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우익서(洪範羽翼序)
내가 나이 스무 살 때 마을 서당에서 《상서(尙書 《서경(書經)》)》를 배웠는데 홍범(洪範)이 너무도 읽기 어려워서 선생께 물었더니, 선생은 말했다.
“이는 읽기 어려운 글이 아니다. 읽기 어려운 까닭은 속된 선비들이 어지럽게 만든 때문이다. 무릇 오행(五行)이란 하늘이 부여한 것이요 땅이 소장한 것으로, 사람들이 이에 힘입어 살아 나가는 것이다. 우 임금이 순서를 정한 홍범구주와 무왕과 기자(箕子)가 문답한 내용을 보면 오행이 하는 일은 정덕(正德), 이용(利用), 후생(厚生)의 도구에 지나지 아니하며 오행이 하는 작용은 중화위육(中和位育)의 공효에서 벗어나지 않을 따름이다.
한 나라 유자(儒者)들이 휴구(休咎 길흉(吉凶))를 독실히 믿어 바로 어떤 일은 반드시 그 일에 상응하는 어떤 징조가 나타난다고 하면서 모든 일을 오행에다 나누어 배열하고 미루어 부연하여 그 허황되고 망녕됨을 즐겼다. 그리하여 이것이 잘못 흘러 음양과 복서(卜筮)의 학술이 되었고, 이것이 둔갑하여서는 성력(星曆 천문역법)과 참위(讖緯 미래 예언)의 서적이 되어 마침내 세 성인의 본지와 크게 서로 어긋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오행상생(五行相生)의 설(說)에 이르러서는 그 어긋남이 너무도 극에 달했다.
만물이 흙에서 나지 않는 것이 없는데 어찌 유독 쇠만이 이를 모체로 삼는다 하겠는가. 쇠란 딱딱한 물질이니 불을 만나 녹아내리는 것은 쇠의 본성이 아니다. 저 넘실거리는 강과 바다, 황하(黃河)와 한수(漢水)를 보라. 이것이 다 쇠에서 불어났단 말인가?
돌에서 젖이 나오고 쇠에서도 즙이 배어난다. 만물에 진액(津液)이 없으면 말라 버리거늘 어찌 유독 나무에 있어서만 물이 배었겠는가?
만물이 결국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그렇다고 땅이 더 두터워지지도 않고, 건곤(乾坤 하늘과 땅)이 짝을 이루어 만물을 화육하거늘 어찌 한 아궁이의 불붙은 땔나무가 대지를 살지게 할 수 있다 하겠는가.
쇠와 돌이 서로 부딪치거나 기름과 물이 서로 끓을 때는 모두 불을 일으킬 수 있고, 벼락이 치면 불타고 황충(蝗蟲)을 묻어 두면 불꽃이 일어나니, 불이 오로지 나무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하지 않은가. 그러므로 상생한다는 것은 서로 자식이 되고 어미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힘입어서 산다는 것이다.
예전에 하우씨(夏禹氏),는 오행을 잘 활용하였다. 하우씨가 산을 따라 나무를 베어 낸 것은 굽게 할 수도 있고 곧게 할 수도 있는 나무의 쓰임을 터득한 것이요, 토목공사를 크게 벌인 것은 곡식을 심고 거두는 농사의 방법을 터득한 것이요, 금, 은, 동 세 가지를 공물로 받은 것은 모양을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는 쇠의 성질을 터득한 것이요, 산을 태우고 늪을 태운 것은 위로 타오르는 불의 덕을 터득한 것이요, 하류를 터서 물을 끌어들인 것은 적시고 내려가는 물의 공을 터득한 것이니 백성과 만물이 살 수 있도록 서로 도움을 받은 것이 이렇듯 막대하다.
어느 것이고 물질이 아닌 것이 없지만, 유독 나무, 불, 흙, 쇠, 물만을 오행이라고 말한 것은 이 다섯 가지로 만물을 포괄하면서 그것들의 덕행을 칭송한 것이다. 그런데 후세에 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성(城)을 침수시키는 수공(水攻)에 이를 남용하였고, 불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화공(火攻) 작전에 이를 남용하였으며, 쇠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뇌물을 주는 데에 이를 남용하였으며, 나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궁실을 짓는 데에 이를 남용하였으며, 흙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논밭을 만드는 데에 이를 남용하였다. 이로부터 세상에서는 홍범구주(洪範九疇)의 학설이 단절된 것이다.”
