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집 제2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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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각선본(煙湘閣選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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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자네가 노생(盧生)과 원도(原道)편을 논하다가 그 글의 주장이 이해되지 않자 나에게 와서 도(道)의 근원에 이르는 방법을 물었는데, 그렇게 해서 노생에게 답하려는 것이었지. 나 역시 실상은 자네에게 답할 길이 없었으니 우리 속담에 이른바 ‘한 외양간에 암소가 두 마리’라는 격이라, ‘뿔 없는 숫양을 내놓으라〔卑出童羖〕’는 것에 거의 가깝지 않겠는가? 나는 여러 날을 배회하다가 겨우 《맹자》에서 “대저 도란 큰 길과 같으니 어찌 알기 어렵겠는가?”라는 한 말씀을 발견하고는, 마침내 그것으로써 원도편의 주장을 부연 설명하고 가상적인 문답을 만들었네. 고명(高明 임형오를 가리킴)은 어떻게 생각할는지 모르겠군.
내 시험 삼아 물어보겠네.
“자네는 올 때 갓을 바르게 하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며 허리띠를 매고 신발끈을 묶은
뒤에 대문을 나섰네. 이 중 한 가지라도 갖추어지지 않았으면 당연히 대문을 나서려 하지 않았겠지. 또 자네는 길에 나아갈 때 반드시 궁벽진 데를
버리고 험한 데를 피하며 여러 사람들이 함께 다니는 데를 따랐지. 대저 이와 같은 것이 이른바 ‘알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네. 그러나 어떤
사람이 가시밭길을 헤치고 논밭길을 가로지르다가 갓이 걸리고 신발이 찢어지며 자빠지고 헐떡이며 땀을 흘린다면 자네는 이 같은 사람을 어떻다고
생각하겠는가?”
자네는 이렇게 답하겠지.“이는 필시 길을 잃은 사람일 겁니다.”
그렇다면 내 또 묻겠네.“걸어가는 것은 똑같은데,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도 하고 갈림길을 찾기도 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자네는 이렇게 답하겠지.“이는 필시 지름길을 좋아하여 속히 가고자 하는 사람이요, 필시 험한 길을 가면서 요행을
바라는 사람일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필시 남이 가리켜 준 말을 잘못 들은 사람일 겁니다.”
“아닐세. 이는 길을 가다가 잘못에 빠진 것이 아니네. 대문을 나서기 전에 이미 사심(私心)이 앞섰던 것이지.”
내 또
묻겠네.“길이 진실로 저와 같이 중정(中正)하고 저와 같이 가야 마땅하건만, 자네가 발걸음에 맡겨 편안히 걷지 않는다면 어찌 그런 줄을 스스로 알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가야 마땅할 바를 아는 것은
길에 달려 있다고 하겠는가, 아니면 발에 달려 있다고 하겠는가?”
자네는 이렇게 답하겠지.“진실로 아는 것은 마음에 달려 있고, 실제로 밟고 가는 것은 발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네의 발 쓰는 법을 내 알겠노라. 반드시 장차 발을 번갈아 들고 교대로 밟는 것을 ‘보(步)’라 하고, 발을
옮겼다가 멈추는 것을 ‘행(行)’이라 하지. 내 모르겠네만, 밟는 곳은 확고하나 발을 드는 곳은 의지할 데가 없으며, 발을 옮길 때는 비록
전진하나 멈출 때에는 가지 못하네. 그렇다면 자네의 두 발에 장차 한 번은 허망(虛妄)함이 있는 셈이니, 진실로 알고 실제로 밟고 간다는 것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내 또 모르겠네만, 자네가 올 때 왼발이 먼저였던가 오른발이 먼저였던가? 자네는 장차 고개 들어 생각해 보고는 고개 숙인 채 답을 못할 테지. 대개 이는 발에 대해 잊은 때문이니, 잊은 것이지 망동(妄動)한 것은 아니요 애써 하지 않은 것이지 길과 동떨어진 건 아니라네.
어떤 사람이 조급히 자신을 질책하기를,
“말과 소가 마구간에서 일어설 때 말은 앞발을 먼저 일으키고 소는 뒷발을 먼저 일으킨다. 사람이 이용하기에는 오른쪽이 왼쪽보다 편하다. 그렇다면 남자는 왼쪽이요 여자는 오른쪽이라는 법이 어디에 있으며, 또한 길사(吉事)와 흉사(凶事)에 절할 때 왼손과 오른손을 위로 하는 법을 달리할 게 뭐
있나?”
하였다네.껍질을 갓 깨고 나온 병아리도 솔개를 경계하여 숨고, 배고파 울던 어린애도 호랑이를 무서워하여 울음을 그치지. 내 모르겠네만, 무릇 이와 같은 행동은 성(性)에서 터득한 것인가, 형(形)에서 터득한 것인가? 그러므로 가령 자네가 길을 갈 때 발 둘 데를 생각하여 걸음마다 안배한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몇 리 가지 못할걸세. 그러므로 양지(良知)와 양능(良能)은 흡사 자연히 그렇게 된 듯하고, 성(性)에 가장 근접한 것이긴 하네. 그러나 이는 독실하기도 하고 소략하기도 하며 통하기도 하고 막히기도 하니, 도의 근원에 이르는 방법은 아니지.
그렇다면 도(道)는 장차 어디에 있는가? 공(公)에 있네. 공(公)은 어디에 있는가? 공(空)에 있네. 공(空)은 어디에 있는가? 행(行)에 있네. 행(行)은 어디에 있는가? 지(至)에 있네. 지(至)는 어디에 있는가? 지(止)에 있네. 지(止)는 어디에 있는가? 평(平)에 있네. 평(平)은 어디에 있는가? 정(正)에 있네. 정(正)은 어디에 있는가? 중(中)에 있네. 중(中)은 어디에 있는가? 도(道)에 있네. 대개 근원은 하나인 때문이지. 그러므로 공자는 하나로써 관철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도’라고 했네. 자사(子思)가 그렇게 된 까닭을 다시 설명하기를 “분리될 수 있으면 도가 아니다.”라고 했지.
그렇다면 도를 볼 수 있는가? 기(氣)가 아니면 이(理)를 드러낼 길이 없네. 그러므로 기는 도의(道義)와 짝을 이루어서 길러야만 호연(浩然)해지는 것이지. 사람〔人〕에 대해 인(仁)을 합쳐서 말하면 그것이 곧 도일세. 하늘과 사람은 근원적으로 하나요 도와 기가 서로 분리되지 않음은 바로 이와 같네.
문왕(文王)이 도를 앙망(仰望)하여 아직 보지 못한 듯이 했다는 것은 도를 힘써 체득한 것이요, 장자(張子)가 뒤늦게 불교와 도가(道家)에서 벗어난 것은 반성한 것이니, 반성하여 도를 구하자면 당연히 제 몸에서 만나게 될 터이지.
그러므로 중(中)이 아니면 어느 것도 정(正)을 준적(準的)할 수 없고, 정(正)이 아니면 어느 것도 평(平)을 확정 지을 수 없으며, 평(平)이 아니면 어느 것도 지(止)를 안정시킬 수 없네. 지(止) 이후에야 그 지(至)를 보게 되고, 지(至) 이후에야 그 행(行)을 보게 되며, 행(行) 이후에야 그 공(空)을 보게 되고, 공(空) 이후에야 그 공(公)을 보게 되지. 가령 하늘이 텅 비지 않으면〔不空〕 천둥과 바람이 어디에서 울겠으며 해와 달이 어디에서 비추겠는가? 가령 하늘이 공평하지 않다면〔不公〕 비나 이슬이 대상을 가려서 내려 만물 중에 유감을 품는 것들이 있을 테지. 이른바 “곧지 않으면 도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이 이것이네.
《주역》에 이르기를 “때에 따라 여섯 마리 용을 타고 하늘을 통어한다.”고 하였네. 여기서 ‘여섯 마리 용’이란 기(氣)인데 사방을 오르내리며, ‘때에 따라 탄다’는 것은 이(理)인데 어느 때든 기를 타지 않는 적이 없지. 그러므로 고집하지도 않고 기필코 성사하려 들지도 않으며, 어느 것을 특별히 후대하지도 않고 박대하지도 않네. 하늘이 여기에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한덩어리가 된 이와 기일 뿐인데.
광명정대하게 통어하되 환히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마 하늘의 덕이 아니겠는가? 만물을 낳고 자라게 하되 아집(我執)대로 하지 않는 것이 아마 하늘의 도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하늘의 도란 다른 것이 아니라 ‘나타내 보일〔示〕’ 뿐이요, 땅의 도란 다른 것이 아니라 ‘드러내 보일〔視〕’ 뿐이요, 사람의 도란 다른 것이 아니라 ‘밝히 나타낼〔辨〕’ 따름이지.
그러나 하늘과 땅의 도가 나타내고 드러내 보이는 그 사이에 명(命)이 존재하네. 비유하자면 내쉬었다가 들이쉬는 것이 숨이 되는데 맥락(脈絡)이 그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과 같지. 이것은 바로 성(性)이 하늘의 도를 계승하고 땅의 도와 접한 까닭이니, 씨앗이 생기를 머금고 살아나는 것은 대개 오로지 순수하여 다른 것과 섞이지 않는 성품인 데다, 살기를 좋아하고 즐거이 천명을 따르는 생리(生理) 때문이지.
비로소 이 명(命)을 받게 되면, 민첩하게 이를 맞이하여 이어 나가는 것이 마치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것과 같고,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고, 구름이 갑자기 피어올라 비가 퍼붓는 것과 같고, 도랑이 트이자 물이 들이닥치는 것과 같네. 이것이 이른바 하늘이 명한 성(性)이지. 그리고 맹자가 명덕(明德)과 지선(至善)이 곧 성(性)을 따르는 도(道)임을 변론(辯論)하고, 다시 그 근원을 추구하여 말하기를, “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는 것이 하늘이요, 부르지 않아도 이르러 오는 것이 명(命)이다.” 하였지.
하늘의 명이란 충(衷)을 내려 준 것이요, 충(衷)을 내려 줌은 중(中)을 따르는 것이요, 중을 따른다는 것은 허위가 없는 것이네. 허위가 없는 몸으로써 중을 따른 명(命)을 받자와, 하늘을 이고 땅 위에 서서 공평무사하게 사도(斯道)를 행하는 것이지.
한 번 발을 들어 공(空)을 잊어버리니 공(空)을 잊어버림은 천명을 즐거이 따르는 것〔樂天〕이요, 한 번 발을 착지(着地)하여 실(實)로 돌아오니 실(實)로 돌아옴은 땅을 믿는 것이네. 천명을 즐거이 따르는 것은 형이상(形而上)의 것이요, 땅을 믿는 것은 형이하(形而下)의 것이지. 인의예지(仁義禮智)는 하늘에 근본을 둔 것이요, 효제충경(孝悌忠敬)은 땅에 근본을 둔 것일세.
그러므로 지극히 정성스러워야 교화(敎化)할 수 있다는 것은 아래와 친한 것이요, 사물의 이치에 통달해야 지식이 지극해진다는 것은 위와 친한 것이네.덕성(德性)을 존경하고 학문을 준행(遵行)하는 것은 위와 아래를 모두 관통하는 ‘우리의 도’요, 허무를 숭상하고 제 몸을 돌보지 않는 것은 은밀한 이치나 찾고 기괴한 짓을 하는 이단(異端)일세.
이로 말미암아 보건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으므로 천명을 스스로 즐거이 따르는 것이요, 사물이 있으면 법칙이 있으므로 땅을 스스로 믿는 것이네. 타고난 형체를 바르게 지켜 나가는 것이 천명을 아는 것이며, 도를 깨우침은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고, 속이기 어려운 것이 귀신이며, 이치를 끝까지 밝히는 것은 도를 스스로 반성하는 것이요, 길에서 주워들은 말을 전하는 것은 사도(斯道)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일세.
