嘉石,何石 朴浚珉 (贊九) (미카엘) 글방

두 번째 편지 장공예(張公藝)의 참을 인(忍) 자 백 자는 끝내 활법(活法 융통성 있는 방법)이 되지 못하오. 장공예의 9대 동거(同居)를 당(唐) 나라 대종(代宗)이 능히 해냈으니, 무어라 말하여 그리되었소? “어리석지 않고 귀먹지 않으면 가장 노릇을 하기 어렵다.”고 하였소. 그렇다면 어..

중옥(仲玉)에게 답함 귀에 대고 속삭이는 말은 애초에 듣지 말아야 할 것이요, 발설 말라 하면서 하는 말은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니, 남이 알까 두려운 일을 무엇 때문에 말하며 무엇 때문에 들을 까닭이 있소? 말을 이미 해 놓고 다시 경계하는 것은 상대방을 의심하는 일이요, 상대..

어떤 이에게 보냄 그대는 고서를 많이 쌓아 놓고 절대로 남에게 빌려 주지 않으니, 어찌 그리 빗나간 짓을 하오. 그대는 장차 대대로 전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요? 무릇 천하의 물건이 대대로 전해지지 못하는 것이 오래되었소. 요순(堯舜)도 전하지 못하고 삼대(三代)도 능히 지키지 못한 ..

중관(仲觀)에게 보냄 내 듣건대 그대가 계우(季雨)와 절교했다고 하니 이 무슨 일이지요? 계우가 어질다면 절교해서는 안 되는 거고, 만약 불초하다면 그대가 바로잡아 주지 못하고 마침내 대대로 맺어 온 집안의 친분을 저버리는 것이니,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오? 어진 이와 절교하는 것..

치규(穉圭)에게 보냄 백우(伯雨)는 아마도 떨쳐 일어나지 못할 것 같소. 무당이 문에 들어오자 귀신이 그 방에 가득 차 있었으며, 아침나절 나아가 진찰을 해 보니 얼굴빛은 새까맣고 눈동자는 벌겋고 부어 있었소. 무엇이 빌미가 되었느냐고 묻자, “자주 두려움에 시달리고 지난 일을 자..

설초(雪蕉)에게 보냄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소! 아계(鵝溪 이산해(李山海))가 다른 사람의 서첩(書帖)에 제사(題辭)를 써 주면서 ‘아옹(鵝翁)’이라 일컬었는데,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이를 보고 웃으면서 “대감이 오늘에야 제소리를 내는구려.”했으니, 이는 ..

아홉 번째 편지 정옹(鄭翁)은 술을 많이 마실수록 필흥(筆興)이 더욱 도도하여, 그 큰 점은 공만 하고 먹방울은 튀어서 왼뺨에 떨어지곤 하지요. 남녘 ‘남(南)’ 자의 오른쪽 다리획이 종이 끝을 넘어 깔개 자리까지 뻗치자, 붓을 던지고 허허 웃더니 유유히 용호(龍湖)를 향해 떠나갔는데..

여덟 번째 편지 나무를 심고 꽃을 심는 것은 마땅히 진(晉) 나라 사람의 글씨가 글자를 구차스레 배열하지 않고도 줄이 저절로 시원스레 곧은 것처럼 해야 하는 거라오. 種樹蒔花。當如晉人之筆。字不苟排。而行自踈直。 [주D-001]진(晉) 나라 사람의 글씨 : 왕희지(王羲之)의 초서(草..

일곱 번째 편지 그대는 보따리를 풀고 말안장을 내리도록 하시오. 내일은 비가 올 거요. 샘물이 울음소리를 내고 시냇물이 비린내를 풍기고, 흙섬돌에는 개미 떼가 밀려들고, 왜가리는 울며 북으로 가고, 연기는 서려 땅으로 치닫고, 별똥은 서쪽으로 흐르고, 바람도 살펴보니 샛바람이 ..

여섯 번째 편지 선비란 궁유(窮儒)의 별호(別號)가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그림을 그리는 일이 흰 바탕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으니, 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선비가 아닐 수 없지요. 저들이 스스로 벼슬할 만하다고 자부하면서도 지치고 굶주린 선비라고 일컬어지는 것은 평..