나는 물었다.
“우리 동방은 기자가 와서 다스린 나라이며 홍범은 그에게서 나왔으니 마땅히 가가호호 깨우치고 외우게 하였을 터인데, 아득한 수천 년 동안 홍범의 학설로 세상에 이름난 이가 없었던 것은 무슨 연유입니까?”
선생이 대답하였다.
“허허, 참 슬프도다! 이는 네가 알 수 있는 바가 아니다. 대저 ‘황극(皇極)을 세운다’는 것은 당연히 이르러야 할 곳에 반드시 이르며 이치에 맞기를 기약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후세의 학자들은 그렇지 못하여, 명백하고 알기 쉬운 인륜과 정사는 도외시한 채 어렴풋하고 고원한 도상(圖像)에만 치중하여 논설하고 쟁변하였으며, 견강부회하여 먼저 스스로 오행의 순서를 어지럽혀 놨으니, 이 때문에 그 학설이 정교할수록 더욱 빗나가는 것이다.
이제 내가 오행의 쓰임에 대해 먼저 말해 볼 터이니, 이를 통해 구주(九疇)의 이치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이용’이 있은 후에라야 ‘후생’할 수 있고, ‘후생’한 후에라야 ‘정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물을 적기(適期)에 모으고 빼곤 하여 가문 해를 맞아 수차로써 관개(灌漑)하고 수문으로 조운(漕運)을 조절한다면 물을 이루 다 쓸 수 없을 터이다. 그런데 지금 너에게 물이 있어도 쓸 줄을 모르니 이는 물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불은 사시(四時)에 따라 화후(火候)가 다르고 강약의 정도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니, 질그릇, 쇠그릇, 쟁기, 괭이를 만드는 데에 각기 적절하게 맞추게 되면 불을 이루 다 쓸 수 없을 터이다. 그런데 지금 너에게 불이 있어도 쓸 줄을 모르니 이는 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리 되는 고을이 360군데이나 고산준령이 10에 7, 8을 차지하니 명색만 100리라 하지 실제 평야는 30리를 넘지 못한다. 때문에 백성들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저 우뚝하니 높고 큰 산들을 사방으로 측량해 보면 몇 배나 더 많은 면적을 얻을 수 있으며, 그 속에서 금, 은, 동, 철이 왕왕 나오니, 만일 채광(採鑛)의 방법과 제련의 기술만 있다면 이 나라의 부가 천하에서 으뜸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궁실, 관곽(棺槨), 수레, 쟁기는 그 재료가 각기 다르니, 우형(虞衡)이 재생한 나뭇가지를 때맞추어 잘 가꾼다면 나라 안에서 쓰는 분량은 충분할 것이다.
아! 오토(五土)는 거름 주는 법이 다르고 오곡은 파종하는 법이 다르거늘 영농의 지혜를 어리석은 백성들에게만 맡겨서 토지를 이용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으니, 백성들이 어찌 굶주리지 않으리오. 그러므로 ‘부유하게 살아야 착하게 행동한다.〔旣富方穀〕’ 하였으니, 먼저 일상생활의 일부터 잘 밝히고 나면 부유하고 착하게 되니 구주의 이치가 이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읽기 어려운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나는 화림(花林 안의(安義)의 옛 지명)의 수령이 되자 제일 먼저 현(縣)의 문헌을 찾아보았다. 속수(涑水) 우공(禹公)이 홍범에 조예가 깊어 《홍범우익(洪範羽翼)》 42편과 《홍범연의(洪範衍義)》 8권을 지었다 하므로, 급히 가져다 읽어 보니 정연하게 구분하고 조리 있게 분류하였다. 이 책들은 크게 말하면 나라를 다스리는 이가 반드시 가져다 보아야 할 내용이요, 작게 말하면 경서 공부하는 서생이 과거 답안 작성 연습 때 반드시 참고로 삼아야 할 내용이니, 이 책이 그다지 읽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 새삼 믿어진다.
