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 머무는 어릴 적 친구들
승용차로 대청호강변도로를 따라 곧게 뻗은 길을 가노라니 양 옆에는 푸름을 더욱 뽐내고 잠자리 떼가 하늘을 뒤덮었다. 창문을 여니 매미 소리 귀가 따갑도록 울어댄다. 이 순간만큼은 너무도 행복했다.
차창을 통해 본 하늘은 파랗고 눈부시다 가끔 떠다니는 깃털 같은 얇은 구름이 엷게 모여 흩어지면서 떨어진 작은 조각들이 물에 풀어놓은 물감처럼 흐르고 퍼져가다 사라져 버리면 시리도록 푸른색으로 변해 하늘을 채색한다.
내가 살던 동네가 보이는 강가에 차를 세우고 운전석에 누워 시린 하늘이 퍼져서 푸르러지는 구름들을 구경하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뒷동산에 딱따구리 딱딱딱 거리며 나무에 붙어 있고 아롱다롱 다람쥐는 꼬리를 돌돌 말아가며 이리 저리 뛰어 놀던 곳 추억 속에 살아왔던 터전이 생각나는 건 자연스런 본능인가 보다.
어릴 적 동네 앞 개울가에서 계집애 머슴아 할 것 없이 발가벗고 물로 들어가 물장구치며 어김없이 몇몇 친구들로 인해 하천은 몸살을 앓고 있었지만 제철을 만난 듯 첨벙거리며 멱을 감는 우리들도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깔깔거리며 덩치 큰 친구 만수가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야! 너 때문에 물먹었잖아”
영우는 키 작아서 놀림을 받는 듯 친구들로부터 짓궂은 장난에 엉엉 울음을 터트리고 물속으로 들어간 친구들도 괴롭힘을 주는 것이 영우가 우니까 물장구를 치며 덩치가 제법 커 보이는 만수는 의기양양하게 영우를 놀래대고 있었다.
물놀이를 끝내고 동네에서 잘 어울려 주는 형(경태)이 그만 놀리고 고기를 잡자고 해서 친구들은 신이 나서 우르르 몰려 형을 뒤따라 경태 형이 뜰채를 펴서 그물을 물속으로 담그면 친구들이 물고기를 몰아 다니며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팔뚝으로 힘줄이 솟아나는 형이 뜰채를 들어 올리면 작은 물고기가 그물위에서 파닥거리는 것이 보이니 친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신나는 표정을 지었다.
형도 동심으로 돌아간 듯 마치 대장이라도 된 듯 우리들에게 지시하고 형의 말을 따르면서 즐겁게 웃고 우리들은 마냥 신나는지 곧잘 형의 말을 따르며 고기몰이에 몰두하다보니 어느새 맑고 깨끗한 물에 꽤 많은 고기들을 잡게 만들고 아직도 몰려다니는 작은 물고기 떼가 형과 우리들을 정신없이 신나게 만들고 주고 있었다.
첨벙거리며 얉은 곳으로 고기를 모는 우리들의 표정엔 즐거움이 넘쳐나니 다시금 들려진 뜰채에는 몇 마리의 고기가 배를 들어낸 채 살려 달라 몸부림을 쳐대고 우리들은 물동이 안에 잡은 물고기를 넣으며 입을 벌린다.
“우와 굉장히 많이 잡았다” 하고 기뻐했었다.
형네 집으로 가서 풍성한 만찬을 즐겼던 어린추억이 저 강물 어스름이 스쳐 지나간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희미해진 강물이 일렁이는 움직임이 보여 질 뿐 너른 강은 바람의 방향을 따라 높게 일고 다시 잔잔하기를 반복하며 물결치는 파도를 일으켜 간다.
고요하게 잦아 든 정적에 가끔씩 스쳐 지나는 짝을 찾는 새소리의 울음소리가 들려 올뿐 차분하게 가라앉은 시골의 적막함이 아늑하게 느껴지는 듯 보인다.
마을을 떠난 지도 수 십 년이 흘렀지만 마을 안의 세상에는 그동안 너무 무심해져 있어서 나 살았던 집과 다녔던 학교의 생각이 가끔씩 머리에 떠올라 수몰된 마을의 모형들이 눈앞에 아른 거린다.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잊어버리기엔 마음속으로나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심정으로 머릿속에서 펑펑 터지듯이 나 살던 마을이 한 장의 필름에 꽉 차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대청호의 물줄기
따라가며 만나는
발길이 닿았던 오솔길.
물 억새 가득한
강바람 살랑살랑
크고 작은 풀 덮인 강변
철새들만이 놀이터가
되어버린 대청호
물속 깊은 저만치에
고향집이 있으려나
생과도 같은
먼지 나는 비포장 길 따라
산과 들판을 온통 뛰어다니던 시절
고향으로 가는 길 반겨주는 이 없건만
고향의 흙냄새
고향의 공기 모두가 정겹기만 한데
바람 불어와 나뭇가지 흔들고 가자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만 낸다.
친구들과 소풍 다녔던 풍경 스쳐가는
저 푸른 하늘을 따라 흘러가는 시선의 끝에는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친구이름은 가명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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