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할아버지 연암박지원 및 환재공

말 머리에 무지개 선 것을 보고 기록하다. 馬首虹飛記

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31. 10:27

말 머리에 무지개 선 것을 보고 기록하다

 

밤에 봉상촌(鳳翔村)에서 하룻밤을 묵고 새벽에 강화(江華)로 들어가는데 5리쯤 가니 하늘이 비로소 밝아지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한 점의 구름이나 한 올의 아지랑이도 없더니 해가 겨우 하늘에 한 자쯤 떠오르자 갑자기 검은 구름 한 점이 일어나 까마귀 머리만 하게 해를 가렸다. 그리고 잠깐 사이에 해의 절반을 가려 버려 어두침침해지자, 한스러운 듯 근심스러운듯 얼굴을 찡그리며 편안치 못한 것 같더니, 바깥으로 혜성과 같은 빛줄기를 뿜어 대는데 성난 폭포수처럼 하늘가로 내리쏘았다.
바다 건너 여러 산에는 각각 작은 구름이 나타나 멀리 서로 조응하여 뭉게뭉게 독기를 머금고 간혹 번개가 번쩍여 위용을 떨치며 해 아래서 우르르 꽝꽝 하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사면이 검은빛으로 온통 뒤덮여 혼솔과 틈 하나 없고, 번개가 그 사이로 번쩍하고 나서야 비로소 첩첩이 주름진 구름이 수천 꽃가지 수만 꽃잎을 이루어 마치 옷 가장자리에 선을 덧댄 듯, 꽃잎 가장자리에 무늬가 번진 듯 각각 그 엷고 짙음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둥소리가 찢어질 듯하여 혹시 흑룡(黑龍)이라도 뛰쳐나오지 않나 하였으나, 비는 그다지 사납게 내리지 않았다. 멀리 연안(延安)과 배천(白川) 사이를 바라보니 빗발이 명주필을 드리운 것 같았다.
말을 재촉하여 십 리를 가니 햇빛이 갑자기 뚫고 나와 차츰 밝고 고와지며 아까 보이던 먹구름이 상서로운 구름으로 변하여 오색이 영롱하였다. 말 머리 위로 무슨 기운이 한 길이 넘게 뻗쳐 나 누르꾸름하여 마치 엉긴 기름 같더니, 어느새 갑자기 붉고 푸른 색으로 변하여 하늘로 높이 치솟았는데, 마치 문을 삼아 지나갈 수도 있을 듯했고 다리로 삼아 건널 수도 있을 듯했다. 그것이 처음에는 말 머리에 있어 손으로 만질 수도 있을 것 같더니 앞으로 나아갈수록 더욱 멀어져만 갔다. 이윽고 문수산성(文殊山城)에 당도하여 산기슭으로 돌아 나가 강화부(江華府)의 외성(外城)을 바라보니, 강을 누빈 백 리 연안에 하얀 성첩(城堞)이 해에 비치는데 무지개발은 여전히 강 가운데에 꽂혀 있었다.

 


馬首虹飛記

 

夜宿鳳翔邨。曉入沁都。行五里許。天始明。無纖氛點翳。日纔上天一尺。忽有黑雲。點日如烏頭。須臾掩日半輪。慘憺窅冥。如恨如愁。頻蹙不寧。光氣旁溢。皆成彗孛。下射天際如怒瀑。海外諸山。各出小雲遙相應。蓬蓬有毒。或出電。耀威日下。殷殷有聲矣。少焉。四面䢔遝正黑。無縫罅。電出其間。始見雲之積疊襞褶者。千朶萬葉。如衣之有緣。如花之有暈。皆有淺深。雷聲若裂。疑有墨龍跳出。然雨不甚猛。遙望延白之間。雨脚如垂疋練。促馬行十餘里。日光忽透。漸益明麗。向之頑雲。盡化慶霱祥曇。五彩絪縕。馬首有氣丈餘。黃濁如凝油。指顧之間。忽變紅碧。矯矯冲天。可門而由也。橋而度也。初在馬首。可手摸也。益前益遠。已而行至文殊山城。轉出山足。望見沁府外城。緣江百里。粉堞照日。而虹脚猶揷江中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