나〔我〕의 처지에서 저 물(物)을 볼 것 같으면, 나나 저나 고루 이 기(氣)를 받아서 하나도 허(虛)하여 빌려 온 것이 없으니 어찌 천리(天理)가 지극히 공평하지 아니한가. 물(物)의 처지에서 나를 볼 것 같으면, 나 역시 물의 하나인 것이다. 그러므로 물을 체(體)로 삼고 반성하여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으면, 만물이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다. 그래서 나의 성(性)을 극진히 발현하면, 물의 성을 극진히 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성(性)이라는 것은 심(心)의 덕(德)이며 생(生)의 이(理)이다. 맑고 밝고 순수한 것이 심의 덕이 아닌가. 공정하고 원활한 것이 생의 이가 아닌가.
《주역》에 “건도(乾道)가 변화함으로써 제각기 성(性)과 명(命)을 바르게 타고난다.〔乾道變化 各正性命〕”고 하였다. 그러므로 건도란 원형이정(元亨利貞)이요 변화란 이(理)와 기(氣)이며, 제각기 바르게 타고난다는 것은 사시(四時)요, 따뜻하고 서늘하고 차갑고 더운 것은 사시의 기(氣)이며,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은 사시의 명(命)이요, 원형이정은 사시의 덕(德)이며,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사시의 이(理)이다.
하늘이 하늘로 된 것은 이(理)와 기(氣) 때문이다. 언어라는 것은 이와 기의 형용(形容)과 소리이다. 하늘이 이미 말없이 보여 주면, 사람은 그 형용과 소리를 체(體)로 삼아 언어로 드러낸다. 사실을 지시하고 물(物)에 비유하며 이름을 짓고 뜻을 설명하는데, 동(動)과 정(靜)이 서로 뿌리가 되고 체(體)와 용(用)이 서로 바탕이 된다. 허(虛)도 있고 실(實)도 있어 그 진위(眞僞)를 드러내며, 어떤 것은 앞〔先〕으로 하고, 어떤 것은 뒤〔後〕로 하여 그 처음과 끝을 분별한다. 그러니 천하의 사정(事情)에 통달하고 만물의 실정(實情)을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언어이다.
언어라는 것은 분별(分別)이다. 그것을 분별하려면 부득이 형용하지 않을 수 없고, 형용하려면 저것을 끌어다가 이것을 증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언어의 실정이다. 그런데 성(性)의 경우에는 그 체(體)가 본래 허(虛)하기 때문에 비유하거나 형용하여 말할 수 없다. 거칠게 말하면 기(氣)를 건드리게 되고, 정밀하게 말하면 허(虛)가 아닌가 의심받게 된다. 또 말하지 않으면 실정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으나, 말하려 하면 귀착할 곳이 없다. 그것〔性〕을 일러 ‘중묘(衆妙)가 깊고 깊다’ 할 것 같으면 말로 형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그것을 일러 ‘타고난 성을 보존하고 보존한다’고 할 것 같으면 이미 기질(氣質)에 엉겨 붙은 것이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성(性)을 말한 사람 중에 성을 기(氣)로 인식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고자(告子)가 ‘생(生)’이라 이른 것과, 순자(荀子)가 ‘악(惡)’이라 이른 것, 양자(揚子)가 ‘혼(混)’이라 이른 것, 한자(韓子)가 ‘삼품(三品)’이라 이른 것, 그리고 불씨(佛氏)의 ‘작용(作用)’이라 이른 것이 모두 기요, 우리 유교에서 말하는 성은 아니다. 공자께서 ‘서로 가깝다〔相近〕’고 말씀하신 것은 기질이 각기 다름을 설명한 것이다. 때문에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의 설명에 의하면 양자의 한계는 비록 엄격하나 본래 두 마음은 아닌 것이다. 또 맹자가 기(氣)를 기름에 있어 ‘말하기 어렵다〔難言〕’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이 오로지 순수하고 다른 것과 섞이지 않은 성품〔品〕임을 말하면서, 자사(子思)가 명(命)이라고 이른 것은 자연(自然 자연히 그렇게 됨)을 말한 것이며, 맹자가 선(善)하다고 말한 것은 그 본연(本然)의 성(性)을 말한 것이요, 정자(程子)가 이(理)라고 해석한 것은 그 당연(當然 당위성)을 설명한 것이다.
대저 겸하면 분별(分別)이 없고 합하면 너무 혼잡하고, 둘로 하면 불가(不可)하고 단독으로 행하면 허(虛)에 떨어지니, 어떻게 그것〔性〕을 밝힐 수 있겠는가? 성(性)이란 글자는 심(心) 자와 생(生) 자의 뜻을 따른 것이다. - 원문 빠짐 -
심(心)을 바로 가리키자면 기(氣)로 가득 차 질(質)이 있는 것이고, 성(性)만을 오로지 말하자면 순전히 이(理)로 되어 있어 형체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심이 아니면 성이 거처할 곳이 없고, 기가 아니면 이(理)가 활동할 곳이 없다. 이는 흡사 성(性)이 심(心)에 버금가고 이(理)가 기(氣)의 명령을 듣는 듯하다. 그러나 성이 없으면 심은 빈집이 되고, 이가 없으면 기는 곧 지나가는 나그네이다.
심(心)은 곧 오장(五臟)의 하나이다. 만약 단지 ‘심(心)’이라고만 말한다면 이는 간(肝)ㆍ폐(肺)ㆍ신장〔腎〕ㆍ비장〔脾〕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만약 건순오상(健順五常)으로 각각 형질(形質)을 이루었다고 할 것 같으면, 성은 비록 가깝지만 습관에 따라 서로 멀어진 것이 분명하니 어떻게 그것을 밝힐 수 있겠는가? - 원문 빠짐 -
하늘이 명(命)한 것을 성(性)이라 이르고 맹자가 성이 선함을 말하되 말마다 반드시 요순(堯舜)을 일컬은 것은, 성이 선함을 밝히고자 해서였다. 《주역》에 “이어 가는 것은 선(善)이요, 이루게 하는 것은 성(性)이다.〔繼之者 善也 成之者 性也〕”라고 일렀으니, 이 때문에 맹자가 성이 선함을 밝히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요순을 일컬어 증명한 것이다. 요(堯)는 비유하면 곧 천(天)이요, 순(舜)은 비유하면 곧 성(性)이다. 순이 요로부터 이은 것은 선(善)이요, 요가 순에게 이루어 준 것은 성(性)이다.
심은 비유하면 종(鍾)이요, 성은 비유하면 소리요, 물(物)은 비유하면 종치는 막대기이다. 그러므로 종이 꼼짝하지 않으면 소리가 어디에서 나겠으며, 막대기로 치지 않으면 오음(五音 궁ㆍ상ㆍ각ㆍ치ㆍ우)이 어떻게 분별되겠으며, 육률(六律)이 어떻게 구분되겠는가.
임생(任生 임형오)이 물었다.
“심이라는 것은 형기(形器 물질)요,
성이라는 것은 도의(道義)입니까?”
본연(本然)의 성을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러므로 공평무사한 천리(天理)는 이따금 갑자기
불쑥하는 사이에 감응하여 나타난다. 대개 이로운 길인지 해로운 길인지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옳으냐 그르냐 여부를 짐작하기도 전에 선(善)의
실마리〔端〕가 곧 나타나는 것이다. 만일 우물 옆에서 인(仁)을 논하고 물가에서 예(禮)를 강습한다면, 우물로 기어가는 아이를 구할 날이 장차 없을 것이고 물에 빠진 친형수를 어떻게 손으로 건져 줄 때가
있겠는가. 또 진 시황이 궁궐 기둥을 돌면서 달아날 때에 가령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이 신하의 대열에 있었다면, 약주머니를 던진
하무저(夏無且)에게 의(義)를 양보하지 않았을 것이다.나는 허물을 뉘우치는 사람이 마음을 고쳐먹고 생각을 바꾼다는 말은 들었지만, 성(性)을 고치고 이(理)를 바꾼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 그러니 이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성이 본래 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이 선한 것은 마치 불이 밝은 것과 같다.
임생이 물었다.
“심은 하나이나 위태함과 은미함으로 길을 달리하고, 성은 같은 것이나 이(理)와
기(氣)는 근원이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명덕(明德)이라는 것은 어떤 형상입니까? 심에 소속시키면 기(氣)에 가릴까 두렵고, 성에
덧붙이면 허(虛)에 떨어질 것 같습니다. 감히 묻자온대 어떻게 해야 이것을 명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나는 말하였다.
“자네는 불이 켜진 초를 잡고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는가? 한 손으로는 촛대를 받들고
한 손으로는 그림자를 가리고, 조심조심 신을 신고 걸으며 숨을 죽이고 앞을 살피지. 비록 미욱스럽고 게으른 종놈일지언정 혹시라도 공경스레 하지
않는 법이 없네. 경(敬)이란 초와는 역시 거리가 먼 것이지만 잠시도 떠날 수 없는 것이 이와 같거늘, 하물며 사람이 몸에 대해 서로 가깝기로는 자기 몸 같은 것이
어디 있겠나?
그러므로 초에는 군자(君子)의 도(道)가 네 가지 있네. 초가 형체를 지켜 나가는 것은 반드시 곧고〔直〕, 천명을 완수하는 것은 바르며〔正〕, 마음가짐은 반드시 중(中)이며, 같은 부류를 좇아가는 것은 반드시 화(和)하네. 대저 이 네 가지 덕은 촛불이 밝게 된 까닭이지. 그
지향은 활활 타 나아갈 것을 생각하고 그 기개는 밝고 밝아 비출 것을 추구하니, 이는 천하의 보편적인 도인데 초가 이것을 지녔네. 그러므로
촛불이란 통촉(洞燭)하는 것이니, 인(仁)이 사람〔人〕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과 꼭 같네.”
심(心)이란 심지〔炷〕이니 심지란 말은 주관한다〔主〕는 뜻이다. 중(中)을 세워서 불을 주관하는 것을 말함이다. 불이 붙은 후에야 그 성을 아는 것이니, 성이라는 것은 ‘그렇게 되게 한 원인〔所以然之故〕’이다. 대저 촛불이 타지 않을 때에는 밝음〔明〕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므로 - 원문 빠짐 -
불은 성(誠)으로 된 물(物)이다. 성(誠)이란 물의 성질은 진실되고 거짓이 없는 점이니, 진실로 지닌 것을 성(性)이라 이르고, 진실로 얻은 것을 덕(德)이라 이르고, 거짓이 없는 것을 명(明)이라 이른다. 그러므로 명덕(明德)이란 것은 ‘성으로 말미암아 밝아진 것〔自誠明〕’이며, ‘명덕을 밝힌다〔明明德〕’는 것은 ‘밝음으로 말미암아 성실해진 것〔自明誠〕’이니 이것은 본연(本然)의 성(性)을 이른 것이다.
임생이 말하였다.
“예전에 삼가 들으니, 하늘에 근본을 둔
것은 위와 친(親)하고, 땅에 근본한 것은 아래와 친하므로형이하(形而下)의 것을 기(器)라 이르고, 형이상(形而上)의 것을 도(道)라고 한다
했습니다.”
또 말하였다.“이(理)와 기(氣)가 서로 올라타서 만물이 유포되어 형체를 이룹니다. 그런데 지금 촛불로 기(氣)를
비유하고 불로써 성(性)을 비유하시니, 불 역시 기(氣)요 형이하의 것인데 어떻게 성(性)이 될 수 있습니까?”
나는 말하였다.
“불이 진실로 기(氣)이기는 하나 어찌 형이상의 것이 없겠는가? 만물이 생겨나는 데 오직
사람과 불만이 직(直)으로 천명을 완수하는 것이지. 《주역》에 ‘하늘과 불은 동인이다.〔天與火同人〕’라 한 것이 이것이고, 맹자는 ‘곧지〔直〕 않으면 도(道)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곧음으로 기르고 해치지 않으면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게 된다.’고 하였네.”
대범 물(物)이 형(形)을 이루게 되면 반드시 그 질(質)이 있어서 형은 비록 허물어지더라도 질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나무〔木〕가 타고 쇠〔金〕가 녹고 물〔水〕이 흐르고 흙〔土〕이 무너지되, 그 질은 없어진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불〔火〕이란 탈 때에는 빛이 있으나 꺼지면 자취가 없으며, 더듬어 봐도 걸리지 않고 잡으려 해도 잡히는 것이 없으나, 그 근본을 찾아보면 천지 사이에 가득 차 있다. 이는 흡사 성(性)이 기(氣)를 기다려서야 나타나는 것과 같다.
