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梧川) 처사 이장(李丈)에 대한 제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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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년 모월 모일 반남 박모는 삼가 척계지서(隻鷄漬絮)의 제수를 갖추어 제사를 올리고 글로써 곡합니다.
아아 / 嗚呼
내가 나서 세 살 되니 / 我生三年
말 비로소 배울 때라 / 自始能言
밤이라 능금이라 / 栗兮楂兮
오천을 노래했지 / 詠言梧川
누굴 자랑한 거냐면 / 云誰之誇
갓 시집온 형수님 집이었네 / 新婦之家
공이 따님 보러 오실 제 / 公來視女
노상 흰 나귀를 탔고 / 常乘白驢
눈은 오목하고 수염 길어 / 深目長髯
위엄 있고 정숙하셨네 / 威儀雅魚
뛰어나가 절 드리며 / 超躍迎拜
기뻐서 글공부도 잊었지 / 喜闕課書
나도 장인이라 부르면서 / 亦呼丈人
형을 따라 같이 했네 / 隨兄而如
어제 아침 일 같은데도 / 怳若隔晨
어언 삼십여 년 / 三十年餘
공의 성품 강직하고 / 公性剛明
사리와 인정에 통달했으며 / 深達事情
고사에 정통하고 예의를 숭상 / 博古好禮
인륜 의리 투철하셨네 / 倫備義精
나라에 못 쓰이고 / 進不需國
산골짝에서 늙었으나 / 守老一壑
운명이니 어찌 슬퍼하리 / 命也何怛
후회도 부끄럼도 없이 사셨노라 / 生無悔怍
아아 / 嗚呼
어머님 같고말고 / 先妣之似
우리 형수 나에게는 / 母我嫂氏
우리 집의 형수님은 / 嫂氏於家
옛 충신과 같아서 / 如古藎臣
힘 다해 죽어서야 그만두니 / 盡瘁後已
공은 제 몸처럼 아프게 여겨 / 公癏若身
정성스레 보살피길 / 綢繆慇懃
마치 옛날 제후국이 / 如古矦邦
이웃 나라 구제하고 백성을 보호하며 / 恤鄰保民
때맞추어 곡물 주어 / 賑糶以時
제 백성을 돌보듯이 하셨네 / 視厥赤子
딸 생각은 그렇대도 / 女固念矣
그 동서까지 염려해 주셨네 / 推及厥娌
부모님을 여읜 뒤로 / 自我孤露
더욱 공의 비호에 의지했네 / 益仰燾庇
길 가다 반백의 노인 보면 / 路見斑白
내 마음 몹시 송구스럽네 / 我心怵惕
더구나 공은 연세와 덕망으로 / 況公年德
아버님과 의기투합한 벗이었거늘 / 父之誼執
어찌 백 년을 못 사시어 / 胡不百年
나를 섧게 만드시나 / 使我深慽
이 소자 와서 곡을 하고 / 小子來哭
뜰과 집을 두루 살펴보니 / 周瞻院屋
국화 피어 향기 짙고 / 菊有剩馨
솔 푸르러 뜰에 가득 / 松翠滿庭
오천의 산은 울울창창 / 梧山鬱鬱
오천의 물은 맑디맑네 / 梧水泠泠
고인의 자취 어제런 듯한데 / 遣䠱如昨
영상(靈床)에서 절 드리니 예전과 다르네 / 拜床非昔
두 줄기 눈물 쏟아지고 / 雙淚磊落
호곡 소리 목이 메네 / 聲苦喉嗌
지칠 줄 모르고 장려해 주셨는데 / 不倦奬掖
이제 어디에 가르침을 청하리 / 今安請益
거듭 당부하신 그 유언을 / 丁寧遺托
감히 어찌 명심하지 않으리오 / 敢不銘臆
혼령이시여 가까이 계시거든 / 尊靈不膈
이 술잔을 받으소서 / 庶歆玆酌
상향 / 尙饗
[주C-001]오천(梧川) 처사 이장(李丈) : 연암의 형 박희원(朴喜源)의 장인인 이동필(李東馝 : 1724~1778)을 가리킨다. 《연암집》 권2 ‘맏형수 공인 이씨 묘지명’ 참조.
[주D-001]척계지서(隻鷄漬絮)의 제수 : 간단한 제수를 뜻하는 말이다. 후한(後漢)의 서치(徐穉)는 남주(南州)의 고사(高士)라 일컬어졌던 사람인데, 그가 먼 곳으로 문상(問喪)하러 갈 때 술을 솜에 적셔서 햇볕에 말리고 그것으로 구운 닭을 싸서 가지고 간 다음 솜을 물에 적셔 술을 만들고 닭을 앞에 놓아 제수를 올린 뒤 떠났던 데서 나온 말이다. 《後漢書 卷53 周黃徐姜申屠列傳 徐穉》
[주D-002]힘 …… 그만두니 : 제갈량(諸葛亮)의 후출사표(後出師表)에 “몸이 닳도록 힘을 다하여 죽어서야 그만둔다.〔鞠躬盡瘁 死而後已〕”고 하였다.
[주D-003]영상(靈床) : 염을 마치고 입관하기 전까지 시신을 모셔 놓은 곳을 말한다.
[주D-004]혼령이시여 가까이 계시거든 : 원문의 ‘膈’ 자가 ‘隔’ 자로 되어 있는 이본들도 있는데, 뜻은 같다.
[주D-001]척계지서(隻鷄漬絮)의 제수 : 간단한 제수를 뜻하는 말이다. 후한(後漢)의 서치(徐穉)는 남주(南州)의 고사(高士)라 일컬어졌던 사람인데, 그가 먼 곳으로 문상(問喪)하러 갈 때 술을 솜에 적셔서 햇볕에 말리고 그것으로 구운 닭을 싸서 가지고 간 다음 솜을 물에 적셔 술을 만들고 닭을 앞에 놓아 제수를 올린 뒤 떠났던 데서 나온 말이다. 《後漢書 卷53 周黃徐姜申屠列傳 徐穉》
[주D-002]힘 …… 그만두니 : 제갈량(諸葛亮)의 후출사표(後出師表)에 “몸이 닳도록 힘을 다하여 죽어서야 그만둔다.〔鞠躬盡瘁 死而後已〕”고 하였다.
[주D-003]영상(靈床) : 염을 마치고 입관하기 전까지 시신을 모셔 놓은 곳을 말한다.
[주D-004]혼령이시여 가까이 계시거든 : 원문의 ‘膈’ 자가 ‘隔’ 자로 되어 있는 이본들도 있는데, 뜻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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