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할아버지 연암박지원 및 환재공

통원보(通遠堡)에서 비에 막히다

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25. 10:44

통원보(通遠堡)에서 비에 막히다

 

 


변방에 비 주룩주룩 그칠 줄 모르니 / 塞雨淋淋未肯休
어명 받든 사신들 행차 길이 막혔구려 / 皇華使者滯行輈
예로부터 유세(遊說)하기를 소의 꼬리 되는 게 부끄럽다는데 / 遊談從古羞牛後
마두들만 믿고 있는 일행들이 가엾구려 / 眷屬還憐恃馬頭
취한 속에 바라보아도 내 나라가 아니로세 / 醉裏相看非故國
어느 시대 세상인지 초가을이 또 왔구려 / 人間何世又新秋
앞 강에 배 없다 기별이 전해 오니 / 前河報道闕舟楫
긴긴 날 지루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 / 長日無聊那可由


 

[주C-001]통원보(通遠堡)에서 비에 막히다 : 《열하일기》 도강록 7월 2일 조에 관련 기사가 있다. 6월 29일 통원보에 도착한 조선 사행(使行)은 7월 1일부터 큰비를 만나 그곳에 머물게 되었는데, 7월 2일에도 앞 계곡에 물이 불어 건널 수 없다는 보고를 받고 계속 체류하게 되었다.
[주D-001]예로부터 …… 부끄럽다는데 : 중국 전국 시대의 유세가인 소진(蘇秦)이 한(韓) 나라 선혜왕(宣惠王)에게 진(秦) 나라에 신복(臣服)하지 말도록 설득하면서 “닭의 머리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는 되지 말라.〔寧爲鷄口 無爲牛後〕”는 속담을 인용한 것에서 나온 말이다. 《史記 卷69 蘇秦列傳》 앞장서지 못하고 낙후함이 부끄럽다는 뜻이다.
[주D-002]마두(馬頭) : 중국 사행길을 수행하는 하천배의 하나로 말을 모는 일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