촛불이 이따금 어두워지는 것이 어찌 불의 성(性)이겠는가? 물(物) 중에 촛불을 가리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혹은 찌끼가 조촐하지 못하거나 형질(形質)이 순수하지 못한 때문이다. 그런데 극히 작은 차이로도 마구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없고, 미세한 양으로도 사방으로 불길이 솟아 혹이 난 것 같다. 사람들이 이와 같은 것을 보고서 도리어 불을 탓하여 어떤 사람은 불에 맑은〔淸〕 빛, 탁(濁)한 빛이 있다느니, 또 어떤 사람은 불에 어두운〔昏〕 덕과 밝은〔明〕 덕이 있다느니 하지만, 이것이 어찌 불의 이〔理〕이겠는가? 세상에 차갑거나〔冷〕 따스한〔煖〕 불은 없으니, 불의 성(性)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물이 생겨나는 데 어느 것이고 기(氣) 아닌 것이 있겠는가. 천지는 큰 그릇이며 거기에 가득 차 있는 것은 기(氣)요, 가득 차게 하는 원인은 이(理)이다. 음과 양이 서로 변하여 가는데 이(理)는 그 가운데 있고 기(氣)로써 감싸고 있다. 이는 마치 복숭아가 씨를 품고 있어 수만 개의 복숭아가 동일한 형상이요, 마치 엽전이 땅에 흩어져도 수만 개의 엽전을 한데 꿸 수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은 이(理)가 단일한 근원이라 길은 달라도 귀결은 같은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불은 쇠붙이와 돌을 서로 부딪치기를 지성으로 하면 얻거니와, 물에 던지면서 불이 타기를 바라는 것은 올바른 소견이 아니다.
불이란 물(物)의 성질은, 태양(太陽)으로부터 정기(精氣)를 기르고 태음(太陰)으로부터 정기를 지켜 아무리 한여름이라도 그 열이 더해지지 않고 한겨울이라도 그 빛이 줄어들지 않으며, 부귀한 사람이라 해서 남아돌지도 않고 빈천한 사람이라 해서 부족하지도 않아, 백성들은 날마다 쓰되 그 공(功)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땔나무를 바꾸어도 불이 바뀌지 않는 것은 성(性) 때문이요, 행(行)이라 칭하고 기(氣)라 칭하지 않는 것은 덕(德) 때문이다. 나는 들으니, 자기 몸을 닦으려는 사람은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한다고 했는데, 촛불이 이와 흡사하다.
임생이 말하였다.
“성(性)이 서로 가까운 것 중에 불보다 더 선(善)한 것이 없으므로, 불을 취하여 성의
비유로 삼으신 가르침은 이미 들었습니다. 그러면 불에도 역시 ‘하늘이 명한 성〔天命之性〕’과 ‘기질의 성〔氣質之性〕’의 구별이 있습니까?”
나는 말하였다.
“있고말고. 만물은 다 같이 기화(氣化) 속에 있으니 어느 것인들 천명(天命)이 아니겠는가. 무릇 성(性)이란 심(心) 자와
생(生) 자의 뜻을 따른 것이니, 심(心)에 갖추어진 것이요 생(生)과 같은 족속이지. 기(氣)가 없으면 생명이 끊어지는데 성(性)이 어찌
생(生)을 따르겠으며, 생(生)이 아니면 성(性)이 그치는데 선(善)이 어디에 붙겠는가? 진실로 천명의 본연(本然)을 궁구하면, 어찌
성(性)만이 선(善)하리오? 기(氣) 역시 선하며, 어찌 기(氣)만이 선하리오? 만물 중에 생을 누리는 것은 선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니 그 천명을 즐거이 여기고 그 천명을 순순히 따르면 물(物)과 내〔我〕가 같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이것이 바로 하늘이 명한
성(性)이라네.”
‘원도에 대해 임형오에게 답함’에서 편지의 뒤에 덕성이기(德性理氣)에 대하여
잡설(雜說)한 것이 모두 24개 조목인데, 부군(府君)이 만년에 손수 쓰신 것이다. 이 밖에도 성리(性理)에 관하여 언급한 차록(箚錄 메모)이 있으나, 원고가 흩어진 데다 시커멓게 지우고 고쳐 놓아 많은 부분이 미정고(未定稿)에 속하므로,
감히 여기에 부록(附錄)하지 않았다.
아들 종간(宗侃)이 삼가 쓰다.
[주C-001]원도(原道)에 …… 답함 : 임형오(任亨五)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박종채(朴宗采)의 《과정록》 권4에 “일찍이 성명(性命)을 논하면서
촛불로써 비유를 삼으시니 지계(芝溪 : 이재성)가 지당한 의론이라 했다. 이 역시 문집 중에 있다.”고 했는데, 바로 이 편지를
가리킨다.
[주D-001]원도(原道) : 한유(韓愈)가 지은 글로서 유교의 도가 도가(道家)나 불교의 도와 다른 까닭을 논변하였다.
[주D-002]한 …… 마리 : 같은 것끼리 모여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주D-003]뿔 …… 내놓으라〔卑出童羖〕 : 《시경》 소아(小雅) 빈지초연(賓之初筵)에 나오는 구절로, ‘뿔 없는 숫양’이란 결코 있을 리 없는 사물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4]대저 …… 어렵겠는가 : 《맹자》 고자 하(告子下)에 나오는 말이다.
[주D-005]잘못에 빠진 것 : 원문은 ‘遂迷’인데,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 고집하는 것을 뜻한다.
[주D-006]길이 …… 마땅하건만 : 《중용장구》 제 1 장의 집주(集註)에 ‘도(道)란 일상생활에 있어서 행해야 마땅한 도리〔道者 日用事物當行之理〕’라고 하였다.
[주D-007]편안히 걷지 : 원문은 ‘安行’인데, 이는 원래 배우지 않고도 알아서 차분하게 행하는 것을 뜻한다. 《중용장구》 제 20 장에 “혹은 편안히 행하며, 혹은 민첩하게 행하며, 혹은 애써 간신히 행하나, 성공함에 이르러서는 한가지이다.〔或安而行之 或利而行之 或勉强而行之 及其成功一也〕”라고 하였다.
[주D-008]대개 …… 아니요 : 원문은 ‘蓋妄於足也 妄之非爲妄也’인데 뜻이 잘 통하지 않는다. ‘妄’ 자가 ‘忘’ 자와 상통함을 이용한 어희(語戱)로 볼 수도 있다. 김택영의 《연암집》과 《중편연암집》,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 등에는 ‘蓋忘於足也 忘之非爲妄也’로 되어 있어 그에 따라 번역하였다.
[주D-009]애써 …… 아니라네 : 원문은 ‘不勉非違道也’인데, 《중용장구》 제 20 장에 “성(誠)이란 하늘의 길이요 성실하고자 함은 사람의 길이니, 성이란 애써 하지 않아도 중정(中正)하며〔不勉而中〕 생각지 않아도 저절로 깨달아 여유 있게 길과 합치하나니, 성인(聖人)이 그러하다.”고 하였고, 그 집주에 “애써 하지 않아도 중정하다는 것은 편안히 행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중용장구》 제 13 장에 “충서는 도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忠恕 違道不遠〕”고 하였다.
[주D-010]말은 …… 일으킨다 : 원문은 ‘圓蹄先前 耦武先後’인데 원제(圓蹄)는 발굽이 둥근 말을 가리키고 우무(耦武)는 발굽이 둘로 갈라진 소를 가리킨다. 《조화권여(造化權輿)》에 말은 양물(陽物)이라 발굽이 둥글고 일어설 때 앞발을 먼저 일으키며〔起先前足〕, 소는 음물(陰物)이라 발굽이 갈라졌고 일어설 때 뒷발을 먼저 일으킨다〔起先後足〕고 하였다. 《周易玩辭 卷15 馬牛》
[주D-011]사람이 …… 편하다 : 원문은 ‘人之利用 右便於左’인데, 《열하일기》 막북행정록(漠北行程錄) 8월 7일 조에 우리나라의 어마법(御馬法)을 비판하면서 사람이 몸을 쓰기에는 오른쪽이 왼쪽보다 편리하며〔人之體用 右利於左〕 그 점에서는 말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주D-012]남자는 …… 법 : 《예기》 내칙(內則)에 출생 후 3개월이 지난 사내아이는 ‘두 갈래 상투〔角〕’, 계집아이는 ‘세 갈래 상투〔羈〕’를 짜며 그렇지 않으면 ‘남자는 머리 왼쪽, 여자는 머리 오른쪽으로 북상투를 짠다〔男左女右〕’고 하였다. 그 밖에도,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문 왼쪽에 활을 걸고 계집아이가 태어나면 문 오른쪽에 수건을 걸며, 절할 때 남자는 왼손을 위로 하고 여자는 오른손을 위로 한다고 하였다.
[주D-013]길사(吉事)와 …… 있나 : 《노자》에서 “길사(吉事)에는 왼쪽을 높이고 흉사(凶事)에는 바른쪽을 높인다.〔吉事尙左 凶事尙右〕”고 하였고, 《예기》 단궁 상(檀弓上)에 길사는 양(陽)이라 공수(拱手)할 때 왼손을 위로 하고 흉사는 음이라 오른손을 위로 한다고 하였다. 또한 《의례집설(儀禮集說)》 권12에 남자는 길배(吉拜)에 왼손을 위로 하고 상배(喪拜)에 오른손을 위로 하며, 여자는 그와 반대로 한다고 하였다.
[주D-014]성(性)에서 …… 것인가 : 성은 타고난 본성을 말하고, 형(形)은 신체를 말한다. 신체는 기(氣)로 이루어져 지각(知覺)하고 운동할 수 있으므로, ‘형에서 터득한다’는 것은 후천적인 체험을 통해 안다는 뜻이다.
[주D-015]양지(良知)와 양능(良能) :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사람이 배우지 않고서도 능한 것, 그것이 양능이요 생각하지 않고서도 아는 것, 그것이 양지이다.”라고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부모를 사랑하는 인(仁)과 어른을 공경하는 의(義)를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선천적 지혜〔良知〕’와 ‘선천적 능력〔良能〕’을 갖추고 있다고 본 것이다. 명(明) 나라 때 왕수인(王守仁)이 이 양지ㆍ양능을 극히 중시하여, 주자학에 맞서 치양지(致良知)를 종지(宗旨)로 하는 양명학(陽明學)을 일으켰다.
[주D-016]공자는 …… 했네 : 《논어》 이인(里仁)에서 공자는 제자 증삼(曾參)에게 “삼아, 우리의 도는 하나로써 관철되어 있느니라.”라고 하였다. ‘우리의 도〔吾道〕’는 유교를 말한다.
[주D-017]분리될 …… 아니다 : 《중용장구》 제 1 장에 “도란 잠시라도 분리될 수 없으니, 분리될 수 있다면 도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중용》은 자사(子思)의 저술로 간주되고 있다.
[주D-018]기는 …… 것이지 :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설명하면서 “정직함으로써 기르고 해치지 않으면 천지 사이에 가득 차게 된다.〔以直養而無害 則塞于天地之間〕”고 하였고, 이어서 호연지기는 “도의와 짝을 이루나니 이것이 없으면 기가 궁핍하게 된다.〔配義與道 無是 餒也〕”고 하였다.
[주D-019]사람〔人〕에 …… 도일세 : 《맹자》 진심 하(盡心下)에 “인이란 것은 사람이니, 인과 사람을 합쳐서 말하면 도이다.〔仁也者 人也 合而言之 道也〕”라고 하였다. 인을 행할 수 있어야 사람다운 사람이며, 사람이 인과 합치한 상태를 도라고 한다는 뜻이다.
[주D-020]문왕(文王)이 …… 것이요 :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 주(周) 나라 문왕은 “도를 앙망하여 아직 보지 못한 듯이 하였다.〔望道而未之見〕”고 하였고, 진심 상에 “요(堯) 임금과 순(舜) 임금은 인(仁)을 본성으로 타고났고,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은 힘써 체득하였다.〔堯舜性之 湯武身之〕”고 하였다.
