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명전의(限民名田議)-박지원(朴趾源)
백성의 명전을 한정하는 의논-박지원
臣趾源(신지원) : 신 박지원은
誠惶誠恐(성황성공) : 황공하게도
因進農書而獻議曰(인진농서이헌의왈) : 농서(農書)를 가리킴)를 올리면서 이 기회에 건의를 드립니다.
臣今所守郡境(신금소수군경) : 신이 지금 맡고 있는 군의 경내는
東接洪州(동접홍주) : 동쪽으로는 홍주(洪州)와 접하고,
南界德山(남계덕산) : 남쪽으로는 덕산(德山)과 이웃하고,
西距唐津(서거당진) : 서쪽으로는 당진(唐津)을 바라보고,
北濱海(북빈해) : 북쪽으로는 바다에 닿아 있습니다.
南北五十里(남북오십리) : 그래서 남북이 50리,
東西三十里(동서삼십리) : 동서가 30리 면적입니다.
元帳田(원장전) : 이 중에 원래 장부에 기입된 전결(田結)은
總五千八百九十六結四負三束(총오천팔백구십륙결사부삼속) : 모두 5896결) 4부 3속으로,
此其境內原隰量地之都數也(차기경내원습량지지도수야) : 이것이 경내 농지를 측량한 도수(都數)입니다.
有戶四千一百三十有九(유호사천일백삼십유구) : 호수는 4139호,
總口一萬三千五百有八(총구일만삼천오백유팔) : 총인구는 1만 3508명인데,
男爲六千八百五口(남위육천팔백오구) : 이 중 남자가 6805명,
女爲六千七百三口(녀위육천칠백삼구) : 여자가 6703명으로,
此其境內戶口入籍之都數也(차기경내호구입적지도수야) : 이것이 이 경내 호구(戶口)의 입적(入籍)한 도수입니다.
境內無名山大川(경내무명산대천) : 경내에는 명산이나 대천이 없고,
海伐斥鹵(해벌척로) : 바닷가의 땅은 소금기에 절어 있으며
原野浮燥(원야부조) : 원야(原野)는 건조하고,
溪澗常涸(계간상학) : 시내는 항상 메말라 있으며
所在聚落(소재취락) : 각처의 취락에는
井泉稀少(정천희소) : 샘이 드무니,
此其土壤脆弱(차기토양취약) : 이것은 이곳의 토양(土壤)이 취약하고
體不津潤之驗也(체부진윤지험야) : 물기가 부족한 증거입니다.
山樊阜麓(산번부록) : 게다가 산록은
赭脫不毛(자탈불모) : 벌거벗은 불모지로 남아 있어
是爲孤虛受風之地(시위고허수풍지지) : 휑하게 바람을 받고 있으니,
此其水土風氣之大畧也(차기수토풍기지대략야) : 이것이 이곳의 수토(水土)와 풍기(風氣)의 대략입니다.
種宜五穀尤善稻秔(종의오곡우선도갱) : 오곡이 잘 자라나, 그중 특히 벼가 잘되며,
樹宜柹栗松漆(수의시율송칠) : 감나무ㆍ밤나무ㆍ소나무ㆍ옻나무는 잘 자라나,
不宜苧綿桑楮(불의저면상저) : 모시ㆍ목화ㆍ뽕나무ㆍ닥나무는 맞지 않으니,
此其境內樹藝之土宜也(차기경내수예지토의야) : 이것이 이곳 땅에 적합한 곡식과 나무라 하겠습니다.
謹按(근안) : 삼가 상고해 보건대,
粤在肅廟庚子(월재숙묘경자) : 숙종 경자년(1720)에
改量郡田(개량군전) : 경내의 전결(田結)을 다시 측량한 적이 있는데,
除山林藪澤丘陵溪壑城池道路不耕之地(제산림수택구릉계학성지도로불경지지) : 산림ㆍ소택(沼澤)ㆍ구릉ㆍ계곡ㆍ성지(城池)ㆍ도로 등 농경이 불가능한 땅을 제외한
得時起實總二千八百二十四結九十二負(득시기실총이천팔백이십사결구십이부) : 시기전(時起田)의 실결(實結)은 총 2824결 92부(負)였습니다.
旱田爲一千一百七十四結零(한전위일천일백칠십사결령) : 이 중 한전(旱田)이 1174결 영(零)으로,
此其常耕恒稅之土也(차기상경항세지토야) : 이것이 실제로 경작해 오고 부세를 공납해 오는 토지입니다.
水田一千六百五十結零(수전일천륙백오십결령) : 수전 1650결입니다
郡中所藏銅尺(군중소장동척) : 본군에 보관되어 있는 동척(銅尺)은
取準訓鍊院射場石標圖式(취준훈련원사장석표도식) : 훈련원(訓鍊院) 사장(射場)에 있는 석표도식(石標圖式)을 표준으로 만든 것입니다.
以此五尺爲步(이차오척위보) : 이 자로 5척이 1보(步)가 되는데
方百步是爲一等一結之地(방백보시위일등일결지지) : 사방 1백 보가 1등 1결의 땅으로
實積萬步(실적만보) : 실적(實積)은 1만 보이며,
以尺計之(이척계지) : 자로 계산하면
實積爲二十五萬尺(실적위이십오만척) : 실적은 25만 척이 됩니다.
田等漸下(전등점하) : 농경지의 등급이 떨어질수록
而度地加闊(이도지가활) : 계산되는 면적은 더욱 넓어져서
止于六等(지우륙등) : 6등(六等)에서 끝나는데,
六等一結(륙등일결) : 6등전 1결은
方二百步(방이백보) : 사방 2백 보,
實積一百萬尺(실적일백만척) : 실적은 1백만 척이며,
其廣三倍於一等之地(기광삼배어일등지지) : 그 넓이는 1등전의 3배가 됩니다.
此其爲一易再易之土(차기위일역재역지토) : 이는 그 토지에 일역전(一易田)ㆍ재역전(再易田)의 땅이 있기 때문에
而或二倍其地(이혹이배기지) : 그 면적을 2배로 하기도 하고,
或三倍其地(혹삼배기지) : 3배로 하기도 하며,
使其肥瘠互當(사기비척호당) : 그 토지의 비척도(肥瘠度)에 따라 면적을 조정하고,
出穀多寡相配(출곡다과상배) : 소출의 양에 따라 서로 맞아 떨어지도록 한 것인데,
非獨此郡爲然(비독차군위연) : 이 방식은 본군에서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乃通國量地之式也(내통국량지지식야) : 전국의 양전 방식입니다.
