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할아버지 연암박지원 및 환재공

정석치(鄭石癡 정철조(鄭喆祚)) 제문(祭文)

嘉石,何石 朴浚珉(贊九) 2017. 10. 31. 10:35

정석치(鄭石癡) 제문(祭文)

 

살아 있는 석치(石癡)라면 함께 모여서 곡을 할 수도 있고, 함께 모여서 조문할 수도 있고, 함께 모여서 욕을 할 수도 있고, 함께 모여서 웃을 수도 있고, 여러 섬의 술을 마실 수도 있어 서로 벌거벗은 몸으로 치고받고 하면서 꼭지가 돌도록 크게 취하여 너니 내니도 잊어버리다가, 마구 토하고 머리가 짜개지며 위가 뒤집어지고 어찔어찔하여 거의 죽게 되어서야 그만둘 터인데, 지금 석치는 참말로 죽었구나!
석치가 죽자 그 시신을 빙 둘러싸고 곡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석치의 처첩과 형제 자손 친척들이니, 함께 모여서 곡을 하는 사람들이 진실로 적지 않다. 또한 손을 잡고 위로하기를,

“덕문(德門 남의 집안을 높여 부르는 말)이 불행하여 철인(哲人)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하면, 그 형제와 자손들이 절하고 일어나 머리를 조아리고 대답하기를,

“제 집안이 흉한 화를 만났습니다.”

하고, 그 붕우들마다 서로 더불어 탄식하며,

“이 사람은 확실히 얻기 쉽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니, 함께 모여서 조문하는 사람들도 진실로 적지 않다.
한편 석치와 원한이 있는 자들은 석치더러 염병 걸려 뒈지라고 심하게 욕을 했지만, 석치가 죽었으니 욕하던 자들의 원한도 이미 갚아진 셈이다. 죄벌로는 죽음보다 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에는 진실로 이 세상을 꿈으로 여기고 인간 세상에서 유희(遊戲)하는 자가 있을 터이니, 석치가 죽었다는 말을 들으면 진실로 한바탕 웃어젖히면서 본래 상태로 돌아갔다 여겨서, 입에 머금은 밥알이 나는 벌떼같이 튀어나오고 썩은 나무가 꺾어지듯 갓끈이 끊어질 것이다.
석치가 참말로 죽었으니 귓바퀴가 이미 뭉그러지고 눈망울이 이미 썩어서,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할 것이며, 젯술을 따라서 땅에 부으니 참으로 마시지도 취하지도 못할 것이다. 평소에 석치와 서로 어울리던 술꾼들도 참말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파하고 떠날 것이며, 진실로 장차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파하고 가서는 자기네들끼리 서로 모여 크게 한잔할 것이다.
제문을 지어서 읽어 가로되,
- 원문 빠짐 -

 

生石癡。可會哭可會吊。可會罵可會笑。可飮之數石酒。相臝體敺擊。酩酊大醉。忘爾汝。歐吐頭痛。胃翻眩暈。幾死乃已。今石癡眞死矣。石癡死而環尸而哭者。乃石癡妻妾昆弟子姓。親嫟固不乏。會哭者握手相慰曰。德門不幸。哲人云胡至此。其昆弟子姓拜起。頓首對曰。私門凶禍。其朋朋友友相與歎息言。斯人者固不易得之人。而固不乏會吊者。與石癡有怨者。痛罵石癡病死。石癡死而罵者之怨已報。罪罰無以加乎死。世固有夢幻此世。遊戱人間。聞石癡死。固將大笑。以爲歸眞。噴飯如飛蜂。絶纓如拉朽。石癡眞死。耳郭已爛。眼珠已朽。眞乃不聞不覩。酌酒酹之。眞乃不飮不醉。平日所與石癡飮徒。眞乃罷去不顧。固將罷去不顧。則相與會酌一大盃。爲文而讀之曰。缺。




 

[주D-001]석치(石癡) : 정철조(鄭喆祚)의 호이다. 정철조는 정조 5년(1781)에 죽었다.
[주D-002]철인(哲人) : 죽은 사람을 높여 부른 말이다. 《예기(禮記)》 단궁 상(檀弓上)에 공자가 죽기 얼마 전에 “태산이 무너지려는가? 대들보가 쓰러지려는가? 철인이 병들려는가?〔哲人其萎乎〕”라는 노래를 불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