[주D-021]장자(張子)가 …… 것 : 장자는 북송(北宋)의 저명한 성리학자 장재(張載 : 1020~1077)를 말한다. 그는 한동안 불교와 도가의 서적을 연구했다가 별반 수확이 없다고 여기고 육경(六經)으로 돌아왔으며, 인종(仁宗) 가우(嘉祐) 초년에 정호(程灝)ㆍ정이(程頤) 형제와 교제하면서부터 이단의 학문을 버리고 유교 연구에 전념하였다고 한다.
[주D-022]반성하여 …… 터이지 : 《맹자》 이루 상에 “행하여 얻지 못한 것이 있거든 모두 반성하여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을지니, 제 몸이 올바르게 되고 천하 사람이 귀의할 것이다.〔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 其身正而天下歸之〕”라 하였고, 진심 상에 “요(堯) 임금과 순(舜) 임금은 인(仁)을 본성으로 타고났고,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은 힘써 체득하였다.〔堯舜性之 湯武身之〕”고 하였고, “제 몸을 반성하여 성실히 하면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이 없고, 힘써 제 마음으로 남의 마음을 헤아려 행하면 인을 구하는 데 이보다 더 가까운 길이 없다.〔反身而誠 樂莫大焉 强恕而行 求仁莫近焉〕”고 하였다. ‘도를 제 몸에서 만난다’는 것은 몸소 노력하여야만 도를 체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D-023]공(空) …… 되지 : 원문에는 ‘空而後見其公也’ 7자가 누락되어 있다. 김택영의 《연암집》과 《중편연암집》에 의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4]곧지 …… 않는다 : 원문은 ‘不直則道不見’인데,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나오는 말로 원래 ‘直’ 자는 직언(直言)한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연암의 의도와 문맥을 고려하여 ‘곧다’는 뜻으로 번역하였다.
[주D-025]《주역》에 …… 하였네 : 《주역》 건괘(乾卦)의 단전(彖傳)에 나온다. ‘여섯 마리의 용’은 건괘의 여섯 양효(陽爻)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은둔할 때에는 잠룡(潛龍)을 타고 나설 때에는 비룡(飛龍)을 타는 등 때의 변화에 따라 처신함으로써 ‘하늘의 도〔乾道〕’를 행한다는 뜻이다.
[주D-026]고집하지도 …… 않으며 : 원문은 ‘無固無必’인데, 《논어》 자한(子罕)에 “공자는 네 가지가 전혀 없으시니, 억측하지 않고, 기필코 성사하려 하지 않으며, 고집하지도 않고, 아집을 부리지 않았다.〔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고 하였다.
[주D-027]어느 것을 …… 않네 : 원문은 ‘無適無莫’인데, 《논어》 이인(里仁)에서 공자는 “군자는 천하에 대해서 후대함도 없고 박대함도 없으며 의(義)만을 따른다.〔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고 하였다. ‘適’과 ‘莫’에 대한 종래의 해석은 분분하다. 여기서는 각각 ‘厚’와 ‘薄’으로 보는 해석을 취했다.
[주D-028]하늘의 …… 뿐이요 : 《맹자》 만장 상(萬章上)에 “하늘은 말하지 않는다. 행동과 사실로써 나타내 보일 따름이다.〔天不言 以行與事 示之而已矣〕”라고 하였다.
[주D-029]드러내 보일〔視〕 : ‘視’는 ‘示’의 옛 글자로, ‘示’와 같은 뜻이다. 《주역》 곤괘(坤卦) 육이(六二)의 상전(象傳)에 “육이의 움직임은 곧고 바르니, 배우지 않아도 만사가 순조로움은 땅의 도가 환히 빛나기 때문이다.〔六二之動 直以方也 不習无不利 地道光也〕”라 하였다. 또한 《중용장구》 제 12 장에 군자의 도는 “그 지극함에 미쳐서는 하늘과 땅에 환히 드러나니라.〔及其至也 察乎天地〕” 하였다. 다음 문장의 ‘辨’ 자 역시 현시(顯示)의 뜻을 지니고 있다.
[주D-030]맥락(脈絡) : 한의학에서 경맥(經脈)과 낙맥(絡脈)을 합쳐 부른 말로, 경락(經絡)이라고도 한다. 경맥은 세로로 간선(幹線)을 이루고 낙맥은 가로로 지선(支線)을 이루어 상호 연결되어 온몸에 기혈(氣血)을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주D-031]씨앗이 …… 것 : 원문은 ‘實含斯活’인데, 《시경》 주송(周頌) 재삼(載芟)에 “온갖 곡식을 파종하니 씨앗이 생기를 머금고 살아나네.〔播厥百穀 實函斯活〕”라고 하였다. 성리학에서는 사람의 마음에 보존되어 있는 성(性)을 종종 씨앗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연암집》 권1 ‘이자후(李子厚)의 득남(得男)을 축하한 시축(詩軸)의 서문’ 참조.
[주D-032]맞이하여 이어 나가는 것 : 원문은 ‘迓續’인데, 《서경》 반경 중(盤庚中)에 “나는 하늘로부터 너희들의 명을 맞이하여 이어 나가려 한다.〔予迓續乃命于天〕”고 하였다.
[주D-033]하늘이 명한 성(性) : 《중용장구》 제 1 장에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한다.〔天命之謂性〕”고 하였다.
[주D-034]맹자가 …… 변론(辯論)하고 : 《맹자》 중 특히 고자 상(告子上)에서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것을 가리키는 듯하다. 《대학장구》 경(經) 1장에 “대학의 도는 명덕(明德)을 밝히는 데 있고 …… 지선(至善)에 이르면 멈추는 데 있다.〔大學之道 在明明德 …… 在止於至善〕”고 하였고, 《중용장구》 제 1 장에 “성을 따르는 것을 도라 한다.〔率性之謂道〕”고 하였다.
[주D-035]하지 …… 명(命)이다 : 《맹자》 만장 상(萬章上)에 나오는 말이다.
[주D-036]하늘의 …… 것이요 : 《서경》 탕고(湯誥)에 “위대하신 상제가 백성들에게 충(衷)을 내려 주셨도다.〔惟皇上帝 降衷于下民〕”라고 하였다. ‘충(衷)’ 자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다. 선(善) 또는 복(福)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중(中) 즉 중도(中道)나 내심(內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주D-037]중(中)을 따르는 : 원문은 ‘由中’인데 이는 ‘由衷’과 같은 말로, 내심(內心)에서 우러나온다는 뜻이다.
[주D-038]사도(斯道) : ‘이 도’란 뜻으로, 유교 도덕을 가리킨다.
[주D-039]땅을 믿는 것 : 땅을 믿는다는 것은 그 위에 만물을 실을 정도로 땅이 넓고 두터움(博厚)을 믿는다는 뜻이다. 《중용장구》 제 26 장에 “넓고 두터움은 만물을 싣는 바〔博厚 所以載物也〕”라 “넓고 두터움은 땅과 합치한다〔博厚配地〕”고 하였다.
[주D-040]형이상(形而上) : 형이상(形以上)과 같은 말로, 형체가 없는 추상적 존재를 말한다. 이와 대립하는 개념이 ‘형이하(形而下)’로, 형체가 있는 구체적 존재를 말한다. 《주역》 계사전 상에 “형이상의 것을 도라고 하고 형이하의 것을 기(器)라고 한다.” 하였다.
[주D-041]지극히 ……것이요 : 《중용장구》 제 23 장에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실이라야 인심을 교화할 수 있다.〔唯天下至誠 爲能化〕”고 하였고, 《주역》 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 “땅에 근본을 둔 것은 아래와 친하다.〔本乎地者 親下〕”고 하였다.
[주D-042]사물의 …… 지극해진다 : 원문은 ‘物格而知致’인데, ‘物格而至致’ 또는 ‘物格而致知’로 되어 있는 이본도 있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대학》의 구절을 감안하면 ‘物格而知至’라야 한다.
[주D-043]사물의 …… 것이네 : 《대학장구》 경 1장에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뒤라야 지식이 지극해진다.〔物格而后 知至〕”고 하였고, 《주역》 건괘 문언전에 “하늘에 근본을 둔 것은 위와 친하다.〔本乎天者 親上〕”고 하였다.
[주D-044]덕성(德性)을 ……것 : 원문은 ‘尊德性而道問學’인데, 《중용장구》 제 27 장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주D-045]은밀한 …… 하는 : 원문은 ‘索隱行怪’인데, 《중용장구》 제 11 장에 나오는 말이다.
[주D-046]소리도 …… 없으므로 : 《시경》 대아(大雅) 문왕(文王)에 “하늘이 하시는 일은 소리도 냄새도 없네.〔上天之載 無聲無臭〕”라고 하였다. 하늘이 하시는 일은 추측할 길이 없다는 뜻이다.
[주D-047]사물이 …… 있으므로 : 《시경》 대아 증민(蒸民)에 “하늘이 만민을 낳으셨으니, 사물이 있으면 법칙이 있나니라.〔天生蒸民 有物有則〕” 하였다.
[주D-048]타고난 …… 것이며 : 《맹자》 진심 상에 “형체와 안색은 타고난 성질이지만 오직 성인이라야 그 형체를 바르게 지켜 나간다.〔形色 天性也 惟聖人然後 可以踐形〕”고 하였고, 《주역》 계사전 상에 “천명을 즐거이 따르며 자신의 천명을 알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樂天知命 故不憂〕”고 하였다.
[주D-049]속이기 …… 귀신이며 : 귀신(鬼神)이란 개념은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여기서는 《중용》에서 주장하는, 우주 만물을 생성하는 음양(陰陽) 이기(二氣)의 활동을 가리킨다.
[주D-050]이치를 …… 것이요 : 원문은 ‘窮道之自反也’인데 뜻이 통하지 않는다. 김택영의 《연암집》에는 “이 구절은 잘못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를 붙여 놓았고, 다시 《중편연암집》에는 ‘窮理者 道之自反也’로 고쳐 놓았으므로, 이에 의거하여 번역하였다.
[주D-051]길에서 …… 것일세 : 《논어》 양화(陽貨)에서 공자는 “길에서 주워들은 말을 전하는 것은 덕을 저버리는 것이다.〔道聽而途說 德之棄也〕”라고 하였다.
[주D-052]물을 체(體)로 삼고 : 《중용장구》 제 16 장에서 공자는 “귀신의 덕이 성대하도다!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는 않지만, 물을 체(體)로 삼으며 어떤 물에든 누락될 수 없다.〔體物而不可遺〕”라고 하였다. ‘體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으나, 《중용집주(中庸集註)》의 해석을 좇아 번역하였다.
[주D-053]나의 ……것이다 : 《중용장구》 제 22 장에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실이라야 자신의 성(性)을 극진히 발현할 수 있으니, 자신의 성을 극진히 발현할 수 있으면 인(人)의 성을 극진히 발현할 수 있고, 인의 성을 극진히 발현할 수 있으면 물(物)의 성을 극진히 발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주D-054]건도(乾道)가 …… 타고난다 : 《주역》 건괘(乾卦) 단전(彖傳)의 말이다.
[주D-055]건도란 …… 이(理)이다 : 《주자어류(朱子語類)》 권68에 “천도(天道)로 말하자면 원형이정이 되고, 사시로 말하자면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이 되고, 인도(人道)로 말하자면 인의예지가 되고, 기후로 말하자면 따뜻하고 서늘하고 마르고 습한 것〔溫涼燥濕〕이 되고, 사방으로 말하자면 동서남북이 된다.”고 하였다.
[주D-056]형용(形容)과 소리 : 원문은 ‘容聲’인데 《예기》 제의(祭義)에서 제삿날에 음식을 진설할 때 “엄숙하여 반드시 용성을 듣는 듯이 한다.〔肅然必有聞乎容聲〕”고 하였다. 용성에 대한 해석 역시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여기서는 이와 기를 두고 사용했으므로, 형용과 소리로 번역하였다. 《중용집주》에서 귀신을 음양 이기(二氣)의 활동으로 해석하면서 귀신은 무형무성(無形無聲)이라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주D-057]천하의 사정(事情)에 통달하고 : 원문은 ‘通天下之故’인데 《주역》 계사전 상에 나오는 말이다. “역(易)은 사려도 없고 작위도 없어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다가, 감응하면 드디어 천하의 사정에 통달한다.〔易 无思也 无爲也 寂然不動 感而遂通天下之故〕”고 하였다.