然境內一結常賦(연경내일결상부) : 그러나 경내 1결의 상부(常賦)는
通同六等(통동륙등) : 모두 6등전으로 되어 있지마는
擧出第九(거출제구) : 대개 제9등으로 내고 있는데,
此其本郡作賦之法(차기본군작부지법) : 이것이 본군에서 부세를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而田雖無六等以下(이전수무륙등이하) : 농경지의 등급에는 비록 6등전 이하가 없으나
六等之內瘠多肥少(륙등지내척다비소) : 6등전 내에는 척박한 땅이 많고 비옥한 땅이 적기 때문에
則所以常賦獨出下下也(즉소이상부독출하하야) : 상부(常賦)를 오직 하지하(下之下)의 것으로 내고 있습니다.
水田間有第七第八出稅者(수전간유제칠제팔출세자) : 수전에는 간혹 제7등ㆍ제8등으로 부세를 내는 경우가 있으나,
所以下之上等(소이하지상등) : 하지상등(下之上等)으로 내는 것은
僅爲十五結(근위십오결) : 겨우 15결이고,
下之中等(하지중등) : 하지중등(下之中等)으로 내는 것은
一百四十五結六負(일백사십오결륙부) : 145결 6부입니다.
此其境內田賦之大槩也(차기경내전부지대개야) : 이상이 말하자면 경내 전부(田賦)의 대략입니다.
臣以境內田結(신이경내전결) : 신이 경내 전결을
排比郡中戶口(배비군중호구) : 군내의 호구에다 계산하여 배분해 보았습니다.
假令齊民盡是農家(가령제민진시농가) : 가령 군내 호구 전체가 농가이고,
農家一夫(농가일부) :
盡以上父母下妻子爲率(진이상부모하처자위솔) : 농부 1인이 모두 위로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 처자를 거느리고 있다고 보아,
以定見男女一萬三千五百八口(이정견남녀일만삼천오백팔구) : 현재 남녀 1만 3508명의 인구를
排比四千一百三十九戶(배비사천일백삼십구호) : 4139호의 가호에다 대비(對比)하되,
每戶以五口爲率(매호이오구위솔) : 가호마다 5명의 식구를 단위로 설정해 보면,
則五口之家(즉오구지가) : 5명 식구가 되는 가호 수는
不過二千七百一戶(불과이천칠백일호) : 불과 2701호밖에 안 됩니다.
蓋戶非五口(개호비오구) : 대체로 한 가호가 5명도 안 되는 식구로는
則無以糞田力作(즉무이분전력작) : 거름糞尿도 내기 어렵고, 농사에 힘쓸 수도 없습니다.
不能力作(불능역작) : 농사에 힘쓰지 못하면
則無以相養以生(즉무이상양이생) : 식구를 먹여 살리고 생활해 나갈 수가 없습니다.
所以戶必五口(소이호필오구) : 그래서 한 가호가 최소한 5명의 식구는 되어야
然後始責其爲農也(연후시책기위농야) : 비로소 농사를 지으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故每戶以結分排(고매호이결분배) : 그래서 가호마다 전결을 분배해 보면
則一戶所得(즉일호소득) : 계산상 한 가호의 배당이
旱田四十三負四束水田六十一負二束(한전사십삼부사속수전육십일부이속) : 한전 43부 4속, 수전 61부 2속이 됩니다.
一夫所耕合田(일부소경합전) : 따라서 농부 한 사람이 경작할 농토는 한전과 수전을 합해서
不過一結四負六束(불과일결사부륙속) : 고작 1결 4부 6속에 불과합니다.
此臣之所以默計農土民口(차신지소이묵계농토민구) : 이것이 신이 농토와 인구수를 계산하여
驗古之均田任地之制也(험고지균전임지지제야) : 고대의 균전임지(均田任地)의 제도와 맞추어 보는 까닭입니다.
臣之待罪本郡(신지대죄본군) : 신이 본군에 부임한 지가
已經二秋(이경이추) : 이미 2년이 지났는데,
間値一豐一歉(간치일풍일겸) : 그중 한 해는 풍년이었고 한 해는 흉년이었습니다.
雖未能逐田踏量(수미능축전답량) : 비록 전토마다 현지를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양전(量田)하고
隨土相宜然其耕穫之功食實之數(수토상의연기경확지공식실지수) : 그 땅에 알맞은 것을 조사해 보지는 못했습니다마는, 그 경작하고 수확하는 공력과 실제의 소출량은
亦有所領畧矣(역유소령략의) : 또한 대략 파악하고 있습니다.
大抵比總一境之內(대저비총일경지내) : 대개 1경내의 토지를 전체적으로 보아
而折中於最高最低之等(이절중어최고최저지등) : 최고와 최저의 등급을 절충하여 그 중간을 잡는다면
則土之好否地之廣狹(즉토지호부지지광협) : 토질의 정도와 면적의 넓이의
足以參互矣(족이참호의) : 평균치를 알 수 있으며,
憑較數歲之中(빙교수세지중) : 또 몇 해간의 농사 상황을 비교해서
而取平於不穰不歉之年(이취평어불양불겸지년) : 풍년도 아니고 흉년도 아닌 평균치를 잡는다면
則下種多寡(즉하종다과) : 파종한 것의 다과와
出穀都數(출곡도수) : 소출의 총량의
足以相準矣(족이상준의) : 평균치를 알 수 있습니다.
若爲截長補短(약위절장보단) : 길고 짧은 것을 절충하여
按此較彼(안차교피) : 이것과 저것을 맞추어 보면,
則不甚相違於拳籌掌紋之中矣(즉불심상위어권주장문지중의) : 그 실제가 어림잡아도 그리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假令旱田下種(가령한전하종) : 가령 한전(旱田)에 파종한 것이
三千八百二十石十斗(삼천팔백이십석십두) : 3820석 10두면
則出穀爲二萬七千三百十二石(즉출곡위이만칠천삼백십이석) : 소출은 2만 7312석이 되고,
水田下種(수전하종) : 수전(水田)에 파종한 것이
二千九百三十七石十六斗(이천구백삼십칠석십륙두) : 2937석 16두라면,
則收稻七萬九千七百八十五石(즉수도칠만구천칠백팔십오석) : 벼 수확은 7만 9785석이 되어
合下種六千七百五十八石六斗(합하종륙천칠백오십팔석륙두) : 파종한 것의 도합은 6758석 6두,
出穀十萬七千九十七石(출곡십만칠천구십칠석) : 소출의 도합은 10만 7097석이 됩니다.
