)은 선계(仙界)를 가리킨다.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성인(聖人)은 “천세토록 살다가 인간 세상이 싫어지면 떠나서 신선이 되어 올라가 저 흰 구름을 타고 제향에 이른다.〔千歲厭世 去而上僊 乘彼白雲 至於帝鄕〕”고 하였다.
[주D-034]성모님 : 영조(英祖)의 계비(繼妃)인 정순왕후(貞純王后)를 가리킨다. 순조가 11세로 즉위하자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하였다.
[주D-035]원우(元祐)의 덕 짝하시고 : 원우는 송(宋) 나라 철종(哲宗)의 연호이다. 철종이 9세로 황제에 오르자 조모 선인태후(宣仁太后) 고씨(高氏)가 수렴청정을 하여 사마광(司馬光), 여공저(呂公著), 문언박(文彦博)을 재상으로 삼아 나라를 안정시켰다.
[주D-036]주강(周姜) 미덕(美德) 이으시사 : 주강은 주(周) 나라 태왕(太王)의 비(妃)이자 문왕(文王)의 조모(祖母)인 태강(太姜)을 말한다. 현명하고 덕이 있었다. 《시경》 대아(大雅) 사제(思齊)에 “태사께서 태강의 미덕을 이으시니〔太似嗣徽音〕”라고 하였다.
[주D-037]황상원길(黃裳元吉) : 《주역》 곤괘(坤卦) 육오(六五)의 효사(爻辭)에 “황색 치마이니 크게 길하리라.〔黃裳 元吉〕” 하였는데, 이는 여자로서 높은 신분에 있으면서 중도를 지키고 아래에 거처하면 크게 길하다는 뜻이다.
[주D-038]뽕나무 가래나무 우거졌네 : 뽕나무와 가래나무〔桑梓〕는 부모가 자손에게 물려주고자 심는 나무들이다. 따라서 고향이나 노부모를 상징하는데, 여기서는 정조의 부친인 사도세자가 묻힌 곳이라는 뜻이다.
[주D-039]선침(仙寢) :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침인 현륭원(顯隆園)을 가리킨다. 정조의 능침인 건릉(健陵)은 현륭원의 동편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 두 능침은 현재 화성시 태안읍 안녕리 화산(花山)에 나란히 있다.
[주D-040]대왕을 장차 모시리라 : ‘검석(劍舃)’은 황제(黃帝) 헌원씨(軒轅氏)가 죽어 교산(橋山)에 묻혔는데, 산이 무너지면서 관이 텅 비고 칼과 신만 관에 남았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列仙傳》
[주D-041]붓을 꽂고 : ‘잠필(簪筆)’은 모자에다 붓을 꽂아 두어 측근에서 임금의 말씀을 기록할 준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사관(史官)이나 간관(諫官), 승지(承旨) 등의 직무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주D-042]흠위(廞衛)도 바라보지 못했도다 : 흠위는 국장(國葬)의 행렬에 동원된 군대를 말한다.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주D-043]욕의(褥蟻) : 임금과 함께 죽는 것을 말한다.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 나오는 안릉군(安陵君)의 고사에 출처를 둔 표현이다.
[주D-044]활을 안고 방황하며 : 황제(黃帝)가 죽을 때 용을 타고 승천하자, 용을 타지 못한 신하들이 용의 수염을 붙잡는 바람에 용의 수염이 뽑혀 떨어지면서 황제가 지니고 있던 활도 함께 떨어졌으므로, 백성들이 그 활과 용 수염을 끌어안고 통곡했다고 한다. 《史記 卷28 封禪書》 여기서는 죽은 임금을 그리워한다는 뜻이다.
[주D-045]명수(明水) : 제사 때 올리는 맑은 물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