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할아버지 연암박지원 및 환재공

대호(大瓠)에게 답함

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25. 11:46

대호(大瓠)에게 답함

 

 


보내 주신 원관루부(遠觀樓賦)는 종횡무진 거침없는 표현이 지나쳐 글제의 뜻을 고려하지 않았더군요. 비하자면 초상화를 그릴 때 본래의 모습과 털끝만큼도 어긋남이 없어도 아무개의 초상화라고 제목을 붙여 놓지 않는다면 필경에는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도 오히려 불가(不可)하거늘, 더 나아가 녹야당(綠野堂) 안의 사람을 그리면서 그 모습을 고쳐 피부가 하얗고 눈썹이 선명하게 그려 놓는다면, 비록 걸어 놓고 보기에는 좋지만 배도(裴度)나 곽광(霍光)과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寄示遠觀樓賦。太馳騖橫肆。不顧題義。譬如傳神寫影。無一毫差爽。而若不題某公眞。竟不識何人。此猶不可。况復畵綠野堂中之人。而更摹白晳疎眉目。雖好掛觀。裴霍何有。


 



 

[주C-001]대호(大瓠) : 누구의 호인지 알 수 없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서 호를 따왔다. 혜자(惠子)가 위(魏) 나라 왕이 준 대호(大瓠 : 큰 조롱박)의 씨앗을 심었더니 그 열매가 너무 커서 쓸모가 없어 부수어 버렸다고 하자, 장자(莊子)는 그것으로써 대준(大樽 : 요주〈腰舟〉)을 만들어 강호(江湖)에 떠서 노니는 데 쓰면 되지 않느냐고 공박하였다.
[주D-001]녹야당(綠野堂) …… 그려 놓는다면 : 녹야당 안의 사람은 당 나라 때의 재상인 배도(裴度 : 756~839)를 가리킨다. 배도는 벼슬에서 은퇴하고 낙양(洛陽)으로 물러나 녹야당이란 별장을 짓고 당대의 시인인 백거이(白居易), 유우석(劉禹錫)과 교유하였다 한다. 그리고 피부가 하얗고 눈썹이 선명한 것은 한 나라 때 대장군을 지낸 곽광(霍光 : ?~기원전68)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한서(漢書)》에 의하면, 곽광은 사람됨이 침착하고 치밀하며, 키가 7척 3촌에 하얀 피부와 선명한 눈썹, 멋진 수염을 지녔다고 한다. 《新唐書 卷173 裴度傳》 《漢書 卷68 霍光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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