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할아버지 연암박지원 및 환재공

우인(友人)의 국화시(菊花詩) 시축(詩軸)에 제(題)하다

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28. 11:31

우인(友人)의 국화시(菊花詩) 시축(詩軸)에 제(題)하다

 

꽃이란 들쑥날쑥 틀어지고 비스듬한 것이 도리어 정제(整齊)된 모습이 되는 것이니, 마치 진(晉) 나라 시대 사람의 글씨가 글자를 구차스레 배열하지 않고도 줄이 저절로 시원스레 곧은 것과 같다. 만약 노란 꽃 흰 꽃을 서로 마주 대하게 한다면 이는 곧 자연스러운 멋을 잃어버리고 만다.
담배를 피워 연기로 꽃을 질식시키지 말 것이며, 속인들이 함부로 평론하여 꽃을 기죽게 하지 말 것이며, 가끔 맑은 물을 살짝 뿜어 주어 꽃의 정신을 안정시키도록 하라.

 

題友人菊花詩軸

花以參差攲斜爲齊整。如晉人之筆字。不苟排而行自疎。直若其黃白相對。便失天趣。無使烟茶致煤以爲花瘴。無使俗客妄評以爲花餒。時以淸水微噀。以頓花神。




 

[주D-001]마치 …… 같다 : 이와 거의 동일한 구절이 《연암집》 권5 답창애(答蒼厓) 여덟 번째 편지에 있다. 진(晉) 나라 사람은 왕희지(王羲之)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