一夫一日(일부일일) : 농부 한 사람이
所耕旱田(소경한전) : 한전에서는
二十八斗二升下種(이십팔두이승하종) : 28두 2승을 파종해서
而得?十石二斗五升(이득?십석이두오승) : 10석 2두 5승의 소출을 얻고,
水田所耕(수전소경) : 수전 경작에서는
三日秧苗(삼일앙묘) : 삼일 모를 내어
二十一斗五升(이십일두오승) : 21두 5승의 모를 내어
而收稻二十九石十二斗五升(이수도이십구석십이두오승) : 29석 12두 5승을 수확하여,
一戶所收(일호소수) :한 가호당 수확이
合穀三十九石十二斗五升(합곡삼십구석십이두오승) : 도합 39석 12두 5승을 수확하는 셈입니다.
賦租爲七十二斗(부조위칠십이두) : 이 중에서 조세 72두,
除置各穀種子四十九斗七升(제치각곡종자사십구두칠승) : 각종 곡식의 종자 49두 7승을 제하고 나면
實餘三十三石十斗八升(실여삼십삼석십두팔승) : 실제로 남는 것은 33석 10두 8승이 됩니다.
此其一戶五口一年之食也(차기일호오구일년지식야) : 이것이 한 집 5명 식구의 1년간의 식량입니다.
然而薪蘇醢醬之費(연이신소해장지비) : 그런데 시탄(柴炭)ㆍ염장(鹽醬)의 비용이며,
夏葛冬綿之資(하갈동면지자) : 여름옷 겨울옷 비용은
將安所出乎(장안소출호) : 장차 어디에서 나온단 말입니까?
婚嫁喪祭之具(혼가상제지구) : 또 결혼이며 상제(喪祭) 등에 소용되는 제구(諸具)는
是固生民莫可已之事也(시고생민막가이지사야) : 백성에게 필수적인 것들입니다.
又有鄕社講信醵錢賽神之需(우유향사강신갹전새신지수) : 게다가 향촌에서 계를 한다든지 토속신(土俗神)에게 치성을 드린다든지 하는 데에 드는 비용도 있고,
重以當身砲保之役(중이당신포보지역) : 포보(砲保)의 신역(身役)도 대곡(代穀)으로 물어야 합니다.
勢將皆辦於一結之內(세장개판어일결지내) : 이 모두를 결국 1결의 수확 내에서 마련해내야 한다면
則向之所排三十三石之穀(즉향지소배삼십삼석지곡) : 앞서 배분된 33석의 곡식도
所餘者(소여자) : 남는 것이라곤
無幾矣(무기의) : 거의 없게 됩니다.
又況農家一牛之飯(우황농가일우지반) : 또 농우(農牛) 한 마리가 먹는 것이
兼人兩口之食者乎(겸인량구지식자호) : 사람 둘의 몫을 먹기까지 하지 않습니까?
若値置閏之年(약치치윤지년) : 여기에다 윤년을 만나면
則本自不足於一朔之糧矣(즉본자부족어일삭지량의) : 당초부터 한 달 식량은 모자라게 되어 있습니다.
況其水旱之外(황기수한지외) : 더구나 또 홍수나 가뭄 외에도
又有風霜螟雹不虞之患乎(우유풍상명박불우지환호) : 바람이나 서리, 병충해나 우박 등 불의의 재해도 있지 않습니까.
故農人諺云(고농인언운) : 그래서 농민들의 속담에
終年勤作不賸鹽價(종년근작불승염가) : ‘죽도록 한 해 농사를 지어도 소금 값도 안 남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而況見戶之中有田自耕者(이황견호지중유전자경자) : 더욱이 현재 민호 가운데 자기 소유의 전토를 경작하고 있는 경우는
十無一二(십무일이) : 열에 한둘도 안 되니,
而公賦什一(이공부십일) : 공부(公賦)로 10분의 1을,
私稅分半(사세분반) : 사세(私稅)로 바치는 도조(賭租)로 절반을 떼입니다.
並計公私(병계공사) : 그러니 공사의 부세를 합하면
則已爲十六(즉이위십륙) : 이미 전 수확의 10분의 6이나 됩니다.
雖使斯民者(수사사민자) : 아무리 이들 농민이
深曉農理(심효농리) : 농업 기술에 밝고,
勤而不惰(근이불타) : 부지런히 쉬지 않고
盡治其一結四負之田(진치기일결사부지전) : 1결 4부(負)의 전토를 잘 가꾼다 하더라도
其所實餘自食(기소실여자식) : 실제로 자기 몫으로 남는 것은
又減太半於三十三石之數(우감태반어삼십삼석지수) : 앞서 매호당 평분해 본 수량 33석의 절반도 안 됩니다.
顧何以仰事俯育(고하이앙사부육) : 이 정도로 어떻게 위로 부모를 봉양하고 아래로 처자를 먹여 살리며
不終底於流離轉殍乎(부종저어유리전표호) : 끝내 유민(流民)으로 굶어죽을 지경에 이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此千古志士之恨(차천고지사지한) : 이 때문에 천고에 지사(志士)의 한은
未嘗不先在於豪富兼幷也(미상불선재어호부겸병야) : 무엇보다도 호부(豪富)가 겸병(兼倂)하는 데에 있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彼豪富兼幷者(피호부겸병자) : 물론 겸병하는 호부들도
亦非能勒賣貧人之田(역비능륵매빈인지전) : 빈민들의 전토를 강압적으로 팔게 하여
而一朝盡有之也(이일조진유지야) : 단번에 모두 자기의 소유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自藉其富强之資(자자기부강지자) : 부강한 자산을 기반으로 하여
安坐而無爲(안좌이무위) : 가만히 앉아 아무 소리 하지 않아도
則四鄰之願鬻者(즉사린지원죽자) : 사방에서 전토를 팔려는 사람들이
自持其券(자지기권) : 제 손으로 토지 문서를 가지고
而日朝於富室之門矣(이일조어부실지문의) : 매일 부잣집 문전에 찾아옵니다.
