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재(觀齋)가 소장한 청명상하도 발문
이 두루마리 그림은 상고당(尙古堂) 김씨(金氏)의 소장으로서 구십주(仇十洲)의 진품이라 여기어 훗날 자신이 죽으면 무덤에 같이 묻히기로 다짐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씨가 병이 들자 다시 관재(觀齋 서상수(徐常修)) 서씨(徐氏)의 소장품이 되었다.
당연히 묘품(妙品)에 속한다. 아무리 세심한 사람이 열 번 이상 완상했더라도 매양 다시 그림을 펼쳐 보면 문득 빠뜨린 것을 다시 보게 된다. 절대로 오래 완상해서는 안 된다. 자못 눈을 버릴까 두려워서다.
김씨는 골동품이나 서화의 감상에 정밀하여, 절묘한 작품을 만나면 보는 대로 집안에 있는 자금을 다 털고, 전택(田宅)까지도 다 팔아서 보태었다. 이 때문에 국내의 진귀한 물건들은 모두 다 김씨에게로 돌아갔다.
그렇게 하자니 집안은 날로 더욱 가난해졌다. 노경에 이르러서는 하는 말이, “나는 이제 눈이 어두워졌으니 평생 눈에 갖다 바쳤던 것을 입에 갖다 바칠 수밖에 없다.” 하면서 물건들을 내놓았으나, 팔리는 값은 산 값의 10분의 2, 3도 되지 않았으며, 이도 이미 다 빠져 버린 상태라 이른바 ‘입에 갖다 바치는’ 것이라곤 모두 국물이나 가루음식뿐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觀齋所藏淸明上河圖跋
此軸。乃尙古金氏所藏。以爲仇十洲眞蹟。誓以殉。他日斧堂金氏旣病。復爲觀齋徐氏所蓄。當屬妙品。雖使細心人十廻玩繹。每復開軸。輒得所遺。切勿久玩。頗懼眼眚。金氏精賞鑑古董書畵。遇所妙絶。輒竭家資。賣田宅以繼之。以故域中寶玩盡歸金氏。家日益貧。旣老則曰。吾已眼暗矣。平生供眼者。可以供口已。然所售値不過十之二三。齒已豁。所謂供口者。皆膏汁磨屑。可恨可恨。
[주D-001]상고당(尙古堂) 김씨(金氏) : 상고당은 김광수(金光遂 : 1696~?)의 호이다. 이조 판서 김동필(金東弼)의 아들로, 서화에 뛰어났으며 골동품 수집과 감정으로 명성이 높았다. 《연암집》 권3 필세설(筆洗說)에도 그에 관한 언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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