지금 우리 성상께서 오랫동안 백성들을 교화하여 백성들에게 중도(中道)를 세우셨으며, 숨은 이를 찾아내고 묻힌 이를 드러내어 등용하고 계시니 나는 언제고 이 책이 빛을 볼 날이 있을 줄 안다. 우선 이 서문을 써놓음으로써 임금의 사신이 내려와 수집해 가기를 기다리는 바이다.
공의 휘는 여무(汝楙)요, 자는 모(某)이니, 단양인(丹陽人)이다. 인조(仁祖) 갑술년(1634, 인조 12)에 문과에 합격하여, 벼슬이 하동 현감(河東縣監)에 이르렀다. 일찍이 황극의 본지를 부연하여 조정에 상소하였던 바 임금이 특별히 비답을 내리시어 ‘격언이자 지당한 언론이다.’라고 칭찬했다 한다.
관중(管仲)과 상앙(商鞅)의 학설이다. 문장도 진기하고 명석하다.
余弱冠時。受商書里塾。苦洪範難讀。請于塾師。塾師曰。此非難讀之書也。所以難讀者有之。世儒亂之也。夫五行者。天之所賦。地之所蓄。而人得以資焉。大禹之所第次。武王箕子之所問答。其事則不過正德利用厚生之具。其用則不出乎中和位育之功而已矣。漢儒篤信休咎。乃以某事必爲某事之徵。分排推演。樂其誕妄。流而爲陰陽卜筮之學。遁而爲星曆讖緯之書。遂與三聖之旨。大相乖謬。至於五行相生之說而極矣。萬物莫不出於土。何獨母於金乎。金之堅也。待火而流。非金之性也。江海之浸。河漢之潤。皆金之所滋乎石乳而鐵液。萬物無津則枯。奚獨於木而水所孕乎。萬物歸土。地不增厚。乾坤配軆。化育萬物。曾謂一竈之薪。能肥大壤乎。金石相薄。油水相蕩。皆能生火。雷擊而燒。蝗瘞而焰。火之不專出於木。亦明矣。故相生者。非相子母也。相資焉以生也。昔者夏禹氏。善用其五行。隨山刊木。曲直之用得矣。荒度土功。稼穡之方得矣。惟金三品從革之性得矣。烈山焚澤。炎上之德得矣。疏下導水。潤下之功得矣。民物之相資焉以生者。如此其大也。何莫非物也。獨以行言者。統萬物而稱其德行也。後世用水之家。淫於灌城用火之家。淫於攻戰。用金之家。淫於貨賂。用木之家。淫於宮室。用土之家。淫於阡陌。由是而世絶九疇之學矣。余問曰。吾東方。乃箕子所莅之邦。而洪範之所自出。則宜其家喩而戶誦也。然而漠然數千年之間。未聞以範學名世者。何也。塾師曰。噫嘻。此非汝所能知也。夫建極者。必至其所當至。而期中於理也。後之學者不然。舍其明白易知之彝倫政事。而必就依俙高遠之圖像。論說之爭辨之。牽合傅會。先自汨陳。此其學彌工而彌失也。今吾先言五行之用。而九疇之理可得而明矣。何則利用然後可以厚生。厚生。然後德可以正矣。今夫水蓄洩以時。値歲旱乾。漑田以車。通漕以閘。則水不可勝用矣。今子有其水而不知用焉。是猶無水也。今夫火四時異候。剛柔殊功。陶冶耕耨。各適其宜。則火不可勝用矣。今子有其火而不知用焉。是猶無火也。至於我國百里之邑。三百有六十。高山峻嶺。十居七八。名雖百里。其實平疇。不過三十里。民之所以貧也。彼崒然而高大者。四面而度之。可得數倍之地。金銀銅鐵往往而出。若釆礦有法。鼓鍊有術。則可以富甲於天下矣。至於木也亦然。宮室棺槨車輿耒耜各異其材。虞衡以時。養其條肄。則足用於國中矣。噫。五土異糞。五穀殊種。而明農之智。寄在愚夫。任地之功。不識何事。則民安得不饑也。故曰旣富方糓。先明其日用常行之事。則富且糓而九疇之理。不出乎此矣。夫何難讀之有哉。余宰花林。首訪縣之文獻。有言涑水禹公。深於洪範。著有羽翼四十二編。衍義八卷。亟取而讀之。井井乎其區而別之矣。纚纚乎其方而類之矣。語其大則治國經邦之所必取。而語其小則經生帖括之所必資。信乎其不爲難讀者矣。今我聖上久道化成。建中于民。搜訪巖穴。闡發幽微。吾知是書之遭逢有日矣。姑書此以俟輶軒之釆焉。公諱汝楙。字某。丹陽人也。仁祖甲戌。中文科。官至河東縣監。甞敷衍皇極之旨。上疏于朝。特賜聖批。奬之以格言至論云。
管商之學文亦瑰奇辨白。