何則(하즉) : 왜냐하면,
夫人衣食之外(부인의식지외) : 사람살이란 게 의식(衣食) 문제 외에도
旣不無吉凶大事焉(기불무길흉대사언) : 길흉 간에 대사(大事)가 없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或迫於債督(혹박어채독) : 또 빚 독촉에 몰리기도 하고,
或牟利逋欠(혹모리포흠) : 돈을 벌려다가 도리어 손해를 보는 수도 있습니다.
窘渴逼塞無處著手(군갈핍색무처저수) : 그리하여 군색하여 어떻게 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되면,
則如干農地(즉여간농지) : 여간한 농지야
有之無足以繼食(유지무족이계식) : 그것이 있어도 생계를 이어줄 수가 없고,
無之亦未必加貧(무지역미필가빈) : 그것이 없어도 더 가난해질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於此(어차) : 이에
遂乃不覺其以彼富室爲逋藪淵叢(수내불각기이피부실위포수연총) : 저 부자들이 재산을 가두는 소굴임을 깨닫지 못하고,
而爭自折納焉(이쟁자절납언) : 다투어 대전(代錢)을 받고 전토를 바치고 맙니다.
彼富室者(피부실자) : 저들 부자는
勉强厚其價(면강후기가) : 애써 값을 후하게 해 주어
而益來之(이익래지) : 제게 땅을 팔러 오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게 할 뿐만 아니라,
旣有之矣(기유지의) : 땅을 사들인 뒤에도
仍令佃作(잉령전작) : 판매한 사람에게
而姑慰其心(이고위기심) : 그대로 경작케 하여 우선 그 마음을 안심시킵니다.
貧戶則旣利其一時之厚價(빈호즉기리기일시지후가) : 땅을 판 빈민의 경우는 한 번의 후한 땅값을 이득으로 알 뿐만 아니라,
又德舊土之猶食其半(우덕구토지유식기반) : 또 오히려 이전 자기 토지에서 수확의 반을 먹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을 은덕으로 여기게 됩니다.
由是而土價日增(유시이토가일증) : 그리하여 땅값이 날로 높아지다 보면
而附近之寸畦尺塍(이부근지촌휴척승) : 부근의 한 자 한 치의 전토도
盡歸富室矣(진귀부실의) : 깡그리 부자의 손아귀로 들어가고 마는 결과가 됩니다.
誠以法制不立(성이법제불립) : 진실로 이에 대한 법제가 수립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故致擧國(고치거국) : 온 나라가
而聽於兼幷之家(이청어겸병지가) : 겸병하는 집안에게 매달리고,
而郡邑徒擁量田之虛簿矣(이군읍도옹양전지허부의) : 군읍은 다만 양전(量田)한 헛 장부만 끌어안고 있는 셈이 됩니다.
然兼幷者(연겸병자) : 그러나 겸병하는 자라고
亦豈苟欲厲貧民而賊治道耶(역기구욕려빈민이적치도야) : 어찌 진정으로 빈민을 못살게 굴고 나라의 정치를 해치려고 했겠습니까?
欲爲治本者(욕위치본자) : 근본을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
亦非可深罪其豪富(역비가심죄기호부) : 역시 그들 호부를 깊이 죄책할 것이 아니라,
而惟當患法制之不立(이유당환법제지불립) : 관계 법제가 수립되어 있지 않음을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故向臣之所假令排比者(고향신지소가령배비자) : 그래서 앞에서 신이 호구와 농경지를 가지고 그 평균 수치를 산출해 본 것도
欲以先立乎其大本(욕이선립호기대본) : 먼저 그 근본을 세워 보려는 생각에서
而要見先王至均至公之制(이요견선왕지균지공지제) : 선왕(先王)들의 지극히 공평한 제도를
可行不可行於當世也(가행불가행어당세야) : 지금 이 시대에도 실시할 수 있을지를 따져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以今一結之田(이금일결지전) : 오늘날 1결의 전토가,
律之以周制百步爲畝(률지이주제백보위무) : 주(周) 나라 제도에서 100보(步)를 1묘(畝)로 하여
一夫百畝之法(일부백무지법) : 농부 1인에게 100묘씩 주는 법에 비한다면
則誠爲過之(즉성위과지) : 많은 것이 사실이나,
而若以後世二百四十步爲畝(이약이후세이백사십보위무) : 만약 후세에 240보를 1묘로 하고
夫受一頃者(부수일경자) : 농부 1인이 1경(頃)의 토지를 받았던 제도에 비하여
言之(언지) : 말한다면 .
則未見其有餘也(즉미견기유여야) : 많지가 못합니다
況一境之內(황일경지내) : 더구나 1경(頃) 내에는
不能無士大夫焉(불능무사대부언) : 사대부(士大夫)가 없을 수 없고,
不能無世嫡及有親有蔭之類在所當厚者(불능무세적급유친유음지류재소당후자) : 대대로 특권을 받아 오는 집안이나 왕족과 공신의 자손 등 후하게 대우해야 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없을 수 없습니다.
則平民所均(즉평민소균) : 이렇게 되면 평민에게 분배되는 토지는
又將不滿一結(우장불만일결) : 또 1결도 차지 않을 것입니다.
臣未知通國而言之則如臣所守(신미지통국이언지즉여신소수) : 신이 맡고 있는 본군이 전국을 통틀어 보았을 때
爲寬鄕乎(위관향호) : 관향(寬鄕)인지
爲狹鄕乎(위협향호) : 협향(狹鄕)인지는 모르지만
然終亦無虞乎地不足矣(연종역무우호지부족의) : 결과적으로 볼 때 토지가 부족한 것은 근심이 아닙니다.
漢之極盛(한지극성) : 한대(漢代)가 가장 성할 때
定墾田八百二十七萬五百三十六頃(정간전팔백이십칠만오백삼십륙경) : 간전(墾田)이 827만 536경(頃)인데
據元始二年戶千二百二十三萬三千(거원시이년호천이백이십삼만삼천) : 원시(元始 한 평제(漢平帝)의 연호) 2년의 통계로는 호수가 1223만 3000호였으니,
則每戶合得田六十七畝四十六(즉매호합득전육십칠무사십륙) : 매호당 배당된 전호는 67묘 46보 남짓합니다.
