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할아버지 연암박지원 및 환재공

세 번째 편지

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25. 11:49

세 번째 편지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은 반드시 보응이 있고, 침착하고 조용한 자는 반드시 수양이 있고, 너그럽고 후한 자는 반드시 복이 있고, 부지런하고 검소한 자는 반드시 이룸이 있다.” 했는데, 이는 감경(甘京)의 말이지요. 그의 스승 정산(程山)은 여기에다 네 가지 말을 더했는데, “근엄하고 공경한 자는 반드시 실수가 없고, 청렴하고 근신한 자는 반드시 허물이 없고, 자상하고 신중한 자는 반드시 뉘우침이 없고, 겸손하고 화순한 자는 반드시 욕보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일찍이 이 두 사람의 말을 외우고 다녔더니, 이장(李丈)께서 말씀하기를,
“어찌 기필할 수 있으리오만 반드시 이와 같이 해야 할 따름이다.”
하였지요. 지금 무필재기(無必齋記)를 보니, 성인(聖人 공자(孔子))에게 사심(私心)이 없다는 걸 꿰뚫어 보았다 하겠소.

 

 

眞誠者必有應。凝靜者必有養。寬厚者必有福。勤儉者必有成。此甘京語也。程山益以四語曰。嚴敬者必無失。廉謹者必無咎。詳愼者必無悔。謙和者必無辱。僕甞誦此兩言。李丈曰。何可必也。直須如此。今見無必齋記。洞見聖人無私。


 



 

[주D-001]감경(甘京) : 1622~? 명말 청초(明末淸初)의 학자로 호는 건재(健齋)이며, 사문천(謝文洊)의 제자이다.
[주D-002]정산(程山) : 명말 청초의 학자인 사문천(謝文洊)을 가리킨다. 정산(程山)은 그의 호이다. 초기에는 왕양명(王陽明)의 학문을 연구하다 40세 이후에는 정주(程朱)의 학문으로 전환하였고 정산학사(程山學舍)를 세워 학문에 매진하였다.
[주D-003]이장(李丈) : 연암의 장인인 이보천(李輔天)을 가리킨다. 《과정록》 초고본 권4에 연암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무필재기」를 논하며 ‘이장의 말씀(李丈語)’이라 일컬은 조목은 바로 장인 이보천의 말씀이라고 밝혔다.
[주D-004]무필재기(無必齋記)를 …… 하겠소 : 《논어》 자한(子罕)에 “공자는 네 가지를 끊으셨다. 억측하지 않고, 기필하지 않으며, 고집하지 않고, 아집을 부리지 않았다.〔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고 하였다. ‘毋必’은 ‘無必’과 같은 말로, 반드시 이루려고 무리하지 않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