[주D-001]홍범(洪範) : 《서경(書經)》 주서(周書)의 한 편(篇)이다. 홍범은 대법(大法), 즉 천지간에 가장 큰 법이라는 뜻이다. 무왕이 은 나라를 멸망시킨 후 기자(箕子)를 주(周) 나라의 도읍으로 데리고 가서 하늘의 도가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기자가 답한 것이 이 홍범이라고 한다. 《서경》 홍범에는 우(禹)가 상제에게서 받았다는 ‘아홉 가지 큰 규범〔洪範九疇〕’이 제시되어 있는데, 첫째는 오행(五行)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다섯 가지 물질을 가리킨다. 둘째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일, 즉 오사(五事)이고, 셋째는 여덟 가지 정사, 즉 팔정(八政)이고, 넷째는 다섯 가지 기율, 즉 오기(五紀)이고, 다섯째는 임금의 법도, 즉 황극(皇極)이고, 여섯째는 세 가지 덕, 즉 삼덕(三德)이고, 일곱째는 점을 쳐서 의심나는 일을 밝혀내는 일, 즉 계의(稽疑)이고, 여덟째는 하늘이 내리는 여러 징조, 즉 서징(庶徵)이고, 아홉째는 다섯 가지 복과 여섯 가지 곤액, 즉 오복육극(五福六極)이다.
[주D-002]정덕(正德), 이용(利用), 후생(厚生) : 정덕은 백성의 덕을 바로잡는 것이요, 이용은 백성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것이며, 후생은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서경》 대우모(大禹謨)에서 우가 순 임금에게 아뢰기를, “덕으로써만 선정을 베풀 수 있으며 정치의 근본은 백성을 양육하는 데에 있습니다. 물, 불, 쇠, 나무, 흙, 곡식을 잘 가꾸시고 정덕, 이용, 후생을 조화롭게 이루도록 하소서.〔德惟善政 政在養民 水火金木土穀 惟修 正德利用厚生 惟和〕” 하였다.
[주D-003]중화위육(中和位育) : 《중용장구》 제 1 장에 “중(中)이란 천하의 위대한 근본이요 화(和)란 천하에 두루 통하는 도리이다. 중과 화를 완전히 실현하면 하늘과 땅이 제자리를 잡게 되고 만물이 제대로 성장한다.〔中也者天下之大本也 和也者天下之達道也 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고 하였다. 그러므로 ‘중화위육’이란 조화로운 삶을 통하여 모든 일이 제대로 되어 간다는 뜻이다.
[주D-004]한 나라 …… 하면서 : 맹자의 천인합일론(天人合一論)을 계승 발전시킨 한 나라 동중서(董仲舒)의 천인감응론(天人感應論)을 가리킨다. 즉 하늘의 뜻과 인간의 행위가 서로 감응하여 인간의 행위에 따라 하늘이 재앙이나 상서를 내린다는 것이다.
[주D-005]세 성인 : 우 임금, 무왕, 기자를 가리킨다.
[주D-006]오행상생(五行相生)의 설(說) : 오행이 상호 생성해 준다는 학설로서, 동중서에 의해 주창되었다. 나무는 불을 낳고〔木生火〕, 불은 흙을 낳고〔火生土〕, 흙은 쇠를 낳고〔土生金〕, 쇠는 물을 낳고〔金生水〕, 물은 나무를 낳는다〔水生木〕는 내용이다. 따라서 나무는 불의 어미〔母〕가 되고 불은 나무의 자식〔子〕이 된다고 하여 오행을 자모(子母) 관계로 간주하였다. 《春秋繁露 卷11 五行之義》
[주D-007]돌에서 …… 배어난다 : 지하수에 녹아 있던 석회분이 고드름처럼 결정(結晶)을 이룬 종유석(鐘乳石)과, 쇠 부스러기를 물에 오래 담궈 산화(酸化)시켜 우려낸 철장(鐵漿)을 예로 든 것이다.