步有奇可謂人多地少(보유기가위인다지소) : 그러니 인구는 많고 전토는 적어서
至不敷矣(지불부의) : 극히 곤란했다 할 만합니다.
然董生言於武帝曰(연동생언어무제왈) : 그런데도 동중서(董仲舒)는 무제(武帝)에게,
井田雖難猝行(정전수난졸행) : “정전법(井田法)이야 갑자기 시행하기 어렵겠지만,
宜少近古(의소근고) : 조금이라도 옛 제도에 가깝게
限民名田(한민명전) : 백성들의 명전(名田)을 제한해야 한다.”고 건의하였고,
建平初(건평초) : 건평(建平; 한 哀帝) 초년에는
師丹又建議限田(사단우건의한전) : 사단(師丹)이 또 한전(限田)을 건의하자
孔光何武(공광하무) : 공광(孔光)과 하무(何武)가
覆其議請(복기의청) : 이 건의를 반복하여 주장해서
令諸王侯公主及吏民名田(령제왕후공주급이민명전) : 여러 왕후(王侯)ㆍ공주(公主) 및 관리 인민의 명전이
皆無過三十頃(개무과삼십경) : 모두 30경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期盡三年(기진삼년) : 3년을 기한으로 하여
犯者沒入官(범자몰입관) : 이 기한을 넘겨 소유하고 있는 자의 토지는 관에서 몰수할 것을 청하였습니다.
是必以當時之田與民(시필이당시지전여민) :이는 분명 당시의 전토와 호구를
較絜而得其分也(교혈이득기분야) : 계산해서 그 배분량을 산출한 것이며,
非苟厚王公(비구후왕공) : 애초부터 왕공(王公) 귀속에게는 후하게 하고
而薄於齊民也(이박어제민야) : 일반 평민에게는 박하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隋開皇中(수개황중) : 수(隋) 나라 개황(開皇; 文帝의 연호) 연간의 통계로는
墾田千九百四十萬四千二百六十七頃(간전천구백사십만사천이백육십칠경) : 간전(墾田)이 1940만 4267경이고,
戶總八百九十萬七千五百三十六(호총팔백구십만칠천오백삼십륙) : 호수가 총 890만 7536호인데,
每戶合得田二頃餘(매호합득전이경여) : 매호당 배당된 전토는 2경 남짓 되었습니다.
然而史稱(연이사칭) : 그런데도 역사에서는
文帝發使四出(문제발사사출) : 수 문제(隋文帝)가 사방에 사자를 파견하여
均天下田(균천하전) : 천하의 전지를 고루 나누게 했는데,
其狹鄕(기협향) : 그 중 협향(狹鄕)의 경우
每丁纔至二十畝(매정재지이십무) : 장정 한 사람당 겨우 20묘가 배당되었고,
老少又少焉(노소우소언) : 노인이나 소년에게는 더욱 적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此何故也(차하고야) : 이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是必豪富占田(시필호부점전) : 이는 분명 호부들의 전토 소유가
不以實(불이실) : 실제로 제한되지 않고
而吏胥有所壅蔽也(이이서유소옹폐야) : 관리들이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 사정(私情)이 개입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至唐天寶中(지당천보중) : 당(唐) 나라 천보(天寶; 玄宗의 연호) 연간에 이르러서는
以戶計田(이호계전) : 호구 수로 전토를 계산하면
合得一頃六十餘畝(합득일경육십여무) : 매호당 1경 60여 묘가 되는데,
而武德定制(이무덕정제) : 무덕(武德; 당 高祖의 연호) 때 제정된 것은
凡天下丁男(범천하정남) : ‘천하의 모든 장정에게
給田一頃(급전일경) : 전토 1경을 나누어 주고
廢疾寡妻(폐질과처) : 병으로 일할 수 없는 자 및 과부에게는
口分有差(구분유차) : 구분전(口分田)을 나누어 주되 차등을 둔다.’ 했으나,
其所爲鉅室防閑無過(기소위거실방한무과) : 귀족 대가들이 넘어서는 안 될
則未聞其有定數也(즉미문기유정수야) : 소유 한계는 정해진 수가 있었다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大抵歷世以來(대저역세이래) : 역대 이래로
從未有人多地少之患(종미유인다지소지환) : 사람이 많고 토지가 적은 데 대한 우려는 없었고,
而惟患法制未盡(이유환법제미진) : 오직 법제가 미진하거나
與法不必行也(여법불필행야) : 정해진 법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걱정일 뿐입니다.
夫三十頃之限(부삼십경지한) : 30경을 소유할 수 있는 한계로 정하는 것은
可謂已厚矣(가위이후의) : 사실 후하다 할 만하고,
三年之期(삼년지기) : 3년이라는 기한은
可謂不迫矣(가위불박의) : 그렇게 급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然而丁傅董賢之輩(연이정부동현지배) : 그런데도 정씨(丁氏), 부씨(傅氏)와 동현(董賢)의 무리는
猶以爲不便(유이위불편) : 오히려 불편하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則貴戚近習(즉귀척근습) : 귀척(貴戚)과 총신(寵臣)이
何代無之(하대무지) :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으며,
溪壑之欲(계학지욕) : 한량없는 욕심에는
亦何厭之有哉(역하염지유재) : 또한 어찌 만족이 있었겠습니까?
如東京以後(여동경이후) : 동경(東京; 後漢을 말함) 이후로는
必有以王莽已試之事(필유이왕망이시지사) : 왕망(王莽)이 시도한 적이 있었던 제도라는 이유로
脅其君相者(협기군상자) : 그 군수와 재상을 협박하는 자들이 꼭 있었습니다.
嗚呼是焉可誣也(오호시언가무야) : 아, 이것을 어찌 속일 수 있겠습니까?
莽何曾實心行之乎(망하증실심행지호) : 왕망이 진심으로 그런 제도를 시행하려고 했겠습니까?
彼乃貴戚之雄(피내귀척지웅) : 그야말로 귀척의 두목이자
而兼幷之魁耳(이겸병지괴이) : 겸병(兼倂)의 괴수였습니다.