[주D-058]중묘(衆妙)가 깊고 깊다 : 원문은 ‘衆妙玄玄’인데, 《노자》에 도(道)는 “깊고 또 깊으니 중묘(衆妙)의 문이다.〔玄之又玄 衆妙之門〕”라고 하였다.
[주D-059]말로 …… 아니요 : 《노자》에 “도는 말로 이를 형용할 수 있으면 영원불변한 도가 아니다.〔道可道 非常道〕”라고 하였다.
[주D-060]타고난 …… 보존한다 : 원문은 ‘性成存存’으로 되어 있으나, 《주역》 계사전 상에 “타고난 성을 보존하고 보존함이 도의의 문이다.〔成性存存 道義之門〕”이라 하였다. ‘成性存存’의 해석은 여러 가지인데 주자(朱子)의 본의(本義)에 따라 번역하였다. 《주역》의 이 대목은 《노자》에서 도(道)는 “깊고 또 깊으니 중묘(衆妙)의 문이다.”라고 한 대목과 사상적으로 통한다. 《大易通解 卷13》
[주D-061]고자(告子)가 …… 것 : 고자는 맹자와 동시대 사람인 고불해(告不害)로, 생(生)이 곧 성이며, 성에는 선악(善惡)이 없다고 주장했다. 《孟子 告子上》
[주D-062]순자(荀子)가 …… 것 : 순자는 사람의 성이 본래 악하며, 선한 특성은 인위적인 학습과 예의에 의한 것이라 주장했다. 《荀子 性惡》
[주D-063]양자(揚子)가 …… 것 : 양웅(揚雄)은 사람의 성에는 선악이 혼재하며, 그 선한 성을 닦으면 선인이 되고 그 악한 성을 닦으면 악인이 된다고 하여, 서로 대립하는 맹자와 순자의 설을 조화시키고자 했다. 《法言 修身》
[주D-064]한자(韓子)가 …… 것 : 한유(韓愈)는 원성(原性)에서 사람의 성을, 선만 있고 악이 없는 상품(上品)과, 교육 여하에 따라 상품이나 하품이 될 수 있는 중품(中品)과, 악뿐이어서 교육으로도 변화시킬 수 없는 하품(下品)으로 나누었다. 이는 맹자, 순자, 양웅의 설을 조화시키려 한 것으로서, 맹자의 성선(性善)은 상품에 해당하고, 순자의 성악(性惡)은 하품에 해당하며, 양자의 성선악혼(性善惡混)은 중품에 해당한다.
[주D-065]불씨(佛氏)의 …… 것 : 불교에서 심(心)ㆍ의(意)ㆍ식(識) 중 식(識)이 대상을 판별하는 활동을 ‘작용(作用)’이라 한다. 《전등록(傳燈錄)》에 “성이 어디에 있는가? 작용에 있다.〔性在何處 曰在作用〕”고 하였다. 주자나 정도전(鄭道傳)은 안전(眼前)의 작용(作用)이 곧 성이라고 하면서 ‘작용견성(作用見性)’을 주장하는 선가(禪家)의 설을 비판하였다.
[주D-066]서로 가깝다 : 《논어》 양화(陽貨)에서 공자는 “사람의 성(性)은 서로 가까우나 습관으로 인해 서로 멀어진다.〔性相近 習相遠〕”고 하였다. 정자(程子)나 주자의 주장에 의하면, 공자가 사람의 성이 똑같다고 하지 않고 서로 가깝다고만 한 것은 ‘본연의 성〔本然之性〕’이 아니라 ‘기질의 성〔氣質之性〕’을 가리켜 말한 것이라고 한다.
[주D-067]인심(人心)과 도심(道心) : 《서경》 대우모(大禹謨)에서 순(舜) 임금이 우(禹)에게 왕위를 물려주면서 “인심은 위태하고 도심은 은미(隱微)하니 정밀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야 진실로 그 중정(中正)을 잡으리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고 훈계하였다. 이 말에 근거하여 정자와 주자는 인심도심설(人心道心說)을 제창했다.
[주D-068]말하기 어렵다 :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서 “나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잘 기른다.”고 말한 맹자에게 공손추가 호연지기란 무엇이냐고 묻자 맹자는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주D-069]자사(子思)가 …… 것 : 자사의 저술로 간주되는 《중용》에서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한다.〔天命之謂性〕”고 하였다.
[주D-070]맹자가 …… 것 : 《맹자》 등문공 상에 “맹자가 성이 선함을 말하되 말마다 반드시 요순(堯舜)을 일컬었다.〔孟子道性善 言必稱堯舜〕”고 하였다.
[주D-071]정자(程子)가 …… 것 : 정이(程頤)는 “성이 곧 이이다.〔性卽理也〕”라고 하여 성즉리(性卽理)의 설을 처음으로 주장했다.
[주D-072]겸하면 : 성을 심(心)과 겸하여 설명한다든가, 이를 기와 겸하여 설명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주D-073]원문 빠짐 : ‘性之爲字 從心從生’이란 앞 문장과 거의 같은 문장이 이 글의 마지막 조목에 ‘夫性者 從心從生’이라고 다시 나온다. 그리고 그에 이어서 ‘心之具而生之族也’로 문장이 끝나고 있음을 보면, 원문의 빠진 대목 역시 ‘心之具而生之族也’일 가능성이 높다. ‘心直指 ……’로 시작하는 그다음 문장은, 이 글 말미의 안설(按說)에서 박종간(朴宗侃)이 ‘모두 24개 조목’이라 한 점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의 해당 부분을 참조하면, 별개의 조목으로 나뉘어야 한다.
[주D-074]건순오상(健順五常) : 《주역》 설괘전(說卦傳)에 의하면 건(健)은 건(乾)의 성(性)이고 순(順)은 곤(坤)의 성이다. 오상(五常)은 곧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인데 이는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곧 오장(五臟)과 상응한다. 즉 인은 목(木)으로 간과, 의는 금(金)으로 폐와, 예는 화(火)로 심장과, 지는 토(土)로 비장과, 신은 수(水)로 신장과 서로 상응한다고 본다.
[주D-075]이어 가는 …… 성(性)이다 : 《주역》 계사전 상에 “한 번 음이 되었다가 한 번 양이 되는 것을 도라고 한다. 이를 이어 가는 것은 선이요 이를 이루게 하는 것은 성이다.”라고 하였다.
[주D-076]육률(六律) : 동양 음악의 12음계〔律〕는 음양의 원리에 따라 홀수 음계인 육률과 짝수 음계인 육려(六呂)로 나뉘는데, 육률은 저음부터 차례로 황종(黃鐘 : C)ㆍ태주(太蔟 : D)ㆍ고선(姑洗 : E)ㆍ유빈(蕤賓 : F#)ㆍ이칙(夷則 : G#)ㆍ무역(無射 : A#)을 가리킨다.
[주D-077]우물로 …… 있겠는가 :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우물로 기어가는 아이를 보면 누구나 놀라면서 측은한 마음을 품는다고 하였고, 이루 상에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으로 건져 주는 것은 권도(權道)이다.”라고 하였다.
[주D-078]진 시황이 …… 것이다. :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은 진(秦) 나라 말기에 반란을 일으켜 진 나라가 멸망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인물이며, 하무저(夏無且)는 진 시황의 시의(侍醫)였다. 자객 형가(荊軻)가 진 시황을 죽이려 하자 진 시황이 이를 피해 기둥을 돌면서 달아났는데, 이때 하무저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약주머니를 던져 위험을 모면할 수 있게 하였다. 《史記 卷86 刺客列傳》 이는 진 나라의 멸망을 초래한 진승이나 오광조차도 진 시황의 신하로 있었다면 본성에 따라 당연히 진 시황을 구하기 위해 의로운 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주D-079]잠시도 떠날 수 없는 것 : 《중용장구》 제 1 장에 “도란 잠시도 떠날 수 없으니, 떠날 수 있다면 도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주D-080]형체를 지켜 나가는 것 : 원문은 ‘踐形’이다. 《맹자》 진심 상에 “형체와 안색은 타고난 성질이지만 오직 성인이라야 그 형체를 바르게 지켜 나간다.〔形色 天性也 惟聖人然後 可以踐形〕”고 하였고, 《주역》 계사전 상에 “천명을 즐거이 따르며 자신의 천명을 알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樂天知命 故不憂〕”고 하였다.
[주D-081]천명을 완수하는 것 : 원문은 ‘立命’인데, 《맹자》 진심 상에 “수명의 길고 짦음에 개의하지 않고 제 몸을 닦으며 천명을 기다리는 것이 천명을 완수하는 방법이다.〔夭壽不貳 修身以俟之 所以立命也〕”라고 하였다.
[주D-082]같은 부류를 좇아가는 것 : 원문은 ‘就類’인데, 《주역》 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 “물은 습한 데로 흐르고 불은 건조한 데를 좇아가니 …… 각각 같은 부류를 따르는 것이다.〔水流濕 火就燥 …… 則各從其類也〕”라고 하였다.
[주D-083]중(中)을 세워서 : 원문은 ‘建中’인데, 《서경》 중훼지고(仲虺之誥)에 “임금은 힘써 큰 덕을 밝혀 백성에게 중도(中道)를 세우소서.〔王懋昭大德 建中于民〕”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촛불 한가운데에 심지를 세운다는 뜻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주D-084]밝음으로 …… 것 : 《중용장구》 제 21 장에 “성(誠)으로 말미암아 밝아지는 것을 성(性)이라 하고, 밝음으로 말미암아 성실해지는 것을 교(敎)라 한다.〔自誠明 謂之性 自明誠 謂之敎〕”고 하였다.
[주D-085]하늘에 …… 친하므로 : 《주역》 건괘 문언전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주D-086]형이하(形而下)의 …… 한다 : 형체가 있는 구체적 존재를 말한다. 《주역》 계사전 상에 “형이상의 것을 도라고 하고 형이하의 것을 기(器)라고 한다.” 하였다.
[주D-087]이(理)와 …… 이룹니다 : 주자(朱子)는 이와 기의 관계를 승마에 비유하여 “이가 기에 올라타는 것은 사람이 말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또한 “사단(四端)은 이의 발현이요 칠정(七情)은 기의 발현이다.”라고 하였다. 장재(張載)는 “정(情)이 발현하지 않으면 성(性)이 되는데, 그 처음에 발현〔發〕과 미발현〔未發〕의 사이에는 기가 이에 올라타고 나온다.〔氣乘理而出〕”고 하였다. 이황(李滉)은 “사단은 이가 발현하여 기가 뒤따른 것이요, 칠정은 기가 발현하여 이가 올라탄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그에 반대하여 이이(李珥)는 ‘기가 발현하면 이가 올라탄다.〔氣發理乘〕’는 한 가지만을 인정하였다. 《주역》 건괘 단전(彖傳)에 “구름이 가고 비가 내리니 만물이 유포되어 형체를 이룬다.〔雲行雨施 品物流形〕”고 하였다. 이는 건(乾)이 형(亨)의 덕을 지니고 있음을 말한 것이라 한다.
[주D-088]하늘과 불은 동인(同人)이다 : 《주역》 동인괘(同人卦) 상전(象傳)에 “하늘과 불은 동인이니, 군자는 이로써 족속을 유별하고 사물을 구별한다.〔天與人同人 君子以類族辨物〕”고 하였다. 하늘은 위에 있고 불의 본성은 불꽃을 일으키며 위로 타오르는 것이므로, 하늘과 불은 동류(同類)라는 뜻이다.
[주D-089]곧지〔直〕 …… 않는다 :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나오는 말이다.
[주D-090]곧음으로 …… 된다 :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서 맹자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주D-091]음과 …… 가는데 : 원문은 ‘陰陽相盪’인데, 음이 자라면 점차 양이 물러가고 양이 자라면 음이 점차 물러가는 것을 말한다. 《주역》 계사전 상에 “강(剛 :양효〈 陽爻〉)과 유(柔 : 음효〈陰爻〉)가 서로 교감하여 팔괘가 서로 변하여 간다.〔剛柔相摩 八卦相盪〕”고 하였다.
[주D-092]길은 …… 때문이다 : 원문은 ‘殊塗同歸’인데, 《주역》 계사전 하에서 공자가 말하기를 “천하 만사에 대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염려하랴? 천하 만사는 귀결은 같은데 길이 다를 뿐이다.〔天下何思何慮 天下同歸而殊塗〕”라고 하였다.