[주D-008]하우씨(夏禹氏) : 《연상각집》, 《운산만첩당집》, 《백척오동각집》 등의 이본에는 ‘夏后氏’로 되어 있다. 하 나라 왕조를 세운 우 임금을 가리킨다. 《사기》 권2 하본기(夏本紀) 첫머리에 “하우(夏禹)는 이름을 문명(文命)이라 한다” 하였다.
[주D-009]하우씨가 …… 것이니 : ‘산을 따라 나무를 베어냄〔隨山刊木〕’, ‘토목공사를 크게 벌임〔荒度土功〕’, ‘금, 은, 동 세 가지를 공물로 받음〔惟金三品〕’, ‘산을 태우고 늪을 태움〔烈山焚澤〕’, ‘하류를 터서 물을 끌어들임〔疏下導水〕’은 《서경》 익직(益稷), 우공(禹貢) 등에 기록된 하우씨의 공적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열산분택’은 하우씨가 아니라 익(益)의 공적이다. 《孟子 滕文公上》 ‘굽게 할 수도 있고 곧게 할 수도 있음〔曲直〕’, ‘곡식을 심고 거둠〔稼穡〕’, ‘모양을 마음대로 변형함〔從革〕’, ‘위로 타오름〔炎上〕’, ‘적시고 내려감〔潤下〕’은 홍범(洪範)에서 오행(五行)의 성질을 규정한 것이다.
[주D-010]황극(皇極)을 세운다 : 원문은 ‘建極’이다. 《서경》 홍범에 홍범구주의 다섯째로 ‘황극’을 들면서, ‘임금이 만민의 준칙이 되는 인륜 질서를 세우는 것〔皇建其有極〕’이라 하였다.
[주D-011]어렴풋하고 고원한 도상(圖像) : 한 나라 유자들은 《주역》 계사전 상에 “황하에서 그림이 나오고, 낙수(洛水)에서 글이 나오니, 성인이 이를 본받았다.〔河出圖 洛出書 聖人則之〕”는 구절에 근거해서, 우가 낙수에서 거북이 등에 지고 나온 글에 의거하여 홍범구주를 지었다고 주장했다. 송(宋) 나라 때 주자학파는 이 같은 주장을 더욱 발전시켜 낙서(洛書)의 도형과 숫자로써 홍범구주의 의미를 확대해석하고자 하였다. 채침(蔡沈)의 《서집전(書集傳)》에 수록된 하도낙서도(河圖洛書圖), 구주본낙서수도(九疇本洛書數圖) 등의 여러 도상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도상을 통해 《서경》 홍범의 의미를 천착한 것은 미신적인 술수학(術數學)에 떨어진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주D-012]먼저 …… 놨으니 : 원문은 ‘先自汨陳’인데, ‘골진(汨陳)’은 《서경》 홍범에서 우의 부친인 곤(鯀)이 홍수를 막다가 “오행의 순서를 어지럽혀 놓았다.〔汨陳其五行〕”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D-013]사시(四時)에 …… 다르고 : 고대에는 나무를 마찰시켜 불을 얻었는데 계절에 따라 ‘부시로 사용하는 나무〔木燧〕’를 바꾸어 불씨를 얻었다. 그러므로 《논어》 양화(陽貨)에서 “부시나무를 마찰시켜 불을 바꾼다.〔鑽燧改火〕”고 하였고, 《주례》 하관(夏官)에서 불을 사용하는 정령(政令)을 맡은 사관(司爟)은 “사시에 따라 나라의 불을 바꾼다.〔四時變國火〕”고 하였다. 봄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 여름에는 대추나무와 살구나무, 계하(季夏)에는 뽕나무와 산뽕나무, 가을에는 떡갈나무와 졸참나무, 겨울에는 홰나무와 박달나무를 부시로 하여 불씨를 얻었다고 한다. 이처럼 계절에 따라 부시나무의 재료가 달라짐에 따라 화후 즉 불의 세기와 연소하는 시간도 달라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D-014]우형(虞衡) : 산림(山林)과 천택(川澤)을 관장하는 관리를 말한다.