始兼其四父之資(시겸기사부지자) : 그는 처음에 제 숙부뻘 되는 네 사람을
而幷其權(이병기권) : 아울러 차지하여 그 권세를 겸병했으며,
中兼阿衡冡宰(중겸아형몽재) : 중년에는 아형(阿衡)과 총재(冢宰)라는 두 직명을 합쳐
而幷其號(이병기호) : 그 칭호를 겸병했고,
末乃兼天下之亂臣賊子(말내겸천하지난신적자) : 말년에는 천하 난신적자(亂臣賊子)의 모든 면을 제 한 몸에다 아울러
而幷其國(이병기국) : 그 나라를 겸병하였으니,
此之謂不奪不饜也(차지위불탈불염야) : 이것이야말로 빼앗지 않고는 만족하지 않는 것입니다.
雖時假先王(수시가선왕) : 그가 아무리 때때로 선왕(先王)을 가탁하여
以文其奸言(이문기간언) : 그 자신의 간사한 말을 꾸민다 하더라도
然彼袒左爲劉之民(연피단좌위류지민) : 저 유씨(劉氏; 한 王朝를 가리킴)를 지지하는 백성들이
寧肯冒其田以大盜之姓耶(녕긍모기전이대도지성야) : 어찌 기꺼이 그 전토에다 대도(大盜) 왕망의 성(姓)을 붙이려 들겠습니까?
橫渠張子嘗慨然有志於井田(횡거장자상개연유지어정전) : 장횡거(張橫渠; 張載)가 개연히 정전제(井田制)에 뜻을 두면서도
而猶嫌其亟奪富人(이유혐기극탈부인) : 오히려 부자들의 전토를 갑자기 빼앗는 것을 꺼렸다고 하니,
則不無曠世小子之惑(즉불무광세소자지혹) : 후세 사람으로서 의혹이 없지 않습니다.
夫奪之爲言(부탈지위언) : 대개 ‘빼앗는다’는 말은
非其有而劫取之謂也(비기유이겁취지위야) : 제 소유가 아닌 것을 강제로 차지한다는 뜻입니다.
夫帝王者(부제왕자) : 그런데 제왕은
率土之主也(솔토지주야) : 그 나라 전 국토의 주인입니다.
究其本(구기본) : 근본적으로 말해서
則孰所有而孰能專之(즉숙소유이숙능전지) : 전 국토가 누구 소유이며, 누가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입니까?
苟無利民澤物之志則已(구무리민택물지지즉이) : 진실로 인민을 이롭게 하고 만물에 혜택을 입힐 뜻이 없다면 모르겠거니와,
如有是志(여유시지) : 만일 그런 뜻이 있다면
均之云乎(균지운호) : ‘골고루 나누어 준다’고 말할지언정
何劫取之有也(하겁취지유야) : 어찌 강제로 차지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然則如董生鉅儒(연즉여동생거유) : 그렇다면 저 동중서(董仲舒) 같은 대학자도
且將預憂其貴戚之沮格(차장예우기귀척지저격) : 귀척들이 저지할까 미리 우려하여,
而以爲猝難行歟(이이위졸난행여) : ‘정전법은 갑자기 행하기 어렵다.’고 한 것이겠습니까?
曰非然也(왈비연야) : 그렇지가 않습니다.
貴戚之所惡者(귀척지소오자) : 귀척들이 싫어하기는
井田與限占一也(정전여한점일야) : 정전법(井田法)이나 한점법(限占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儒者之爲天下國家(유자지위천하국가) : 유자(儒者)가 천하 국가를 위한 계책을 생각할 때,
當論其術之與聖王合不合(당론기술지여성왕합불합) : 그 계책이 옛 성왕(聖王)의 그것에 비추어 타당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따져야 할 것이요,
不當復卹其行與不行(부당부술기행여불행) : 그것이 시행될 것인가 시행되지 않을 것인가를 다시 살펴가면서
而姑爲此苟且之說也(이고위차구차지설야) : 그런 구차한 견해를 내놓은 것은 아닙니다.
蓋自秦毁其百畝之區(개자진훼기백무지구) : 진(秦) 나라가 정전법에 의한 100묘씩의 구획을 없애 버린 뒤로,
而天下之畛涂溝洫(이천하지진도구혁) : 정전을 구획 짓는 전간(田間)의 도로며 수로(水路)들이
穿鑿陵夷(천착능이) : 뒤죽박죽이 되어
經界悖亂(경계패란) : 경계(經界)가 망가져 버렸으니,
非歲月之功所能就焉(비세월지공소능취언) : 이것은 한 달이나 한 해 정도의 공력으로 복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故所謂猝難行者(고소위졸난행자) : 그러므로 ‘정전법을 갑자기 시행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은
量功度勢而言(양공탁세이언) : 공력과 형편을 생각해서 한 말이지,
非井田不可行也(비정전불가행야) : 정전법을 시행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故曰(고왈) : 따라서 이르기를
宜少近古者(의소근고자) : ‘조금이라도 옛 제도에 가깝게’라고 말한 것도
猶言差易於井田(유언차이어정전) : 정전법보다 시행하기가 다소 쉬우면서도
而不失其均分齊産之義(이불실기균분제산지의) : 토지 소유를 균등하게 하자는 목적은 잃지 않게 된다는 것으로,
則雖未能遄復其畛涂溝洫之舊(즉수미능천부기진도구혁지구) : 그렇게 되면 비록 옛 정전의 제도는 급속히 회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而比閭卒乘之制(이비려졸승지제) : 비려(比閭)ㆍ졸승(卒乘)의 제도와
學校選擧之法(학교선거지법) : 학교(學校)ㆍ선거(選擧)의 법을
次第可行(차제가행) : 차례로 시행할 수 있어서
而不遠乎先王之意也(이불원호선왕지의야) : 결국 선왕의 뜻에서 멀지 않다는 말입니다.