[주D-093]태양(太陽) : 태양은 해ㆍ여름ㆍ남쪽 등을, 태음(太陰)은 달ㆍ겨울ㆍ북쪽 등을 뜻한다.
[주D-094]백성들은 …… 못한다 : 《주역》 계사전 상에 “백성들은 날마다 쓰되 그 공(功)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를 체득한 자가 드물다.〔百姓日用而不知 故君子之道鮮矣〕”고 하였다.
[주D-095]행(行)이라 칭하고 : 불〔火〕은 오행(五行)의 하나이고, 행(行) 자에는 덕행(德行)이란 뜻이 있다.
[주D-096]자기 …… 한다 : 《대학장구》 경(經) 1장에 나오는 말이다.
[주D-097]하늘이 명한 성 : ‘기질의 성〔氣質之性〕’과 대립하는 성리학의 개념으로, ‘본연의 성〔本然之性〕’, ‘천지의 성〔天地之性〕’, ‘의리의 성〔義理之性〕’이라고도 부른다.
[주D-098]기화(氣化) : 성리학의 용어로, 음양의 기가 만물을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만물은 그 시초에는 이러한 기화를 통해 생성된다. 이와 대립하는 것이 형화(形化)로, 기화에 의해 일단 형체를 갖춘 만물은 종자를 통해 그 형질을 유전한다고 본다.
[주D-099]기(氣) 역시 선하며 : 성리학에서는 기 자체를 악이라 보지는 않는다. 기가 성의 발현을 저해하거나 억제하는 한에서만 부정적으로 보는데, 그러한 한계를 지니지 않은 청명하고 순수하며 조금도 혼탁이 없는 기도 있다. 사람이 이러한 기를 타고나면 요순(堯舜)과 같은 성인이 된다고 한다.
[주D-100]종간(宗侃) : 연암의 둘째 아들인 박종채(朴宗采 : 1780~1835)의 처음 이름이다. 박종채는 1829년 음보(蔭補)로 출사한 뒤 경산 현령(慶山縣令)을 지냈으며, 연암의 언행에 관해 상세히 기록한 《과정록》을 남겼다. 사후에 아들 박규수(朴珪壽)가 현달하여, 영의정에 증직되었다.
[주D-001]원도(原道) : 한유(韓愈)가 지은 글로서 유교의 도가 도가(道家)나 불교의 도와 다른 까닭을 논변하였다.
[주D-002]한 …… 마리 : 같은 것끼리 모여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주D-003]뿔 …… 내놓으라〔卑出童羖〕 : 《시경》 소아(小雅) 빈지초연(賓之初筵)에 나오는 구절로, ‘뿔 없는 숫양’이란 결코 있을 리 없는 사물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4]대저 …… 어렵겠는가 : 《맹자》 고자 하(告子下)에 나오는 말이다.
[주D-005]잘못에 빠진 것 : 원문은 ‘遂迷’인데,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 고집하는 것을 뜻한다.
[주D-006]길이 …… 마땅하건만 : 《중용장구》 제 1 장의 집주(集註)에 ‘도(道)란 일상생활에 있어서 행해야 마땅한 도리〔道者 日用事物當行之理〕’라고 하였다.
[주D-007]편안히 걷지 : 원문은 ‘安行’인데, 이는 원래 배우지 않고도 알아서 차분하게 행하는 것을 뜻한다. 《중용장구》 제 20 장에 “혹은 편안히 행하며, 혹은 민첩하게 행하며, 혹은 애써 간신히 행하나, 성공함에 이르러서는 한가지이다.〔或安而行之 或利而行之 或勉强而行之 及其成功一也〕”라고 하였다.
[주D-008]대개 …… 아니요 : 원문은 ‘蓋妄於足也 妄之非爲妄也’인데 뜻이 잘 통하지 않는다. ‘妄’ 자가 ‘忘’ 자와 상통함을 이용한 어희(語戱)로 볼 수도 있다. 김택영의 《연암집》과 《중편연암집》,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 등에는 ‘蓋忘於足也 忘之非爲妄也’로 되어 있어 그에 따라 번역하였다.
[주D-009]애써 …… 아니라네 : 원문은 ‘不勉非違道也’인데, 《중용장구》 제 20 장에 “성(誠)이란 하늘의 길이요 성실하고자 함은 사람의 길이니, 성이란 애써 하지 않아도 중정(中正)하며〔不勉而中〕 생각지 않아도 저절로 깨달아 여유 있게 길과 합치하나니, 성인(聖人)이 그러하다.”고 하였고, 그 집주에 “애써 하지 않아도 중정하다는 것은 편안히 행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중용장구》 제 13 장에 “충서는 도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忠恕 違道不遠〕”고 하였다.
[주D-010]말은 …… 일으킨다 : 원문은 ‘圓蹄先前 耦武先後’인데 원제(圓蹄)는 발굽이 둥근 말을 가리키고 우무(耦武)는 발굽이 둘로 갈라진 소를 가리킨다. 《조화권여(造化權輿)》에 말은 양물(陽物)이라 발굽이 둥글고 일어설 때 앞발을 먼저 일으키며〔起先前足〕, 소는 음물(陰物)이라 발굽이 갈라졌고 일어설 때 뒷발을 먼저 일으킨다〔起先後足〕고 하였다. 《周易玩辭 卷15 馬牛》
[주D-011]사람이 …… 편하다 : 원문은 ‘人之利用 右便於左’인데, 《열하일기》 막북행정록(漠北行程錄) 8월 7일 조에 우리나라의 어마법(御馬法)을 비판하면서 사람이 몸을 쓰기에는 오른쪽이 왼쪽보다 편리하며〔人之體用 右利於左〕 그 점에서는 말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주D-012]남자는 …… 법 : 《예기》 내칙(內則)에 출생 후 3개월이 지난 사내아이는 ‘두 갈래 상투〔角〕’, 계집아이는 ‘세 갈래 상투〔羈〕’를 짜며 그렇지 않으면 ‘남자는 머리 왼쪽, 여자는 머리 오른쪽으로 북상투를 짠다〔男左女右〕’고 하였다. 그 밖에도,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문 왼쪽에 활을 걸고 계집아이가 태어나면 문 오른쪽에 수건을 걸며, 절할 때 남자는 왼손을 위로 하고 여자는 오른손을 위로 한다고 하였다.
[주D-013]길사(吉事)와 …… 있나 : 《노자》에서 “길사(吉事)에는 왼쪽을 높이고 흉사(凶事)에는 바른쪽을 높인다.〔吉事尙左 凶事尙右〕”고 하였고, 《예기》 단궁 상(檀弓上)에 길사는 양(陽)이라 공수(拱手)할 때 왼손을 위로 하고 흉사는 음이라 오른손을 위로 한다고 하였다. 또한 《의례집설(儀禮集說)》 권12에 남자는 길배(吉拜)에 왼손을 위로 하고 상배(喪拜)에 오른손을 위로 하며, 여자는 그와 반대로 한다고 하였다.
[주D-014]성(性)에서 …… 것인가 : 성은 타고난 본성을 말하고, 형(形)은 신체를 말한다. 신체는 기(氣)로 이루어져 지각(知覺)하고 운동할 수 있으므로, ‘형에서 터득한다’는 것은 후천적인 체험을 통해 안다는 뜻이다.
[주D-015]양지(良知)와 양능(良能) :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사람이 배우지 않고서도 능한 것, 그것이 양능이요 생각하지 않고서도 아는 것, 그것이 양지이다.”라고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부모를 사랑하는 인(仁)과 어른을 공경하는 의(義)를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선천적 지혜〔良知〕’와 ‘선천적 능력〔良能〕’을 갖추고 있다고 본 것이다. 명(明) 나라 때 왕수인(王守仁)이 이 양지ㆍ양능을 극히 중시하여, 주자학에 맞서 치양지(致良知)를 종지(宗旨)로 하는 양명학(陽明學)을 일으켰다.
[주D-016]공자는 …… 했네 : 《논어》 이인(里仁)에서 공자는 제자 증삼(曾參)에게 “삼아, 우리의 도는 하나로써 관철되어 있느니라.”라고 하였다. ‘우리의 도〔吾道〕’는 유교를 말한다.
[주D-017]분리될 …… 아니다 : 《중용장구》 제 1 장에 “도란 잠시라도 분리될 수 없으니, 분리될 수 있다면 도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중용》은 자사(子思)의 저술로 간주되고 있다.
[주D-018]기는 …… 것이지 :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설명하면서 “정직함으로써 기르고 해치지 않으면 천지 사이에 가득 차게 된다.〔以直養而無害 則塞于天地之間〕”고 하였고, 이어서 호연지기는 “도의와 짝을 이루나니 이것이 없으면 기가 궁핍하게 된다.〔配義與道 無是 餒也〕”고 하였다.
[주D-019]사람〔人〕에 …… 도일세 : 《맹자》 진심 하(盡心下)에 “인이란 것은 사람이니, 인과 사람을 합쳐서 말하면 도이다.〔仁也者 人也 合而言之 道也〕”라고 하였다. 인을 행할 수 있어야 사람다운 사람이며, 사람이 인과 합치한 상태를 도라고 한다는 뜻이다.
[주D-020]문왕(文王)이 …… 것이요 :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 주(周) 나라 문왕은 “도를 앙망하여 아직 보지 못한 듯이 하였다.〔望道而未之見〕”고 하였고, 진심 상에 “요(堯) 임금과 순(舜) 임금은 인(仁)을 본성으로 타고났고,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은 힘써 체득하였다.〔堯舜性之 湯武身之〕”고 하였다.
[주D-021]장자(張子)가 …… 것 : 장자는 북송(北宋)의 저명한 성리학자 장재(張載 : 1020~1077)를 말한다. 그는 한동안 불교와 도가의 서적을 연구했다가 별반 수확이 없다고 여기고 육경(六經)으로 돌아왔으며, 인종(仁宗) 가우(嘉祐) 초년에 정호(程灝)ㆍ정이(程頤) 형제와 교제하면서부터 이단의 학문을 버리고 유교 연구에 전념하였다고 한다.
[주D-022]반성하여 …… 터이지 : 《맹자》 이루 상에 “행하여 얻지 못한 것이 있거든 모두 반성하여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을지니, 제 몸이 올바르게 되고 천하 사람이 귀의할 것이다.〔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 其身正而天下歸之〕”라 하였고, 진심 상에 “요(堯) 임금과 순(舜) 임금은 인(仁)을 본성으로 타고났고,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은 힘써 체득하였다.〔堯舜性之 湯武身之〕”고 하였고, “제 몸을 반성하여 성실히 하면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이 없고, 힘써 제 마음으로 남의 마음을 헤아려 행하면 인을 구하는 데 이보다 더 가까운 길이 없다.〔反身而誠 樂莫大焉 强恕而行 求仁莫近焉〕”고 하였다. ‘도를 제 몸에서 만난다’는 것은 몸소 노력하여야만 도를 체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D-023]공(空) …… 되지 : 원문에는 ‘空而後見其公也’ 7자가 누락되어 있다. 김택영의 《연암집》과 《중편연암집》에 의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주D-024]곧지 …… 않는다 : 원문은 ‘不直則道不見’인데,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나오는 말로 원래 ‘直’ 자는 직언(直言)한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연암의 의도와 문맥을 고려하여 ‘곧다’는 뜻으로 번역하였다.
[주D-025]《주역》에 …… 하였네 : 《주역》 건괘(乾卦)의 단전(彖傳)에 나온다. ‘여섯 마리의 용’은 건괘의 여섯 양효(陽爻)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은둔할 때에는 잠룡(潛龍)을 타고 나설 때에는 비룡(飛龍)을 타는 등 때의 변화에 따라 처신함으로써 ‘하늘의 도〔乾道〕’를 행한다는 뜻이다.
[주D-026]고집하지도 …… 않으며 : 원문은 ‘無固無必’인데, 《논어》 자한(子罕)에 “공자는 네 가지가 전혀 없으시니, 억측하지 않고, 기필코 성사하려 하지 않으며, 고집하지도 않고, 아집을 부리지 않았다.〔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고 하였다.