[주D-015]재생한 나뭇가지 : 원문은 ‘條肄’인데, 《시경》 주남(周南) 여분(汝墳)에 “재생한 나뭇가지를 벤다.〔伐其條肄〕”고 하였다. 베고 난 뒤에 다시 생겨난 햇가지를 ‘이(肄)’라 한다.
[주D-016]오토(五土) : 산림(山林), 천택(川澤), 구릉(丘陵), 하천지(河川地), 저습지(低濕地)를 가리킨다.
[주D-017]부유하게 …… 행동한다 : 《서경》 홍범 황극조(皇極條)의, “재능이 있고 실천력이 있는 사람을 등용하면 나라가 창성해질 것이다. 벼슬아치는 부유하게 살아야 착하게 행동하는 법이니, 만약 봉록이 풍족하지 않아 이들이 집에서 잘 지내게 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죄를 짓고 말 것이다.〔人之有能有爲 使羞其行 而邦其昌 凡厥正人 旣富方穀 汝弗能使有好于而家 時人斯其辜〕” 한 데서 나온 말이나, 연암은 이를 벼슬아치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일반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로 해석하였다.
[주D-018]속수(涑水) : 우여무(禹汝楙 : 1591~1657)의 호가 속천(涑川)이므로, 속수(涑水)는 ‘속천’의 잘못이거나 그의 일호(一號)일 것이다. 우여무는 속서거사(涑西居士)라고 자호하기도 하였다. 《涑川先生文集 卷3 古亭記》
[주D-019]《홍범연의(洪範衍義)》 8권 : 8권은 8편의 잘못이다.
[주D-020]백성들에게 중도(中道)를 세우셨으며 : 원문은 ‘建中于民’인데, 《서경》 중훼지고(仲虺之誥)에 나오는 말이다.
[주D-021]우선 …… 놓음으로써 : 《홍범우익》에는 우여무가 1650년(효종 1)에 쓴 자서(自序)와 함께 연암이 쓴 서문이 있는데, 이는 1795년(정조 19) 음력 2월에 완성되었다고 하였다. 《涑川先生文集 卷6 年譜》
[주D-022]공의 …… 한다 : 우여무의 자는 대백(大伯)이고, 호는 속천(涑川)이다. 조정에 올린 상소란 1650년(효종 1)에 《서경》 요전(堯典)과 순전(舜典)에서 취한 12조목의 상소를 올린 사실을 두고 말한 것이다. 그때 《홍범우익》과 《홍범연의》, 《기범(箕範)》을 진상하여 왕이 열람했다고 한다. 《涑川先生文集 卷6 年譜》
[주D-023]관중(管仲)과 상앙(商鞅)의 학설 : 관중과 상앙은 춘추전국 시대의 법가를 대표하는 인물로 각각 《관자(管子)》와 《상군서(商君書)》를 통해 부국강병을 위한 실리주의를 역설하였다. 연암은 유가에서 비판하는 이들의 학설에도 취할 점이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過庭錄 卷4》
[주D-002]정덕(正德), 이용(利用), 후생(厚生) : 정덕은 백성의 덕을 바로잡는 것이요, 이용은 백성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것이며, 후생은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서경》 대우모(大禹謨)에서 우가 순 임금에게 아뢰기를, “덕으로써만 선정을 베풀 수 있으며 정치의 근본은 백성을 양육하는 데에 있습니다. 물, 불, 쇠, 나무, 흙, 곡식을 잘 가꾸시고 정덕, 이용, 후생을 조화롭게 이루도록 하소서.〔德惟善政 政在養民 水火金木土穀 惟修 正德利用厚生 惟和〕” 하였다.
[주D-003]중화위육(中和位育) : 《중용장구》 제 1 장에 “중(中)이란 천하의 위대한 근본이요 화(和)란 천하에 두루 통하는 도리이다. 중과 화를 완전히 실현하면 하늘과 땅이 제자리를 잡게 되고 만물이 제대로 성장한다.〔中也者天下之大本也 和也者天下之達道也 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고 하였다. 그러므로 ‘중화위육’이란 조화로운 삶을 통하여 모든 일이 제대로 되어 간다는 뜻이다.