然則將何術(연즉장하술) : 그러면 장차 무슨 방법을 써야
而能使豪右者(이능사호우자) : 호부자(豪富者)들로 하여금
自捐其世傳富有之資(자연기세전부유지자) : 그들 세전(世傳)의 부유한 자산을 스스로 포기하고도
而不怨其有司乎(이불원기유사호) : 그들이 관청을 원망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昔漢之封三庶孼(석한지봉삼서얼) : 옛날 한(漢) 나라에서 서자(庶子) 세 사람을 봉하여
分天下半(분천하반) : 천하의 반을 나누어 주자,
而賈生爲之痛哭流涕矣(이가생위지통곡유체의) : 가의(賈誼)는 이 때문에 통곡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만
及主父偃(급주부언) : 주 보언의
用推恩之策(용추은지책) : 추은책(推恩策)이 시행되자
而天下强諸侯(이천하강제후) : 강한 제후들도
莫不歛手就削(막불감수취삭) : 모두 별수 없이 봉호를 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以今之事勢言之(이금지사세언지) : 오늘날 우리나라의 사세(事勢)로 말하더라도
則所謂豪富兼幷(즉소위호부겸병) : 이른바 호부 겸병자로서
其傑然可畏(기걸연가외) : 두려워할 정도로 기세를 내보여
而不可制者(이불가제자) : 제어할 수가 없는 자
亦豈有其人哉(역기유기인재) : 그런 자가 또한 어찌 있습니까?
以臣犬馬之齒(이신견마지치) : 신(臣)의 나이로도
亦嘗觀人數世矣(역상관인수세의) : 벌써 남의 집 두어 대째의 일을 보아 오고 있습니다만
其能保守父祖之傳業(기능보수부조지전업) : 그중에 부조(父祖)의 전업(傳業)을 능히 그대로 지켜
而不賣與人者(이불매여인자) : 타인에게 팔아먹지 않는 사람은
十居其五(십거기오) : 열에 다섯 정도이고,
其歲歲割土者(기세세할토자) : 매년 토지를 떼어 파는 사람이
十常七八(십상칠팔) : 열에 일고여덟 정도나 됩니다.
則其蓄贏餘(즉기축영여) : 이로 보아 남아도는 재산을 축적하여
以益占者(이익점자) : 토지 점유를 증대시켜 가는 자는
數可知矣(수가지의) : 그 수효도 알 만합니다.
誠立爲限制(성립위한제) : 토지 소유를 제한하는 법령을 다음과 같이 세워 보십시오.
曰自某年某月以後(왈자모년모월이후) : “모년(某年) 모월(某月) 이후로는
多此限者(다차한자) : 제한된 면적을 초과해 소유한 자는
無得有加(무득유가) : 더 이상 토지를 점유하지 못한다.
其在令前者(기재령전자) : 이 법령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소유한 것에 대해서는
雖連阡跨陌不問也(수련천과맥불문야) : 아무리 광대한 면적이라 해도 불문에 부친다.
其子孫有支庶而分之者(기자손유지서이분지자) : 자손으로 지자(支子)나 서자(庶子)가 있어서 분급해 주는 것은 허락한다.
聽其或隱不以實(청기혹은불이실) : 만약에 사실대로 고하지 않고 숨기거나
及令後加占過(급령후가점과) : 법령을 공포한 이후에 제한을 넘어
限者(한자) : 더 점유한 자는 백성이 적발하면
民發之與民(민발지여민) : 백성에게 주고,
官發之沒官(관발지몰관) : 관(官)에서 적발하면 몰수한다.”
如此不數十年(여차불수십년) : 이렇게 한다면 수십 년이 못 가서
而國中之田可均(이국중지전가균) : 전국의 토지 소유는 균등하게 될 것입니다.
此蘇洵所謂(차소순소위) : 이것이 바로 소순(蘇洵)이 이른 바
端坐於朝廷(단좌어조정) : “조정에 조용히 앉아서
下令於天下(하령어천하) : 천하에 법령을 내리되
不驚民不動衆(불경민부동중) : 백성을 놀라게 하지도 않고 대중을 동요시키지도 않고,
不用井田之制(불용정전지제) : 그리고 정전제(井田制)를 실시하지 않으면서도,
而獲井田之利(이획정전지리) : 실제로는 정전제를 실시한 효과를 얻는 것으로,
雖周之井田(수주지정전) : 비록 주대(周代)의 정전제라 하더라도
無以遠過於此者(무이원과어차자) : 이보다 월등하게 나을 것은 없다.”고 한 것이니,
誠篤論也(성독론야) : 참으로 확실한 주장입니다.
噫天下之百弊痼疾(희천하지백폐고질) : 아, 천하의 온갖 폐단과 고질은
在於兵(재어병) : 군대 문제에 결부되어 있으나,
而究其本(이구기본) : 그 근본을 따지고 보면
則兵不寓農故耳(즉병불우농고이) : 병농(兵農)이 일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然而有國之愛兵(연이유국지애병) : 그런데도 나라를 가진 사람들이 군대를 아낌은
恒加於赤子之上(항가어적자지상) : 항상 백성들을 아끼는 것보다 위에 있어
而亦其畏之也(이역기외지야) : 또한 이점을 두려워 하는 것입니다.
反有甚於毒虺猛獸(반유심어독훼맹수) : 그러면서도 역시 군대를 독사나 맹수보다도 두려워하여
則傾天下之半(즉경천하지반) : 천하의 거의 절반을 그들을 받드는 데 쏟아
以奉之(이봉지) : 섬겨왔습니다
自漢至皇明之世(자한지황명지세) : 한대(漢代)부터 명대(明代)에 이르기까지
上下數千年間(상하수천년간) : 상하 수천 년 동안에
非無願治之君石畫之臣(비무원치지군석화지신) : 나라를 잘 다스려 보려는 군주와 계책을 가진 신하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而其日夜謨訏(이기일야모우) : 그들이 주야로 묘책을 생각해 보아도
迄無善策(흘무선책) : 끝내 이렇다 할 계책을 마련해 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然亦不能一日而忘兵也(연역불능일일이망병야) : 그러나 하루도 군대를 망각해 버릴 수는 없었으니
若此至於失土無賴之民(약차지어실토무뢰지민) : 이와 같이 하면서 토지를 상실하고 의지할 곳 없는 백성들은
寘之度外(치지도외) : 치지도외하여
漠然若忘者(막연약망자) : 까맣게 잊은 듯이 함은
何也(하야) : 어째서이겠습니까
蓋其身離壟畝(개기신이롱무) : 대개 이들이 논두렁과 밭고랑을 떠나게 됨은,
類非一朝一夕之故(류비일조일석지고) : 그 원인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닌 데다
而無簿籍錄其數(이무부적록기수) : 장부를 놓고 그 수효를 기록해 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所以浸浸然半天下(소이침침연반천하) : 점진적으로 불어나 어느덧 천하 인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는데도
而又不覺若是其多也(이우불각약시기다야) : 또 이렇게 많아진 것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勒此民(륵차민) : 이러한 백성들이
將安所歸乎(장안소귀호) : 장차 어디로 돌아가야 합니까?