[주D-027]어느 것을 …… 않네 : 원문은 ‘無適無莫’인데, 《논어》 이인(里仁)에서 공자는 “군자는 천하에 대해서 후대함도 없고 박대함도 없으며 의(義)만을 따른다.〔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고 하였다. ‘適’과 ‘莫’에 대한 종래의 해석은 분분하다. 여기서는 각각 ‘厚’와 ‘薄’으로 보는 해석을 취했다.
[주D-028]하늘의 …… 뿐이요 : 《맹자》 만장 상(萬章上)에 “하늘은 말하지 않는다. 행동과 사실로써 나타내 보일 따름이다.〔天不言 以行與事 示之而已矣〕”라고 하였다.
[주D-029]드러내 보일〔視〕 : ‘視’는 ‘示’의 옛 글자로, ‘示’와 같은 뜻이다. 《주역》 곤괘(坤卦) 육이(六二)의 상전(象傳)에 “육이의 움직임은 곧고 바르니, 배우지 않아도 만사가 순조로움은 땅의 도가 환히 빛나기 때문이다.〔六二之動 直以方也 不習无不利 地道光也〕”라 하였다. 또한 《중용장구》 제 12 장에 군자의 도는 “그 지극함에 미쳐서는 하늘과 땅에 환히 드러나니라.〔及其至也 察乎天地〕” 하였다. 다음 문장의 ‘辨’ 자 역시 현시(顯示)의 뜻을 지니고 있다.
[주D-030]맥락(脈絡) : 한의학에서 경맥(經脈)과 낙맥(絡脈)을 합쳐 부른 말로, 경락(經絡)이라고도 한다. 경맥은 세로로 간선(幹線)을 이루고 낙맥은 가로로 지선(支線)을 이루어 상호 연결되어 온몸에 기혈(氣血)을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주D-031]씨앗이 …… 것 : 원문은 ‘實含斯活’인데, 《시경》 주송(周頌) 재삼(載芟)에 “온갖 곡식을 파종하니 씨앗이 생기를 머금고 살아나네.〔播厥百穀 實函斯活〕”라고 하였다. 성리학에서는 사람의 마음에 보존되어 있는 성(性)을 종종 씨앗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연암집》 권1 ‘이자후(李子厚)의 득남(得男)을 축하한 시축(詩軸)의 서문’ 참조.
[주D-032]맞이하여 이어 나가는 것 : 원문은 ‘迓續’인데, 《서경》 반경 중(盤庚中)에 “나는 하늘로부터 너희들의 명을 맞이하여 이어 나가려 한다.〔予迓續乃命于天〕”고 하였다.
[주D-033]하늘이 명한 성(性) : 《중용장구》 제 1 장에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한다.〔天命之謂性〕”고 하였다.
[주D-034]맹자가 …… 변론(辯論)하고 : 《맹자》 중 특히 고자 상(告子上)에서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것을 가리키는 듯하다. 《대학장구》 경(經) 1장에 “대학의 도는 명덕(明德)을 밝히는 데 있고 …… 지선(至善)에 이르면 멈추는 데 있다.〔大學之道 在明明德 …… 在止於至善〕”고 하였고, 《중용장구》 제 1 장에 “성을 따르는 것을 도라 한다.〔率性之謂道〕”고 하였다.
[주D-035]하지 …… 명(命)이다 : 《맹자》 만장 상(萬章上)에 나오는 말이다.
[주D-036]하늘의 …… 것이요 : 《서경》 탕고(湯誥)에 “위대하신 상제가 백성들에게 충(衷)을 내려 주셨도다.〔惟皇上帝 降衷于下民〕”라고 하였다. ‘충(衷)’ 자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다. 선(善) 또는 복(福)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중(中) 즉 중도(中道)나 내심(內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주D-037]중(中)을 따르는 : 원문은 ‘由中’인데 이는 ‘由衷’과 같은 말로, 내심(內心)에서 우러나온다는 뜻이다.
[주D-038]사도(斯道) : ‘이 도’란 뜻으로, 유교 도덕을 가리킨다.
[주D-039]땅을 믿는 것 : 땅을 믿는다는 것은 그 위에 만물을 실을 정도로 땅이 넓고 두터움(博厚)을 믿는다는 뜻이다. 《중용장구》 제 26 장에 “넓고 두터움은 만물을 싣는 바〔博厚 所以載物也〕”라 “넓고 두터움은 땅과 합치한다〔博厚配地〕”고 하였다.
[주D-040]형이상(形而上) : 형이상(形以上)과 같은 말로, 형체가 없는 추상적 존재를 말한다. 이와 대립하는 개념이 ‘형이하(形而下)’로, 형체가 있는 구체적 존재를 말한다. 《주역》 계사전 상에 “형이상의 것을 도라고 하고 형이하의 것을 기(器)라고 한다.” 하였다.
[주D-041]지극히 ……것이요 : 《중용장구》 제 23 장에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실이라야 인심을 교화할 수 있다.〔唯天下至誠 爲能化〕”고 하였고, 《주역》 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 “땅에 근본을 둔 것은 아래와 친하다.〔本乎地者 親下〕”고 하였다.
[주D-042]사물의 …… 지극해진다 : 원문은 ‘物格而知致’인데, ‘物格而至致’ 또는 ‘物格而致知’로 되어 있는 이본도 있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대학》의 구절을 감안하면 ‘物格而知至’라야 한다.
[주D-043]사물의 …… 것이네 : 《대학장구》 경 1장에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뒤라야 지식이 지극해진다.〔物格而后 知至〕”고 하였고, 《주역》 건괘 문언전에 “하늘에 근본을 둔 것은 위와 친하다.〔本乎天者 親上〕”고 하였다.
[주D-044]덕성(德性)을 ……것 : 원문은 ‘尊德性而道問學’인데, 《중용장구》 제 27 장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주D-045]은밀한 …… 하는 : 원문은 ‘索隱行怪’인데, 《중용장구》 제 11 장에 나오는 말이다.
[주D-046]소리도 …… 없으므로 : 《시경》 대아(大雅) 문왕(文王)에 “하늘이 하시는 일은 소리도 냄새도 없네.〔上天之載 無聲無臭〕”라고 하였다. 하늘이 하시는 일은 추측할 길이 없다는 뜻이다.
[주D-047]사물이 …… 있으므로 : 《시경》 대아 증민(蒸民)에 “하늘이 만민을 낳으셨으니, 사물이 있으면 법칙이 있나니라.〔天生蒸民 有物有則〕” 하였다.
[주D-048]타고난 …… 것이며 : 《맹자》 진심 상에 “형체와 안색은 타고난 성질이지만 오직 성인이라야 그 형체를 바르게 지켜 나간다.〔形色 天性也 惟聖人然後 可以踐形〕”고 하였고, 《주역》 계사전 상에 “천명을 즐거이 따르며 자신의 천명을 알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樂天知命 故不憂〕”고 하였다.
[주D-049]속이기 …… 귀신이며 : 귀신(鬼神)이란 개념은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여기서는 《중용》에서 주장하는, 우주 만물을 생성하는 음양(陰陽) 이기(二氣)의 활동을 가리킨다.
[주D-050]이치를 …… 것이요 : 원문은 ‘窮道之自反也’인데 뜻이 통하지 않는다. 김택영의 《연암집》에는 “이 구절은 잘못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를 붙여 놓았고, 다시 《중편연암집》에는 ‘窮理者 道之自反也’로 고쳐 놓았으므로, 이에 의거하여 번역하였다.
[주D-051]길에서 …… 것일세 : 《논어》 양화(陽貨)에서 공자는 “길에서 주워들은 말을 전하는 것은 덕을 저버리는 것이다.〔道聽而途說 德之棄也〕”라고 하였다.
[주D-052]물을 체(體)로 삼고 : 《중용장구》 제 16 장에서 공자는 “귀신의 덕이 성대하도다!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는 않지만, 물을 체(體)로 삼으며 어떤 물에든 누락될 수 없다.〔體物而不可遺〕”라고 하였다. ‘體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으나, 《중용집주(中庸集註)》의 해석을 좇아 번역하였다.
[주D-053]나의 ……것이다 : 《중용장구》 제 22 장에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실이라야 자신의 성(性)을 극진히 발현할 수 있으니, 자신의 성을 극진히 발현할 수 있으면 인(人)의 성을 극진히 발현할 수 있고, 인의 성을 극진히 발현할 수 있으면 물(物)의 성을 극진히 발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주D-054]건도(乾道)가 …… 타고난다 : 《주역》 건괘(乾卦) 단전(彖傳)의 말이다.
[주D-055]건도란 …… 이(理)이다 : 《주자어류(朱子語類)》 권68에 “천도(天道)로 말하자면 원형이정이 되고, 사시로 말하자면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이 되고, 인도(人道)로 말하자면 인의예지가 되고, 기후로 말하자면 따뜻하고 서늘하고 마르고 습한 것〔溫涼燥濕〕이 되고, 사방으로 말하자면 동서남북이 된다.”고 하였다.
[주D-056]형용(形容)과 소리 : 원문은 ‘容聲’인데 《예기》 제의(祭義)에서 제삿날에 음식을 진설할 때 “엄숙하여 반드시 용성을 듣는 듯이 한다.〔肅然必有聞乎容聲〕”고 하였다. 용성에 대한 해석 역시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여기서는 이와 기를 두고 사용했으므로, 형용과 소리로 번역하였다. 《중용집주》에서 귀신을 음양 이기(二氣)의 활동으로 해석하면서 귀신은 무형무성(無形無聲)이라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주D-057]천하의 사정(事情)에 통달하고 : 원문은 ‘通天下之故’인데 《주역》 계사전 상에 나오는 말이다. “역(易)은 사려도 없고 작위도 없어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다가, 감응하면 드디어 천하의 사정에 통달한다.〔易 无思也 无爲也 寂然不動 感而遂通天下之故〕”고 하였다.
[주D-058]중묘(衆妙)가 깊고 깊다 : 원문은 ‘衆妙玄玄’인데, 《노자》에 도(道)는 “깊고 또 깊으니 중묘(衆妙)의 문이다.〔玄之又玄 衆妙之門〕”라고 하였다.
[주D-059]말로 …… 아니요 : 《노자》에 “도는 말로 이를 형용할 수 있으면 영원불변한 도가 아니다.〔道可道 非常道〕”라고 하였다.
[주D-060]타고난 …… 보존한다 : 원문은 ‘性成存存’으로 되어 있으나, 《주역》 계사전 상에 “타고난 성을 보존하고 보존함이 도의의 문이다.〔成性存存 道義之門〕”이라 하였다. ‘成性存存’의 해석은 여러 가지인데 주자(朱子)의 본의(本義)에 따라 번역하였다. 《주역》의 이 대목은 《노자》에서 도(道)는 “깊고 또 깊으니 중묘(衆妙)의 문이다.”라고 한 대목과 사상적으로 통한다. 《大易通解 卷13》
[주D-061]고자(告子)가 …… 것 : 고자는 맹자와 동시대 사람인 고불해(告不害)로, 생(生)이 곧 성이며, 성에는 선악(善惡)이 없다고 주장했다. 《孟子 告子上》
[주D-062]순자(荀子)가 …… 것 : 순자는 사람의 성이 본래 악하며, 선한 특성은 인위적인 학습과 예의에 의한 것이라 주장했다. 《荀子 性惡》
[주D-063]양자(揚子)가 …… 것 : 양웅(揚雄)은 사람의 성에는 선악이 혼재하며, 그 선한 성을 닦으면 선인이 되고 그 악한 성을 닦으면 악인이 된다고 하여, 서로 대립하는 맹자와 순자의 설을 조화시키고자 했다. 《法言 修身》
[주D-064]한자(韓子)가 …… 것 : 한유(韓愈)는 원성(原性)에서 사람의 성을, 선만 있고 악이 없는 상품(上品)과, 교육 여하에 따라 상품이나 하품이 될 수 있는 중품(中品)과, 악뿐이어서 교육으로도 변화시킬 수 없는 하품(下品)으로 나누었다. 이는 맹자, 순자, 양웅의 설을 조화시키려 한 것으로서, 맹자의 성선(性善)은 상품에 해당하고, 순자의 성악(性惡)은 하품에 해당하며, 양자의 성선악혼(性善惡混)은 중품에 해당한다.