[주D-004]한 나라 …… 하면서 : 맹자의 천인합일론(天人合一論)을 계승 발전시킨 한 나라 동중서(董仲舒)의 천인감응론(天人感應論)을 가리킨다. 즉 하늘의 뜻과 인간의 행위가 서로 감응하여 인간의 행위에 따라 하늘이 재앙이나 상서를 내린다는 것이다.
[주D-005]세 성인 : 우 임금, 무왕, 기자를 가리킨다.
[주D-006]오행상생(五行相生)의 설(說) : 오행이 상호 생성해 준다는 학설로서, 동중서에 의해 주창되었다. 나무는 불을 낳고〔木生火〕, 불은 흙을 낳고〔火生土〕, 흙은 쇠를 낳고〔土生金〕, 쇠는 물을 낳고〔金生水〕, 물은 나무를 낳는다〔水生木〕는 내용이다. 따라서 나무는 불의 어미〔母〕가 되고 불은 나무의 자식〔子〕이 된다고 하여 오행을 자모(子母) 관계로 간주하였다. 《春秋繁露 卷11 五行之義》
[주D-007]돌에서 …… 배어난다 : 지하수에 녹아 있던 석회분이 고드름처럼 결정(結晶)을 이룬 종유석(鐘乳石)과, 쇠 부스러기를 물에 오래 담궈 산화(酸化)시켜 우려낸 철장(鐵漿)을 예로 든 것이다.
[주D-008]하우씨(夏禹氏) : 《연상각집》, 《운산만첩당집》, 《백척오동각집》 등의 이본에는 ‘夏后氏’로 되어 있다. 하 나라 왕조를 세운 우 임금을 가리킨다. 《사기》 권2 하본기(夏本紀) 첫머리에 “하우(夏禹)는 이름을 문명(文命)이라 한다” 하였다.
[주D-009]하우씨가 …… 것이니 : ‘산을 따라 나무를 베어냄〔隨山刊木〕’, ‘토목공사를 크게 벌임〔荒度土功〕’, ‘금, 은, 동 세 가지를 공물로 받음〔惟金三品〕’, ‘산을 태우고 늪을 태움〔烈山焚澤〕’, ‘하류를 터서 물을 끌어들임〔疏下導水〕’은 《서경》 익직(益稷), 우공(禹貢) 등에 기록된 하우씨의 공적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열산분택’은 하우씨가 아니라 익(益)의 공적이다. 《孟子 滕文公上》 ‘굽게 할 수도 있고 곧게 할 수도 있음〔曲直〕’, ‘곡식을 심고 거둠〔稼穡〕’, ‘모양을 마음대로 변형함〔從革〕’, ‘위로 타오름〔炎上〕’, ‘적시고 내려감〔潤下〕’은 홍범(洪範)에서 오행(五行)의 성질을 규정한 것이다.
[주D-010]황극(皇極)을 세운다 : 원문은 ‘建極’이다. 《서경》 홍범에 홍범구주의 다섯째로 ‘황극’을 들면서, ‘임금이 만민의 준칙이 되는 인륜 질서를 세우는 것〔皇建其有極〕’이라 하였다.