何以知其半天下也(하이지기반천하야) : 이들이 천하 인민의 절반을 차지함은
此易知耳(차역지이) :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漢之黃巾赤眉(한지황건적미) : 한대(漢代)의 황건(黃巾)ㆍ적미(赤眉),
唐之龐勛黃巢(당지방훈황소) : 당대(唐代)의 방훈(龐勛)과 황소(黃巢)가
使其徒(사기도) : 그 무리로 하여금
果皆土著專業之民(과개토저전업지민) : 과연 모두 농업에 전심한 토착민이게 했다면
則亦惡能一朝嘯聚其百萬之衆耶(즉역오능일조소취기백만지중야) : 어떻게 하루아침에 백만의 군중을 불러 모을 수 있었겠습니까?
故兼幷之害(고겸병지해) : 그러므로 겸병(兼倂)의 폐해는
不必在大(불필재대) : 반드시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匹夫匹婦(필부필부) :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
能兼兩盂(능겸량우) : 하루에 두 사발씩의 밥을 더 먹는다고 하면
則猶爲折天下一日之食(즉유위절천하일일지식) : 천하 사람이 하루에 먹을 밥에서
而逋其半(이포기반) : 그 절반을 축내는 꼴이 됩니다.
而況什百其田者乎(이황십백기전자호) : 그러니 하물며 토지 소유를 열 배, 백 배로 늘려 가는 자이겠습니까.
故自秦漢以來(고자진한이래) : 그러므로 진(秦)ㆍ한(漢) 이후
百世無善治者(백세무선치자) : 백대에 나라를 잘 다스린 사람이 없는 것은
豈有他哉(기유타재) : 그 이유가 어찌 다른 데 있겠습니까?
大本旣壤(대본기양) : 대본(大本)이 이미 붕괴되어
而使民志不定(이사민지부정) : 백성들로 하여금 뜻이 안정되지 못하고
莫不出於僥倖之途(막불출어요행지도) : 모두 요행만을 바라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上之所以出治者(상지소이출치자) : 그리하여 위에서 정령을 내리는 사람들은
日不暇給(일불가급) :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나,
而卒未免因循姑息之歸(이졸미면인순고식지귀) : 끝내 고식적인 결론을 얻음을 면치 못하고,
下之所以承令者(하지소이승령자) : 아래에서 정령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朝不慮夕(조불려석) : 아침에 저녁 일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급박하여
而亦不過苟且彌縫而止(이역불과구차미봉이지) : 구차하게 미봉하고 말 뿐이었던 것입니다.
此固天下之通患(차고천하지통환) : 이것은 천하의 공통된 병폐로,
而歷代之得失(이역대지득실) : 역대 정치의 득실을
可知矣(가지의) : 알 수 있습니다.
然則貴戚近習(연즉귀척근습) : 그렇다면 귀척(貴戚)과 총신(寵臣)을
不須深罪(불수심죄) : 깊이 죄책할 것도 없고,
豪富兼幷(호부겸병) : 호부 겸병자를
不可痛惡(불가통오) : 몹시 혐오할 것도 없습니다.
而惟在求治之志制治之本(이유재구치지지제치지본) : 문제는 오직 나라를 잘 다스려 보려는 의지와 통치의 근본이
立不立如何耳(립불립여하이) : 확립되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於皇我東(어황아동) : 거룩한 우리나라
提封數千里(제봉수천리) : 수천 리 강토는
初未嘗與於井地區畫之中(초미상여어정지구화지중) : 처음부터 정전(井田)을 구획해 본 적도 없었고,
而亦不被阡陌毁開之烈(이역불피천맥훼개지렬) : 또한 정전을 구획한 경계를 파괴당한 일도 없었습니다.
幸値大有之世(행치대유지세) : 다행히 성대한 시대를 만나
自爲一王之制(자위일왕지제) : 독자적으로 한 국가의 제도를 마련하였으니,
則其精一蕩平之法(즉기정일탕평지법) : 마음의 자세를 정밀하고 순일하게 가지고 탕평(蕩平)을 표방하는 정치나
疆理均民之術(강리균민지술) : 토지의 경계를 정리하고 백성의 소유를 균등하게 하려는 정책은
與古昔聖王(여고석성왕) : 옛 성왕(聖王)과
未始不同也(미시부동야) : 처음부터 다른 것이 없습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限田而後(한전이후) : 토지 소유를 제한한 후라야
兼幷者息(겸병자식) : 겸병한 자가 없어지고
兼幷者息然後(겸병자식연후) : 겸병한 자가 없어진 후라야
産業均(산업균) : 산업이 균등하게 될 것이고,
産業均然後(산업균연후) : 산업이 균등하게 된 후라야
民皆土著(민개토저) : 백성들이 모두 안정되어
各耕其地而勤惰著矣(각경기지이근타저의) : 각기 제 토지를 경작하게 되고, 근면한 사람과 나태한 사람의 구별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勤惰著而後(근타저이후) : 그리고 근면한 사람과 나태한 사람의 구별이 드러나게 된 후라야
農可勸而民可訓矣(농가권이민가훈의) : 농사를 권면할 수가 있고 백성들을 가르칠 수가 있을 것입니다.
臣於農務之策(신어농무지책) : 신이 농업 정책에 대해
不當更贅他說(부당갱췌타설) : 다시 군더더기 말을 붙이는 것은 아닙니다.
而譬如畫者丹靑雖具(이비여화자단청수구) : 그러나 비유하자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물감이 갖추어져 있고
摹畫雖工(모화수공) : 그림 솜씨도 뛰어나다 하더라도
不有紙絹之質爲之本焉(불유지견지질위지본언) : 종이나 깁과 같은 바탕이 되는 것이 없으면
則毫墨無可施之地(즉호묵무가시지지) : 붓을 댈 곳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故不避僭越(고불피참월) : 그래서 분수에 넘침을 피하지 않고
敢爲之說焉(감위지설언) : 이렇게 주장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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