[주D-065]불씨(佛氏)의 …… 것 : 불교에서 심(心)ㆍ의(意)ㆍ식(識) 중 식(識)이 대상을 판별하는 활동을 ‘작용(作用)’이라 한다. 《전등록(傳燈錄)》에 “성이 어디에 있는가? 작용에 있다.〔性在何處 曰在作用〕”고 하였다. 주자나 정도전(鄭道傳)은 안전(眼前)의 작용(作用)이 곧 성이라고 하면서 ‘작용견성(作用見性)’을 주장하는 선가(禪家)의 설을 비판하였다.
[주D-066]서로 가깝다 : 《논어》 양화(陽貨)에서 공자는 “사람의 성(性)은 서로 가까우나 습관으로 인해 서로 멀어진다.〔性相近 習相遠〕”고 하였다. 정자(程子)나 주자의 주장에 의하면, 공자가 사람의 성이 똑같다고 하지 않고 서로 가깝다고만 한 것은 ‘본연의 성〔本然之性〕’이 아니라 ‘기질의 성〔氣質之性〕’을 가리켜 말한 것이라고 한다.
[주D-067]인심(人心)과 도심(道心) : 《서경》 대우모(大禹謨)에서 순(舜) 임금이 우(禹)에게 왕위를 물려주면서 “인심은 위태하고 도심은 은미(隱微)하니 정밀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야 진실로 그 중정(中正)을 잡으리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고 훈계하였다. 이 말에 근거하여 정자와 주자는 인심도심설(人心道心說)을 제창했다.
[주D-068]말하기 어렵다 :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서 “나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잘 기른다.”고 말한 맹자에게 공손추가 호연지기란 무엇이냐고 묻자 맹자는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주D-069]자사(子思)가 …… 것 : 자사의 저술로 간주되는 《중용》에서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한다.〔天命之謂性〕”고 하였다.
[주D-070]맹자가 …… 것 : 《맹자》 등문공 상에 “맹자가 성이 선함을 말하되 말마다 반드시 요순(堯舜)을 일컬었다.〔孟子道性善 言必稱堯舜〕”고 하였다.
[주D-071]정자(程子)가 …… 것 : 정이(程頤)는 “성이 곧 이이다.〔性卽理也〕”라고 하여 성즉리(性卽理)의 설을 처음으로 주장했다.
[주D-072]겸하면 : 성을 심(心)과 겸하여 설명한다든가, 이를 기와 겸하여 설명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주D-073]원문 빠짐 : ‘性之爲字 從心從生’이란 앞 문장과 거의 같은 문장이 이 글의 마지막 조목에 ‘夫性者 從心從生’이라고 다시 나온다. 그리고 그에 이어서 ‘心之具而生之族也’로 문장이 끝나고 있음을 보면, 원문의 빠진 대목 역시 ‘心之具而生之族也’일 가능성이 높다. ‘心直指 ……’로 시작하는 그다음 문장은, 이 글 말미의 안설(按說)에서 박종간(朴宗侃)이 ‘모두 24개 조목’이라 한 점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의 해당 부분을 참조하면, 별개의 조목으로 나뉘어야 한다.
[주D-074]건순오상(健順五常) : 《주역》 설괘전(說卦傳)에 의하면 건(健)은 건(乾)의 성(性)이고 순(順)은 곤(坤)의 성이다. 오상(五常)은 곧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인데 이는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곧 오장(五臟)과 상응한다. 즉 인은 목(木)으로 간과, 의는 금(金)으로 폐와, 예는 화(火)로 심장과, 지는 토(土)로 비장과, 신은 수(水)로 신장과 서로 상응한다고 본다.
[주D-075]이어 가는 …… 성(性)이다 : 《주역》 계사전 상에 “한 번 음이 되었다가 한 번 양이 되는 것을 도라고 한다. 이를 이어 가는 것은 선이요 이를 이루게 하는 것은 성이다.”라고 하였다.
[주D-076]육률(六律) : 동양 음악의 12음계〔律〕는 음양의 원리에 따라 홀수 음계인 육률과 짝수 음계인 육려(六呂)로 나뉘는데, 육률은 저음부터 차례로 황종(黃鐘 : C)ㆍ태주(太蔟 : D)ㆍ고선(姑洗 : E)ㆍ유빈(蕤賓 : F#)ㆍ이칙(夷則 : G#)ㆍ무역(無射 : A#)을 가리킨다.
[주D-077]우물로 …… 있겠는가 :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우물로 기어가는 아이를 보면 누구나 놀라면서 측은한 마음을 품는다고 하였고, 이루 상에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으로 건져 주는 것은 권도(權道)이다.”라고 하였다.
[주D-078]진 시황이 …… 것이다. :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은 진(秦) 나라 말기에 반란을 일으켜 진 나라가 멸망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인물이며, 하무저(夏無且)는 진 시황의 시의(侍醫)였다. 자객 형가(荊軻)가 진 시황을 죽이려 하자 진 시황이 이를 피해 기둥을 돌면서 달아났는데, 이때 하무저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약주머니를 던져 위험을 모면할 수 있게 하였다. 《史記 卷86 刺客列傳》 이는 진 나라의 멸망을 초래한 진승이나 오광조차도 진 시황의 신하로 있었다면 본성에 따라 당연히 진 시황을 구하기 위해 의로운 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주D-079]잠시도 떠날 수 없는 것 : 《중용장구》 제 1 장에 “도란 잠시도 떠날 수 없으니, 떠날 수 있다면 도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주D-080]형체를 지켜 나가는 것 : 원문은 ‘踐形’이다. 《맹자》 진심 상에 “형체와 안색은 타고난 성질이지만 오직 성인이라야 그 형체를 바르게 지켜 나간다.〔形色 天性也 惟聖人然後 可以踐形〕”고 하였고, 《주역》 계사전 상에 “천명을 즐거이 따르며 자신의 천명을 알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樂天知命 故不憂〕”고 하였다.
[주D-081]천명을 완수하는 것 : 원문은 ‘立命’인데, 《맹자》 진심 상에 “수명의 길고 짦음에 개의하지 않고 제 몸을 닦으며 천명을 기다리는 것이 천명을 완수하는 방법이다.〔夭壽不貳 修身以俟之 所以立命也〕”라고 하였다.
[주D-082]같은 부류를 좇아가는 것 : 원문은 ‘就類’인데, 《주역》 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 “물은 습한 데로 흐르고 불은 건조한 데를 좇아가니 …… 각각 같은 부류를 따르는 것이다.〔水流濕 火就燥 …… 則各從其類也〕”라고 하였다.
[주D-083]중(中)을 세워서 : 원문은 ‘建中’인데, 《서경》 중훼지고(仲虺之誥)에 “임금은 힘써 큰 덕을 밝혀 백성에게 중도(中道)를 세우소서.〔王懋昭大德 建中于民〕”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촛불 한가운데에 심지를 세운다는 뜻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주D-084]밝음으로 …… 것 : 《중용장구》 제 21 장에 “성(誠)으로 말미암아 밝아지는 것을 성(性)이라 하고, 밝음으로 말미암아 성실해지는 것을 교(敎)라 한다.〔自誠明 謂之性 自明誠 謂之敎〕”고 하였다.
[주D-085]하늘에 …… 친하므로 : 《주역》 건괘 문언전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주D-086]형이하(形而下)의 …… 한다 : 형체가 있는 구체적 존재를 말한다. 《주역》 계사전 상에 “형이상의 것을 도라고 하고 형이하의 것을 기(器)라고 한다.” 하였다.
[주D-087]이(理)와 …… 이룹니다 : 주자(朱子)는 이와 기의 관계를 승마에 비유하여 “이가 기에 올라타는 것은 사람이 말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또한 “사단(四端)은 이의 발현이요 칠정(七情)은 기의 발현이다.”라고 하였다. 장재(張載)는 “정(情)이 발현하지 않으면 성(性)이 되는데, 그 처음에 발현〔發〕과 미발현〔未發〕의 사이에는 기가 이에 올라타고 나온다.〔氣乘理而出〕”고 하였다. 이황(李滉)은 “사단은 이가 발현하여 기가 뒤따른 것이요, 칠정은 기가 발현하여 이가 올라탄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그에 반대하여 이이(李珥)는 ‘기가 발현하면 이가 올라탄다.〔氣發理乘〕’는 한 가지만을 인정하였다. 《주역》 건괘 단전(彖傳)에 “구름이 가고 비가 내리니 만물이 유포되어 형체를 이룬다.〔雲行雨施 品物流形〕”고 하였다. 이는 건(乾)이 형(亨)의 덕을 지니고 있음을 말한 것이라 한다.
[주D-088]하늘과 불은 동인(同人)이다 : 《주역》 동인괘(同人卦) 상전(象傳)에 “하늘과 불은 동인이니, 군자는 이로써 족속을 유별하고 사물을 구별한다.〔天與人同人 君子以類族辨物〕”고 하였다. 하늘은 위에 있고 불의 본성은 불꽃을 일으키며 위로 타오르는 것이므로, 하늘과 불은 동류(同類)라는 뜻이다.
[주D-089]곧지〔直〕 …… 않는다 :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나오는 말이다.
[주D-090]곧음으로 …… 된다 :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서 맹자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주D-091]음과 …… 가는데 : 원문은 ‘陰陽相盪’인데, 음이 자라면 점차 양이 물러가고 양이 자라면 음이 점차 물러가는 것을 말한다. 《주역》 계사전 상에 “강(剛 :양효〈 陽爻〉)과 유(柔 : 음효〈陰爻〉)가 서로 교감하여 팔괘가 서로 변하여 간다.〔剛柔相摩 八卦相盪〕”고 하였다.
[주D-092]길은 …… 때문이다 : 원문은 ‘殊塗同歸’인데, 《주역》 계사전 하에서 공자가 말하기를 “천하 만사에 대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염려하랴? 천하 만사는 귀결은 같은데 길이 다를 뿐이다.〔天下何思何慮 天下同歸而殊塗〕”라고 하였다.
[주D-093]태양(太陽) : 태양은 해ㆍ여름ㆍ남쪽 등을, 태음(太陰)은 달ㆍ겨울ㆍ북쪽 등을 뜻한다.
[주D-094]백성들은 …… 못한다 : 《주역》 계사전 상에 “백성들은 날마다 쓰되 그 공(功)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를 체득한 자가 드물다.〔百姓日用而不知 故君子之道鮮矣〕”고 하였다.
[주D-095]행(行)이라 칭하고 : 불〔火〕은 오행(五行)의 하나이고, 행(行) 자에는 덕행(德行)이란 뜻이 있다.
[주D-096]자기 …… 한다 : 《대학장구》 경(經) 1장에 나오는 말이다.
[주D-097]하늘이 명한 성 : ‘기질의 성〔氣質之性〕’과 대립하는 성리학의 개념으로, ‘본연의 성〔本然之性〕’, ‘천지의 성〔天地之性〕’, ‘의리의 성〔義理之性〕’이라고도 부른다.
[주D-098]기화(氣化) : 성리학의 용어로, 음양의 기가 만물을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만물은 그 시초에는 이러한 기화를 통해 생성된다. 이와 대립하는 것이 형화(形化)로, 기화에 의해 일단 형체를 갖춘 만물은 종자를 통해 그 형질을 유전한다고 본다.
[주D-099]기(氣) 역시 선하며 : 성리학에서는 기 자체를 악이라 보지는 않는다. 기가 성의 발현을 저해하거나 억제하는 한에서만 부정적으로 보는데, 그러한 한계를 지니지 않은 청명하고 순수하며 조금도 혼탁이 없는 기도 있다. 사람이 이러한 기를 타고나면 요순(堯舜)과 같은 성인이 된다고 한다.
[주D-100]종간(宗侃) : 연암의 둘째 아들인 박종채(朴宗采 : 1780~1835)의 처음 이름이다. 박종채는 1829년 음보(蔭補)로 출사한 뒤 경산 현령(慶山縣令)을 지냈으며, 연암의 언행에 관해 상세히 기록한 《과정록》을 남겼다. 사후에 아들 박규수(朴珪壽)가 현달하여, 영의정에 증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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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번역원 ┃ 신호열 김명호 (공역) ┃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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