[주D-011]어렴풋하고 고원한 도상(圖像) : 한 나라 유자들은 《주역》 계사전 상에 “황하에서 그림이 나오고, 낙수(洛水)에서 글이 나오니, 성인이 이를 본받았다.〔河出圖 洛出書 聖人則之〕”는 구절에 근거해서, 우가 낙수에서 거북이 등에 지고 나온 글에 의거하여 홍범구주를 지었다고 주장했다. 송(宋) 나라 때 주자학파는 이 같은 주장을 더욱 발전시켜 낙서(洛書)의 도형과 숫자로써 홍범구주의 의미를 확대해석하고자 하였다. 채침(蔡沈)의 《서집전(書集傳)》에 수록된 하도낙서도(河圖洛書圖), 구주본낙서수도(九疇本洛書數圖) 등의 여러 도상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도상을 통해 《서경》 홍범의 의미를 천착한 것은 미신적인 술수학(術數學)에 떨어진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주D-012]먼저 …… 놨으니 : 원문은 ‘先自汨陳’인데, ‘골진(汨陳)’은 《서경》 홍범에서 우의 부친인 곤(鯀)이 홍수를 막다가 “오행의 순서를 어지럽혀 놓았다.〔汨陳其五行〕”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D-013]사시(四時)에 …… 다르고 : 고대에는 나무를 마찰시켜 불을 얻었는데 계절에 따라 ‘부시로 사용하는 나무〔木燧〕’를 바꾸어 불씨를 얻었다. 그러므로 《논어》 양화(陽貨)에서 “부시나무를 마찰시켜 불을 바꾼다.〔鑽燧改火〕”고 하였고, 《주례》 하관(夏官)에서 불을 사용하는 정령(政令)을 맡은 사관(司爟)은 “사시에 따라 나라의 불을 바꾼다.〔四時變國火〕”고 하였다. 봄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 여름에는 대추나무와 살구나무, 계하(季夏)에는 뽕나무와 산뽕나무, 가을에는 떡갈나무와 졸참나무, 겨울에는 홰나무와 박달나무를 부시로 하여 불씨를 얻었다고 한다. 이처럼 계절에 따라 부시나무의 재료가 달라짐에 따라 화후 즉 불의 세기와 연소하는 시간도 달라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D-014]우형(虞衡) : 산림(山林)과 천택(川澤)을 관장하는 관리를 말한다.
[주D-015]재생한 나뭇가지 : 원문은 ‘條肄’인데, 《시경》 주남(周南) 여분(汝墳)에 “재생한 나뭇가지를 벤다.〔伐其條肄〕”고 하였다. 베고 난 뒤에 다시 생겨난 햇가지를 ‘이(肄)’라 한다.
[주D-016]오토(五土) : 산림(山林), 천택(川澤), 구릉(丘陵), 하천지(河川地), 저습지(低濕地)를 가리킨다.
[주D-017]부유하게 …… 행동한다 : 《서경》 홍범 황극조(皇極條)의, “재능이 있고 실천력이 있는 사람을 등용하면 나라가 창성해질 것이다. 벼슬아치는 부유하게 살아야 착하게 행동하는 법이니, 만약 봉록이 풍족하지 않아 이들이 집에서 잘 지내게 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죄를 짓고 말 것이다.〔人之有能有爲 使羞其行 而邦其昌 凡厥正人 旣富方穀 汝弗能使有好于而家 時人斯其辜〕” 한 데서 나온 말이나, 연암은 이를 벼슬아치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일반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로 해석하였다.
[주D-018]속수(涑水) : 우여무(禹汝楙 : 1591~1657)의 호가 속천(涑川)이므로, 속수(涑水)는 ‘속천’의 잘못이거나 그의 일호(一號)일 것이다. 우여무는 속서거사(涑西居士)라고 자호하기도 하였다. 《涑川先生文集 卷3 古亭記》
[주D-019]《홍범연의(洪範衍義)》 8권 : 8권은 8편의 잘못이다.
[주D-020]백성들에게 중도(中道)를 세우셨으며 : 원문은 ‘建中于民’인데, 《서경》 중훼지고(仲虺之誥)에 나오는 말이다.
[주D-021]우선 …… 놓음으로써 : 《홍범우익》에는 우여무가 1650년(효종 1)에 쓴 자서(自序)와 함께 연암이 쓴 서문이 있는데, 이는 1795년(정조 19) 음력 2월에 완성되었다고 하였다. 《涑川先生文集 卷6 年譜》
[주D-022]공의 …… 한다 : 우여무의 자는 대백(大伯)이고, 호는 속천(涑川)이다. 조정에 올린 상소란 1650년(효종 1)에 《서경》 요전(堯典)과 순전(舜典)에서 취한 12조목의 상소를 올린 사실을 두고 말한 것이다. 그때 《홍범우익》과 《홍범연의》, 《기범(箕範)》을 진상하여 왕이 열람했다고 한다. 《涑川先生文集 卷6 年譜》
[주D-023]관중(管仲)과 상앙(商鞅)의 학설 : 관중과 상앙은 춘추전국 시대의 법가를 대표하는 인물로 각각 《관자(管子)》와 《상군서(商君書)》를 통해 부국강병을 위한 실리주의를 역설하였다. 연암은 유가에서 비판하는 이들의 학설에도 취할 점이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過庭錄 卷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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