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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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란 궁유(窮儒)의 별호(別號)가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그림을 그리는 일이 흰 바탕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으니, 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선비가 아닐 수 없지요. 저들이 스스로 벼슬할 만하다고 자부하면서도 지치고 굶주린 선비라고 일컬어지는 것은 평생 과거 시험장에서 요행수를 노리다가 스스로 증오하고 스스로 업신여긴 때문이지요. 천자로서 선비가 아닌 자는 주전충(朱全忠 후량(後梁)의 태조(太祖)) 한 사람뿐이지요. 이를테면 조자환(曹子桓)은 동경(東京 낙양(洛陽))의 수재(秀才)이며 환경도(桓敬道)는 강좌(江左 양자강 동쪽 지방)의 명사(名士)라 하겠지요.
士非窮儒之別號。譬如繪事而後素。則自天子達於庶人。皆士也。彼自名官。疲餒士稱者。平生乾沒於塲圍之間。自憎自侮故耳。天子而非士者。惟朱全忠一人。若曹子桓。東京之秀才。桓敬道。江左之名士耳。
[주D-001]그림을 …… 것 : 《논어》 팔일(八佾)에서 공자가 “그림을 그리는 일은 바탕을 희게 칠한 다음의 일이다.〔繪事後素〕”라고 하였다. 예(禮)를 배우기 전에 그 바탕이 되는 덕행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주D-002]천자로부터 …… 없지요 : 《연암집》 권10 원사(原士)에서 “그러므로 천자도 근원은 선비이다. 근원이 선비란 것은 생민(生民)의 근본을 두고 한 말이다. 그의 작위는 천자이지만 그의 신분은 선비인 것이다.〔故天子者 原士也 原士者 生人之本也 其爵則天子也 其身則士也〕”라고 하였다. 《예기(禮記)》 옥조(玉藻)에 “천자도 편히 쉴 때에는 사복(士服)인 현단(玄端)을 입는다.” 하였으며, 《의례(儀禮)》 사관례(士冠禮)에 “천자의 원자는 선비와 같다. 천하에 나면서부터 귀한 사람은 없다.〔天子之元子猶士也 天下無生而貴者也〕”고 하여 세자(世子)가 관례(冠禮)를 치를 때 사례(士禮)와 똑같이 한다고 하였다. 연암의 주장은 이러한 예설(禮說)에 근거한 것이다.
[주D-003]조자환(曹子桓) : 위(魏) 나라 문제(文帝)인 조비(曹丕)이다. 자환은 그의 자(字)이다.
[주D-004]환경도(桓敬道) : 동진(東晉) 말기에 건강(建康)을 함락시키고 초(楚) 나라를 세운 환현(桓玄)이다. 경도는 그의 자이다.
[주D-002]천자로부터 …… 없지요 : 《연암집》 권10 원사(原士)에서 “그러므로 천자도 근원은 선비이다. 근원이 선비란 것은 생민(生民)의 근본을 두고 한 말이다. 그의 작위는 천자이지만 그의 신분은 선비인 것이다.〔故天子者 原士也 原士者 生人之本也 其爵則天子也 其身則士也〕”라고 하였다. 《예기(禮記)》 옥조(玉藻)에 “천자도 편히 쉴 때에는 사복(士服)인 현단(玄端)을 입는다.” 하였으며, 《의례(儀禮)》 사관례(士冠禮)에 “천자의 원자는 선비와 같다. 천하에 나면서부터 귀한 사람은 없다.〔天子之元子猶士也 天下無生而貴者也〕”고 하여 세자(世子)가 관례(冠禮)를 치를 때 사례(士禮)와 똑같이 한다고 하였다. 연암의 주장은 이러한 예설(禮說)에 근거한 것이다.
[주D-003]조자환(曹子桓) : 위(魏) 나라 문제(文帝)인 조비(曹丕)이다. 자환은 그의 자(字)이다.
[주D-004]환경도(桓敬道) : 동진(東晉) 말기에 건강(建康)을 함락시키고 초(楚) 나라를 세운 환현(桓玄)이다. 경도는 그의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