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표현에서의 비극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작고 약한 것이 주는 감동에 대하여 1. 작고 약한 것, 불완전한 사물 또는 현상이 시적 표현에서 감동을 줍니다. 사람은 작고 약한 것에 힘을 실어주고 더 사랑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람은 스스로 강하고 영리한 존재로 인식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약한 존재로 인식합니다. 이런 이유로 사람은 절대자에게 의지하려 하고, 영원한 삶이 보장되는 내세를 동경합니다. 즉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약한 사물에 대하여 사람은 따스한 손을 내미는 어떤 연민의 정을 갖는 것 같습니다. 많은 시에서 우리는 이러한 원리를 발견합니다. 장마루 놀이 지면 돌아올 낭군하고 조금은 이즈러진 윤이 나는 항아리에 제삿날 울어도 좋은 국화주나 빚어야지 (이우종의 산처일기 중 둘째 수) 이 시조에서 시의 맛을 내게하는 시어는 "조금은 이즈러진" 이라는 언어입니다. 만약 이 자리에 "하얗고 아름다운" 이나 "백옥 같이 아름다운"으로 했다 면 전혀 시로써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할머니 말씀 같은 노오란 좁쌀들이 됫박에 수북히 얹혀 지전(紙錢) 몇 잎에 실려가는 침침한 시대의 뒷 골목, 햇볕 한 되 본 일 없다. (지성찬의 노점(露店) ) 이 시조에서 "좁쌀" "됫박" "몇잎" "한 되" 등 작고 별 볼 일이 없는 것들이 어우러져서 이 시를 끌어가고 있습니다. 시에서 도입해야할 언어들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 가를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2. 비극적인 것이 가장 아름다운 시적 표현입니다. 인간은 슬플 때에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의 상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해보고저 하지만 많은 좌절을 맛 보곤 합니다. 그런 좌절 속에서 사람은 많은 아픔을 경험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아픈 상황 을 접했을 때에 많은 공감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시에 담는 내용이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할 때에, 가장 공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은 비극적인 것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비극의 강렬한 호소력이 극렬한 감정을 다시 한번 환기 시킨 후, 안도감과 평안함을 가져다 줍니다. 한편으로 비극적인 것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이 본래 부터 갖고 있는 본성 또는 감성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시로서 성공한 작품들중의 대부분에서 비극적인 미를 발견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몇 작품을 예시해 보겠습니다. 잘 읽어 보시고 시의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접해 보시기 바랍니다. .......................................................................................... 짜고 매운 맛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까칠한 보리알의 응어리를 삭일 때에 오뉴월 튀는 햇살에 가슴에 금이 갔다. 구질한 가랑비가 세상만사(世上萬事) 다 적시고 눈보라 비바람에 가릴 곳이 없고 보면 동동 뜬 붉은 고추는 맨발로 울었단다. (지성찬의 항아리) 겨울새 집을 짓는 겨울강은 깊어갔다 갈대는 잠 못들어 겨울피리 외로 우는 사향(思鄕)도 아픈 노래여, 겨울새가 떨고 있네. 비수에 깊이 찔린 겨울강 피리소리 갈대여, 숨 죽이며 토혈(吐血)하는 겨울 갈대여 급류(急流)에 떠내려 가는 달, 차마 볼 수 없겠네. (지성찬의 겨울피리) 영산강 피로 흐르는 남도(南道) 천리(千里) 길 물결 따라 흔들려도 다시 피는 풀꽃이여 물새의 젖은 나래는 마를 날이 없구나 (지성찬의 남도천리(南道千里) ) 토광 속 찌든 가난 하얗게 핀 곰팡내음 생각은 늘 몇 섬지기 호미날에 찍혀 나오고 흉년에 몰매 맞은 전답, 봇물 터진 가슴이여 빈 여물통 넘나드는 새양쥐의 허식만큼 마른 수수깡 새로 까락만 날리는 가을 빈 농가 소말뚝마다 품앗이만 매여 있다. (윤현조의 흉년) 우리네 가슴 속 허물어진 빈 터에는 저 청산 푸른 자락도 아예 드리우지 않고 뻐꾸기 피 끊는 울음도 비켜서 우는구나 하나 남루한 꽃, 그 흔한 풀씨마저도 눈 틔우지 못하는 황량한 빈 터에는 한 자락 찢어진 바람만 펄럭이고 있구나. (박시교의 바람집.3) 작품 읽기와 해설 시조 포장마차 집 지 성 찬 (해설) 포장마차에서 음식과 술을 판매하여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 작품입니다. 비록 힘들고 고된 삶을 살지라도 얼굴은 청자빛 처럼 맑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어려운 시련 속에서 더욱 아름다운 삶 으로, 성숙된 삶으로 성장해 갈 수 있습니다. 시조 서울에 사는 귀뚜리야 지 성 찬 (해설) 대도시 서울에도 귀뚜라미는 살아 있어 가을에는 어김 없이 가슴을 저미는 울음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 온다. 고독한 가을에 귀뚜라미가 있어 가을의 정취를 돋우는 것 같습니다. 그 작은 귀뚜리의 울음소리가 우리의 가슴으로 파고 듭니다. 시조 노점(露店). 1 지 성 찬 (해설) 노상(路上)에서 나이 많은 할머니들이 돈도 될 것 같지 않은 잡곡이며, 채소등을 팔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 좌판을 통해서 옛날을 회상해 보고, 또 그 당시의 잊었던 기억들을 하나 둘씩 꺼내보곤 합니다. 동시에 노년기의 아픔과 서러움도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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