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할아버지 연암박지원 및 환재공

두 번째 편지

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25. 11:14

두 번째 편지

 

 


장공예(張公藝)의 참을 인(忍) 자 백 자는 끝내 활법(活法 융통성 있는 방법)이 되지 못하오. 장공예의 9대 동거(同居)를 당(唐) 나라 대종(代宗)이 능히 해냈으니, 무어라 말하여 그리되었소? “어리석지 않고 귀먹지 않으면 가장 노릇을 하기 어렵다.”고 하였소. 그렇다면 어느 것이 활법이겠소? 그것은 바로 애비는 애비 노릇 하고 아들은 아들 노릇 하고 형은 형 노릇 하고 동생은 동생 노릇 하고 남편은 남편 노릇 하고 아내는 아내 노릇 하고 어른은 어른 노릇 하고 어린이는 어린이 노릇 하고 남종은 남종 구실 하고 여종은 여종 구실 하는 것뿐이오.
이번에 인재기(忍齋記)를 지으면서 이런 내용을 삽입하고자 하는데, 어떨는지 모르겠소. 고견을 밝혀 주시오.

 

張公藝百忍字。終非活法。張公之九世。唐代宗能之。何以言之。不痴不聾。不作阿翁。然則那是活法。曰父父子子。兄兄弟弟。夫夫婦婦。長長幼幼。奴奴婢婢耳。今作忍齋記。欲攙入此意。未知如何。示破。
 



 

[주D-001]장공예(張公藝)의 …… 백 자 : 장공예는 9대가 함께 동거하여 북제(北齊), 수(隋), 당(唐) 등 세 왕조에서 정표(旌表)를 내린 집안의 인물이다. 인덕(麟德) 연간에 고종(高宗)이 태산(泰山)에 봉선(封禪)을 하고 나서 그 집에 행차하여 친족 간에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이에 장공예가 지필묵을 꺼내어 참을 인(忍) 자 백여 자를 써서 올렸더니, 고종이 훌륭히 여겨 비단을 하사하였다고 한다. 《小學 卷6 善行》
[주D-002]어리석지 …… 어렵다 : 가장(家長)이 집안을 평화롭게 다스리려면 보아도 못 본 체 들어도 못 들은 체해야 한다는 뜻의 속담이다. 당 나라 대종(代宗) 때 곽자의(郭子儀)의 아들 애(曖)가 승평공주(昇平公主)와 결혼했는데 공주와 말다툼을 하다가 천자에게 저촉되는 말을 했다. 공주가 이를 고자질하자 대종은 공주를 타일러 돌려보냈으며, 또한 이 사실을 안 곽자의가 아들을 감금하고 대죄(待罪)하자, 대종은 “어리석지 않고 귀먹지 않으면 가장 노릇을 하기 어렵다.〔不痴不聾 不作家翁〕”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너그러이 용서했다고 한다. 《資治通鑒 卷224 唐代宗 大歷2年》
[주D-003]애비는 …… 하고 : 《주역(周易)》 가인괘(家人卦)에 “애비는 애비 노릇 하고 아들은 아들 노릇 하고 형은 형 노릇 하고 동생은 동생 노릇 하고 남편은 남편 노릇 하고 아내는 아내 노릇 하면 가도(家道)가 바르게 되니, 집안이 바르게 되어야 천하가 안정된다.〔父父子子 兄兄弟弟 夫夫婦婦 而家道正 正家而天下定矣〕”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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